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입니다. 주말은 잘 마무리하고 계신지요? 저는 오늘도 낭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으로는 꼬마김밥을 해 먹고, 낮잠도 조금 잤습니다. 해가 기우는 시간에 편지를 쓰기 위해 누운 채로 휴대폰을 켰습니다.
글을 쓰기 전, 어떤 부지런한 사람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습니다. 즐겁게 요리하고 즐겁게 먹는 사람의 일상 영상이었어요.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있겠다. 나도 해 먹어보고 싶다. 해 먹어 볼까? 귀찮으려나.
그러다 문득 또 하나의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나도 저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부지런할 때가 있었는데. 부러운 마음이 들었고, 그 마음은 곧 두려운 마음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원래 게으른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게으른 사람들 중에서 조금 부지런한 편이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퇴근 후에 맛있는 한 끼를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했고, 주말엔 5일간의 고생을 스스로 치하하고자 또 맛있는 것을 해 먹고 즐거운 것을 찾아 계획하고... 그랬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제야 떠올렸습니다. 우울증이 찾아오기 전, 잠깐 행복했던 그때의 제 모습을요.
두려움은 과거의 모습에서 왔습니다. 다시는 그 일상을 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서요. 사실 오늘도 불안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누워있기만 했습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씻을 용기조차 없었습니다. 마음대로 몸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 생각보다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더군요.
어제는 편안한 마음이 더 커서 쉴 수 있었지만, 오늘은 또 두렵습니다. 앞으로의 주말만큼은 온전히 몸과 마음을 쉬게 두겠다던 약속을 벌써 어겨버렸습니다. 마음이 불편하고 이제는 두렵습니다. 어떤 것을 기억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냥 자버렸어요. 들지 않는 수면에 들기 위해 내내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떴다...
그리고 이 시간이 되었습니다. 즐거운 낭비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이다지도 갈팡질팡하는 저의 속내를 저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단단한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제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위로하는 글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지고, 그 글귀 하나로 하루를 힘차게 살던 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걱정과 두려움이 내려앉은 하루입니다. 당신께도 괜한 걱정과 어두움을 안겨드린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불편하지만 그래도 횡설수설 않고 정리하여 털어놓을 곳이 있어 다행인 것 같습니다. 오늘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잘 모르겠으나, 시간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저는 그 뒤에 숨어있어 보겠습니다. 오늘 하루가 지나가면 괜찮아질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당신의 하루는 괜찮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았던 하루였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어느덧 저녁때를 지나 밤으로 향하고 있네요. 좋은 밤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21. 06. 27. 해.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