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린 수요일입니다. 그리고 6월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지요. 좋은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일찌감치 오늘의 할 일을 끝내고 마지막 편지를 위해 자리에 앉았습니다. 제 한 달간의 안부가 당신께 어떤 의미였을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마지막이니만큼, 처음 당신께 안부를 전하기로 마음먹었던 까닭에 대해 말씀드릴까 해요. 중간중간 언급하였듯, 이 안부는 저를 위한 안부이기도 합니다. 습관과 기록을 위한 안부였지요.
첫째, 습관. 글을 오래 꾸준히 써보고 싶었습니다. 짤막하게나마 떠오른 생각을 소설로 표현해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러려면 글을 꾸준히 쓰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나마 쓰기에 수월한 편지글을 선택해 한 달을 목표로 두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는 하루에 한 쪽씩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해 졌을까요?
둘째, 제 우울의 상태를 기록해보고 싶었습니다. 정신과에 다닌 지 어느덧 1년 반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어 보이고, 제가 하루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잊게 되었어요. 힘이 없으니 일기를 쓰지도 못하고 기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에 털어놓고 싶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이 제가 한 생각의 일부를, 혹은 상태의 정도를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편지글을 쓰기 시작했지요. 때로는 친한 지인보다 익명의 누군가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더 시원할 때가 있으니까요.
별 것 아닌 일인 것 같지만 저에게는 유의미한 일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제 기분의 상태가 어떤지, 어떤 기분으로 일상을 살아내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영부영 한 달을 채우고 나니 나름의 보람도 얻을 수 있었고요. 얼굴도 성함도 모르는 당신께 안부의 말과 제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이 간혹 부끄러울 때도 있었지만, 묵묵하게 찾아와 주시는 당신 덕분에 제 한 달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직 누군가에게 사적인 이야기를 잘 정제하여 털어놓는 것이 서툽니다. 하지만 한 달 전의 저보다는 지금의 제가 조금 더 나아졌겠지요.
한 달이 지나갔으니 저는 다른 목표를 세워 또다시 한 달을 달려보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하루에 30분씩 요가하기 같은 것을요. 당신께서는 어떤 목표를 바라보며 한 달을 사시려나요? 어떤 것이든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어둡고, 감정 기복이 심한 글을 여태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인사가 긴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여기서 이만 줄이려고 합니다. 30일간 당신께 안부를 묻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하루의 마무리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다시 한 달의 계획에 글쓰기를 적게 된다면, 그때 또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늘 평안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21. 06. 30. 물.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