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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 Jun 24. 2021

시끄러운 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목요일 오후입니다. 일찌감치 일을 끝내고 조금 이른 시간에 편지를 씁니다. 요즘은 새벽에 제법 자주 깹니다. 생각이 많은 것도 아닌데 자다가 벌떡 일어나 한참을 앉았다가 다시 잠에 듭니다. 잠들기 전에 하는 걱정을 마치지 않고 잠들어서 일까요? 


 잠들기 전에는 항상 한숨을 내쉬며 곡소리를 냅니다.

 "으아아아아... 나도 잘하는 거 하고 싶어..."

 그리고 다음은,

 "근데 잘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


 좋아하는 것을 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이 부합하지 않으면 불행한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더랍니다.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삼더라도 잘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도 못하겠고 미래가 있는 것이라고도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고민이 많습니다.


 아직 한참 남은 노후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나중엔 뭘 해 먹고살아야 할까. 잘하는 것을 오래오래 하고 싶은데,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하는 걸까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너무 걱정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밤만 되면 한숨과 곡소리를 섞어 냅니다.


 잘하는 일을 찾으려면 이것저것 다 해보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또 돈이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돈을 벌려면 잘 못하는 일이라도 지금 해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또 같은 걱정을 하고... 뫼비우스의 띠 위를 걷는 기분이 듭니다. 


 어렸던 날, 지금만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때를 요즘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더 깊었더라면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럴 리가 없겠지요. 고작 10대의 어린아이가 무엇을 얼마나 안다고 인생 계획을 세웠겠어요. 아직 30대에 진입하지도 않았는데 마음은 60대의 저를 걱정하고 있으니 조금 우습기도 합니다.


 이다지도 조급한 것은 남들과의 비교 때문일 겁니다. 많은 이들과 비교되며 살아오다 보니 스스로가 스스로를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고쳐야 할 버릇일 텐데 말이에요. 부디 서른이 되기 전에 남들과 비교하는 버릇을 없애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더더욱 저에게 집중해야겠지요. 시선이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주의하겠습니다.


 오늘의 작은 목표가 있다면, 밤에 곡소리를 내지 않고 차분히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도록 세상에서 저만 떼어놓고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다짐을 지켜낼 수 있기를 빌어주세요. 당신께서는 시끄럽지 않은 밤을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는 오늘만큼은 푹 자고 일어나 내일은 또 다른 아무 이야기로 편지하도록 할게요. 좋은 밤 보내세요.


21. 06. 24. 나무.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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