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_그건 니 생각이고!
인생이 복잡하고 무겁게 느껴지거나, 누군가가 자꾸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유난히 거슬리는 날이면 장기하의 ‘그건 니 생각이고’를 들어보자.
이 길이 내 길인 줄 아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이 그냥 거기 있으니까 가는 거야.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 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내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니가 나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걔네가 너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면 니가 걔네로 살아 봤냐 아니잖아
아니잖아 아니잖아 어? 어? 아니잖아 어? 어?
그냥 니 갈 길 가 이 사람 저 사람 이러쿵 저러쿵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뭐라 해도
상관 말고
그냥 니 갈 길 가
미주알 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조곤 해도
못 알아들으면 이렇게 말해버려
그건 니 생각이고
아니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마는
그건 니 생각이고
노래는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너처럼 아무것도 몰라, 결국에는 아무도 몰라, 그냥 니 갈 길 가’라는 위대한 발견과 제안으로 마무리되는데 내가 볼 때 아무래도 장기하는 천재다.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이 있으니까 가다 보면’ 마라마라(麻辣麻辣)한 것이 매우 당길 때가 있다. 우리 식구는 모두 중식 러버들이라 외식은 주로 중식으로 먹는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맵지 않은 음식도 함께 먹을 수 있으니 심이와 함께 하는 것이 문제없지만, ‘마라롱샤(麻辣龙虾)’와 ‘촨촨샹(串串香)’만은 예외였다. 마라롱샤를 안 매운맛으로 선택해서 먹는다는 건 뭐랄까, 너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고(과연 누구에게?), 육수가 매운맛뿐인 촨촨샹도 심이에게 어울리는 음식은 아니었다.
(그건 니 생각이고!를 외치며 코웃음을 칠 심이 얼굴이 그려진다.-_-;)
그리고 우리에게는 코로나로 인해 늦게 개학한 탓에 정상 수업을 하는 3번의 토요일이 있었다. 마지막 그 귀한 토요일에 춘과 나는 대낮 촨촨샹과 맥주를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밤 10시에도 입맛이 당기면 훠궈를 먹으러 집 근처 ‘하이디라오’에 갈 정도로 훠궈에 한참 빠져있었다. ‘한밤 훠궈 나들이’에 시들해질 무렵 ‘촨촨샹(串串香)’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요즘 젊은 애들은 훠궈보다 촨촨샹을 더 좋아한대”
촨촨샹의 정체를 찾아보니 쓰촨 청두에서 시작된 대중적인 음식으로 탕에 재료들을 넣어서 익혀 먹는 게 ‘훠궈’와 비슷한 음식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막대기에 꽂혀 있는 재료들을 내가 직접 골라와서 익혀 먹는 방식이니 ‘꼬치 훠궈’ 정도가 되려나? 꼬치 하나에 1위안(170원) 정도라 가격 부담도 적다. 그릇으로 주문해야 하는 훠궈 집에 가면 인원이 많지 않은 이상 다양한 재료를 시켜 먹기가 힘들기 마련인데 촨촨집에서는 둘이 양껏 골라 먹어도 200위안(한국 돈 34,000원)안쪽으로 다양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쏙쏙 빼먹는 게 재미있다.
인생도, 음식도 역시 재미지!
희한하게 생긴 촨이라는 글자다. ‘꼬치구이’라는 뜻인 이 글자는 꼬치에 재료들이 꽂혀 있는 모습을 본 떠 만든 상형문자다. 발음은 촨촨, 북경식 얼화를 섞어 보면 촬촬! 발음도 재미있네, 촬촬!!
우리는 오빠가 자주 가봤다는 촨촨샹 체인인 ‘马路边边’에 가기로 했는데(요즘 중국에서 엄청 핫한 촨촨샹 체인점인데 검색하다 보니 명동에도 체인점이 있다고 한다. 오 놀라워라.), 낮술을 들이켜도 안전하게 심이를 픽업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순의 샤인 시티점으로 향했다.
马路边边의 콘셉트도 독특하고 재밌었는데, 이름에 딱 맞게 길거리에서 먹는 것 같은 느낌의 인테리어였다. 언제나 우리 탁자를 주시하며 무언가를 챙겨주는 ‘하이디라오’ 종업원들의 과한 친절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아서, 아무도 우리를 상관하지 않고 내 멋대로 먹고 나중에 꼬치 개수만 세어 계산하면 되는 분위기가 편했다.
따종디앤핑에서 오후 4시까지 쓸 수 있는 2인용 타오찬(세트)을 샀다. 148원에 꼬치 80개, 소스 2인분, 인기 小菜 2개가 포함되어 있는 환상적인 세트!!
결국 중간에 꼬치 개수를 잘못 세는 통에 74개밖에 먹지를 못하고 애데렐라로 변신하긴 했지만,
둘이 먹기에 충분했다.
马路边边 양념 코너에는 신기하게도 마장(麻酱)이 없었다. ‘훠궈=마장’이라는 공식이 있는 나에게 매우 놀라운 사실이었다. 대신 청두의 전통 양념을 만드는 방법을 붙여두었다. 기름과 육수를 반씩 섞어 소금과 콩가루를 넣어 먹는다고 한다.
행복한 마라마라한 시간, 꼬치를 쏙쏙 발랄하게 빼먹으면서 생각해 본다.
내 인생에서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말을 해본 적이 있었나? 보기보다 소심하며 주변 이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며 살아온 나에게 그런 경험은 전무.
갑자기 '그건 니 생각이고'를 부른 장기하처럼 아무것도 아니지만, 실로 위대한 생각이 파고든다.
인생 별거 아니잖아, 더 가볍고 재미있게 살아도 되잖아. 나로 살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감히 ‘그건 니 생각이고’를 말해 보지 못한 세상에서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 위에 촨촨샹이 있다.
거리에서 파는 ‘촨촨’을 커다란 종이컵에 들고 먹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거리에서 떡볶이나 어묵을 사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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