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키른이.
키보드에 빠진 어른이.
얼마 전까지 멤브레인도 몰랐는데
이제는 키압이 어쩌고
바디가 알류미늄이 아니네
스페이스가 텅텅 거리네
어쩌고 저쩌고 거리고 있다.
키보드에 2만원 이상 투자하지 않는다던 누군가는
방금 당근에서 4만 5천원을 주고
독거미 F99를 샀다.
"나는 절대 한글 각인이 없는 건 안 사."
라고 했던 어느 누군가는
지금 영어 각인만 되어 있는
해외구매를 했을
키압이 무거운 키보드를
옥구슬 오로로로록
굴러가는 소리에 반해서
천천히 한 글자씩
부드럽게 꾹꾹 누르며
이 글을 쓰지 않고서는 못 베기고 있다.
키보드
키보드
미친 키보드.
키보드 진열대를 넘어서
나만의 키보드 역사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진다.
이제까지 구매한 거 절대 안 팔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