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게도 함께 마중 나와 준 동생 남친 덕에 차를 타고 동생이 사는 동네로 갔다. 필리핀 공항에서 도심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고 했다. 비행기가 연착된 탓에 도착하고 나니 시간은 이미 거의 1시가 다 된 시간이었으나 산 미구엘 생맥주는 포기할 수 없어 보니파시오 내에 펍이 줄지어 있는 곳으로 갔다. 가는 길에 동생 남친이 지름길인 듯한 길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길이 막혀있는 게 아닌가. 서울에서 특정 일에 행사 같은 게 있을 때 잠시 길을 통제하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무슨 낚싯줄인 듯 밧줄인 듯한 것들로 대충 길을 막아두었다. 잘 보이지도 않았다. 단지 우리 앞에 다른 차량들은 온데간데없고 오토바이 한 대만 달랑 있던 것과 있는 신호도 잘 안 지키는 것 같은 필리핀의 오토바이 운전자가 있지도 않은 신호 앞에 오토바이를 멈추고 있길래 뭔가 이상함을 느껴서 서행을 하며 살펴보게 된 것이다. 워낙 제멋대로 길을 막아둔 탓에 오토바이 운전자도 긴가민가 했는지 서행을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곧 낚싯줄인지 얇은. 밧줄인지 하는 것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걸려 넘어졌다. 줄 위치가 오토바이 운전자의 어깨와 목 언저리였다. 속도를 내서 오토바이를 몰았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뻔했다. 필리핀 땅에 떨어지지 불과 30여 분 만에 바로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하고 나는 조금 벙쪘다. 편견을 가지려고 각오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내 눈에 비친 마닐라는 여자인 나와 비슷한 키를 뽐내며 위풍당당하게 장총을 어깨에 매고 방긋방긋 웃던 공항 가드들과 거리는 2차선인데 3차, 4차선으로 차선을 만들어 달리는 차량과 오토바이들, 그리고 방금 눈앞에서 넥 슬라이스를 당할 뻔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부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동생 남친이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다가가 그가 멀쩡한 것을 확인한 후 우리는 다른 길을 통해 보니파시오 펍 스트리트로 진입했다. 가는 길에 맥도날드를 지나쳤다. 동생은 다짜고짜 여기 필리핀에서는 맥도날드를 막도라고 한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정보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다가오면 별안간 머리가 하얘진다. 호주 사람들처럼 맥도날드를 다짜고짜 마카스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4음절인 맥도날드를 2음절 막도까지만 발음하는 것은 꽤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은 처음에 하도 사람들이 막도 막도 하길래 막도가 필리핀의 로컬 식당 같은 것인 줄 알았다고 덧붙이며, 필리핀에만 있는 흥미로운 표현으로 필리핀 사람들은 말 끝마다 ‘뽀’를 붙인다고 했다. 말을 보다 정중하게 만들어 주는 표현이라고 했다. 땡큐라고 하면 되는데 좀 더 정중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땡큐 뽀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구나… 굿 투 노우 뽀…
이내 동생 남친이 차를 주차하고 드디어 보니파시오 펍 스트리트에 내렸다. 2년 8개월 만에 외국 땅에 발을 디디자 그곳이 비록 살면서 굳이 갈 일이 있을까 싶었던 마닐라였을지언정 감개무량했다. 마닐라 보니파시오의 첫인상은 서울과 비슷한 부분이라고는 높은 빌딩들 뿐었이지만 뭔가 서울 같이 익숙하면서 그렇다고 방콕과는 또 느낌이 달랐고, 좁은 폭의 인도는 마치 멜버른을 연상시켰다. 펍 스트리트는 자정이 넘은 시간임에도 사람으로 북적였다. 동생과 동생 남친이 미리 봐 둔 펍이 두 군데 있다고 했다. 그중 사람이 덜 붐벼 보이는 펍으로 갔다. 저녁 즈음에 비가 왔는지 테라스 쪽 의자들은 약간의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내부에 자리가 없어 다른 옵션이 없던 터라 테라스 쪽에 앉았다. 동생과 동생 남친은 집들이에 다녀오는 길이라 배가 부르다고 했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앞 좌석에 앉은 필리핀 여자가 보던 나 혼자 산다 화면을 초점 없이 응시하며 롯데리아 치킨너겟을 씹은 게 전부였지만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내가 목말랐던 것은 오직 맥주뿐… 메뉴와 맥주를 시키고 한국에서 사들고 온 선물이라고 하기엔 다분히 약소한 것들을 동생에게 전해주었다. 못 본 사이에 유튜버가 된 동생은 브이로그를 촬영을 위해 카메라 셋팅을 마치고하나하나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중간중간 물건을 카메라 앞에 가져다 대며 감동 어린 목소리로 멘트를 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동생 남친은 동생을 위해 핸드폰 카메라 쌩 플래시 조명을 켜 주었다. 이어 맥주와 메뉴가 나왔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생과 나는 이깟 비 따위 이겨내자며 의기투합하였으나 맥주와 바베큐, 소스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에 결국 굴복하고 자리를 옮겼다.
우리는 새벽 3시까지 마시고 아침 7시에 우리 기준 나름 새벽같이 일어나 웨이크 보드를 타러 클락으로 향했다. 마닐라에서 사업을 한다는 동생 남친의 아는 형이 결혼은 한국 여자와 하고 싶은지 주변에 예쁜 한국 여자 없냐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동생이 우리 언니 이뻐요 라며 주접을 떨었다고 한다. 그 결과 당사자들보다 주선자가 더 신난 소개팅 약속이 생겼고, 언제 한 번 내가 마닐라에 가거나 동생 남친의 아는 형이 한국에 오는 일이 생기면 소개팅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그 사이에 내가 남친이 생겨버렸고 동생은 형부 자리 티오 마감됐어요 라는 심심한 소식을 전했으나 내가 마닐라에 놀러 온다는 소식을 들은 그 동생 남친의 아는 형이 클락까지 편히 가라며 개인 기사를 붙여줬다. 역시 사업을 해서 배포가 큰가 보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호의를 감사하게 받고 클락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다. 4시간밖에 자지 못해 카페인이 시급했다. 커피를 사러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동생은 필리핀 스타벅스에서 파는 로컬 메뉴를 가리키며 맛있다고 한 번 시도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하나는 치즈빵이었고 하나는 안에 풀드포크같은 고기가 들은 빵이었다. 아침부터 치즈가 범벅된 빵은 조금 힘들어 고기가 든 빵을 골랐다. 한국에서 동생이 좋아하는 스콘 집에 들러 마닐라까지 싸들고 갔다. 스콘과 고기가 든 빵을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었다.
하늘 반 쪽은 흐리고 반 쪽은 맑게 갤 기미가 보였으나 쉽사리 날이 맑아질 것 같지는 않았다. 코로나 전 내 취미 중에 하나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항공권을 검색한 다음 최저가부터 나열해 구경하는 것이었다. 동생이 웨이크 보드를 타러 클락에 가자고 했을 때 가본 적도 없는 클락이라는 곳이 왜 이렇게 낯익게 느껴지는지 클락에 가는 내내 생각을 해보았고 마침내 항저우, 대련과 비등비등하게 낮은 항공권 가격을 자랑하던 곳이 바로 클락이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중국에 비하면 이국적이어도 한참 이국적인 필리핀 클락이라는 지명이 괜히 매력적으로 느껴져 항공권을 살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거의 허허벌판에 가까운 도로를 달린 끝에 도착한 클락에는 드물게 몇 개의 가게들이 있었고 그 얼마 안 되는 가게들 중에 염소탕을 파는 식당이 있었다. 싼 가격에 홀려 클락에 정말로 배낭 하나 매고 왔다면 어쩔 뻔했나 아찔했다.
보드를 타러 간다길래 막연히 바다에 가는 줄 알았다. 나는 보드를 눈 위에서 약 10미터가량 타 본 적은 있는 것도 같으나 물 위에서는 단연코 한 번도 타 본 적도 없으면서 보드는 당연히 바다에서 탈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은 당연히 빗나갔고 우리는 작은 인공 호수 같은 웨이크보드 타는 곳에 내렸다. 내 키의 반만 한 애기들이 자기들보다 더 큰 보드를 들고 지나갔다. 쟤네도 타는데 내가 못 타려고. 웨이크보드 타는 곳 왼쪽 한 켠에는 초보자용 자그마한 연습 공간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아주 아주 큰, 대략 초보자용보다 대여섯 배는 커 보이는 숙련자용 공간이 있었다. 왼쪽 초보자용 연습 공간으로 걸어가면서 한 세네번 연습하면 바로 오른쪽으로 갈 수 있겠지 하는 기대 반, 웬지 모르게 오늘 하루를 꼬박 있어도 오른쪽으로 절대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은 걱정 반이 동시에 느껴졌다. 웨이크보드 강사는 보드 위에 스쿼트 하듯 앉아 발꿈치에 기대라고 했던 것 같고 줄을 잡아당기지 말라고 했던 것 같다. 같은 말을 족히 세 번은 했다. 뭘 그렇게까지 강조하나, 날 뭘로 보고. 웨이크보드 위에 스쿼트 하듯 쭈그려 앉아 줄을 잡았다. 이어 곧 출발했고, 한 5초 겨우 버텼나, 바로 물속으로 고꾸라졌다. 동생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현타가 느껴지면서 왠지 오늘 하루 꼬박 여기 있는다 해도 결코 초보자용 공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 차라리 한국이었으면 적어도 쪽이 팔리진 않았을 것 같다. 하필 한국인은 나와 동생과 동생 남친 뿐이고 그 밖엔 전부 필리핀 사람이어서 우리 차례가 될 때마다 알게 모르게 필리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출발을 했다 하면 5초를 못 넘기고 자빠져버리니 여간 쪽팔린 게 아니었다. 필리핀 사람들 케이팝 케이드라마 좋아한다는데. 내가 케이팝, 케이드라마 관계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케이 국가 출신 국민으로서 이런 추한 꼴을 보이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그냥 쪽팔렸다는 얘기다. 결국 한 두어 번 더 시도 끝에 포기하고 맥주를 시켰다. 역시 쉬운 것 하나 없는 인생이다.
열심히 웨이크보드를 타고 맥주를 마신 뒤 졸리비에 갔다. 필리핀의 롯데리아 같은 곳이라고 했다. 고추장 맛이 나는 파스타와 마늘 맛이 잔뜩 나는 파스타를 치킨과 함께 먹었다. 동생과 동생 남친은 역시 치킨은 한국 치킨이라고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먹은 한국 치킨, 비행기 안에서 허공을 응시하며 씹었던 롯데리아 치킨 너겟이 생각났다. 그 치킨에 비하면 졸리비 치킨도 나쁘지 않은데. 웨이크보드를 타면서 물 속으로 고꾸라질 때마다 영혼까지 물에 두고 나온 건지 넋을 놓고 식사를 했다. 졸리비에서 나와 염소탕 파는 식당을 지나치고 알 수 없는 한인 업소들을 지나치고 분명 2인용 오토바이인 것 같은데 추가 2인에 강아지까지 실을 수 있도록 개조한 요상한 오토바이 몇 대를 구경하다 보니 마닐라에 도착했다. 고맙게도 동생과 동생 남친이 고급 마사지를 예약해두었다. 셋 다 오일 마사지를 받기로 하고 동생과 나는 2인실에 들어갔다. 지난날 공항에서부터 체크인 줄 기다릴 때부터 누적된 피로가 한 번에 몰려와 마사지 베드에 눕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잠들기 직전 오케이 뽀, 땡큐 뽀, 아이 갓잇 뽀 하는 말들이 들렸다. 아, 예의를 갖춘 격식 있는 대화들이 오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오랜만에 받는 오일 마사지는 정말이지 좋았다. 간지럼을 쉽게 타는 탓에 중간중간 곤란했던 상황들이 있긴 했지만 터져 나오려 하는 웃음을 참으며 움찔대는 상황마저 스릴 있었다. 가뿐해진 몸으로 나는 동생을 따라 그린벨트라는 쇼핑몰에 갔다. 주차장에서 쇼핑몰 입구를 찾지 못해 살짝 헤맸다. 쇼핑몰은 과연 이름대로 온 사방팔방이 초록이었다. 방콕의 어느 쇼핑몰 같다는 느낌이 드는 한편 코로나로 방콕에 마지막으로 다녀온지도 한 세월이라 대뜸 어떤 쇼핑몰인지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서운했다. 물론 여전히 쇼핑몰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어느 로컬 체인 카페에 들어가 동생이 맛있어서 기절할 뻔했다는 망고케익을 한 조각 주문했다. 점심 먹고 아직 배부른 것도 있고 저녁을 곧 먹을 예정이라 케익 한 조각만 주문했던 우리는 성대한 메뉴들을 주문한 여러 테이블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너무나 눈에 띄어서 우리 주문을 잊어버리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주문을 잊은 건지 인종 차별인 건지 주문이 들어가고 20분이 지나도록 케익이 나오지 않았다. 케익을 새로 만들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기엔 상당히 의심스러웠으나 웨이크보드의 여파로 기력이 없던 우리는 잠자코 기다렸다. 유튜버인 동생은 브이로그를 찍었던 것도 같다. 20여 분 만에 케익이 나왔다. 상큼한 망고맛이 입 안을 휘감으면서 메이플 시럽 향이 감도는 폭신한 식감의 시트와 부드럽고 고소한 생크림이 조화롭게 녹아내렸다. 다만 가장자리 부분의 케익조각을 서빙해 준 탓에 망고와 크림의 양이 이전에 먹었을 때에 비해 반도 안 된다며 동생이 분을 삭였다. 우리 테이블과 간발의 차이로 망고 케익을 받은 다른 테이블들의 케익은 훨씬 크림이 많아 보이긴 했다. 나는 지금 이 케익도 충분히 맛있었지만 크림이 더 많으면 더 맛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우리 아무래도 다른 테이블들보다 서빙도 늦게 해 주고 케익도 끄트머리를 준걸 봐서는 인종차별당한 것 같다고, 초보 유튜버인 동생에게 썸네일에 '필리핀에서 인종 차별 당했어요..'라고 대문짝만 하게 적어 어그로를 끌면서 조회수를 노려보라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동생은 구독자의 절반이 필리피노라며 거절했다.
동생은 최근에 기가 막힌 꼬치집을 발견했다며 그곳에서 간단히 맥주 한 잔을 하자고 했다. 거리가 멀지 않아 보여 우리는 케익도 소화시킬 겸 슬렁슬렁 걸어가 보기로 했다. 이윽고 나는 서울시 중구에 도착한 줄 알았다. 중구 우리은행 내지 한국은행과 흡사하게 생긴 건물들과 을지로 2-3가에서 볼 법한 건물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신기하다고 사진을 찍는 나를 동생이 찍어주었다. Sns에 올리려다 필리핀에 갔다더니 왜 을지로 사진을 올리냐는 메시지를 받을 것 같아 마저 걷던 길을 걸었다. 걷다가 이번엔 멜번에서 내가 좋아하던 공원과 흡사하게 생긴 공원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길을 잃었다. 길을 잃었다기보다는 찾아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다. 우리는 같은 길을 계속 맴돌며 멜번과 흡사한 공원 근처를 서성이다 결국 우버를 불렀다.
식당에 도착해 삼겹 꼬치와 필리핀 음식 바초이를 시켰다. 바초이는 동생도 안 먹어본 음식이라길래 괜히 도전하고픈 욕구가 샘솟았다. 돼지 내장 혹은 부속고기와 에그누들이 들어있는 국물요리였는데, 치킨스톡 맛이 나는 국물 맛이 아주 친숙해 맛있게 먹었다. 주문한 삼겹 꼬치, 닭꼬치와 함께 소스와 라임이 나왔다. 동생은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라임 씨앗이 소스에 들어가지 않도록 라임즙을 짜냈다. 마치 볼일을 본 후 응당 손을 씻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나머지 나는 미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눈치채지도 못했는데 동생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본인은 이제 씨앗을 소스에 빠트리지 않고 라임 즙을 짤 수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남친한테 배웠다나.. 남친이 처음 이 기술로 라임즙을 짜주는 모습을 봤을 때 살짝 반했다나.. 그렇구나. 고급 기술로 짜낸 라임즙이 들어간 소스에 꼬치를 찍어 먹었다. 꼬치도 맥주도 맛있었다. 이태껏 먹은 필리핀 음식들은 전부 채소라고는 전무한 극강의 육식파 음식들이었기에 슬슬 무의식 중에 채소를 원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절여진 것이나마 채소를 먹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