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손이의 육아 스케치 No.53
저녁을 먹고 쉬는 시간인데 다현이는 책상에 앉아 '두더지 게임'을 열심히 하더라. 고득점을 올리려고 열을 올리는 우현이와 달리 다현이는 50점 100점에도 좋아했는데 무슨 일인지 오늘은 하고 또 하고 열심히 했어. 그러더니 금세 595점이라는 신기록을 세웠지. 갑자기 달라진 모습에 엄마가 폭풍 칭찬을 하는데 신난 다현이가 엄마 옆으로 와서 말했어.
"조영숙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게임을 하는데 잘 안된다고 한 번만 하는 사람, 지혜가 없는 거고! 여러 번 노력하는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다!" 눈을 빛내고 제스처를 써가며 웅변하듯 이야기하는데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참 미덥더라.
한쪽에선 우현이와 쓰기 연습을 했는데 마음 가는 대로 쓰기에 획순을 일러줬지. 그런데 우현이가 '획'이라는 말을 낯설어하더라.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한 번 긋는 선이나 점을 을 '획'이라고 해. 또 만약 누군가 새롭고 위대한 발견을 하면 그 사람을 두고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라고 표현하지.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을 개발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거야."
스티브 잡스 전기를 좋아하는 우현이는 갑자기 눈이 촉촉해지며 벅찬 표정을 짓더니 "엄마.... 나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역사에 한 획을 그을래요!" 하는 게 아니겠니? 가슴 떨며 하는 너의 그 큰 말에 놀라 엄마도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데 갑자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책에서 본 정약용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한때의 재해를 당했다 하여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젊은이의 가슴속에는 항상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기상을 품고 천지를 조그마하게 보고 우주도 가볍게 손으로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옳다."
얘들아, 얼마든지 크고 푸른 꿈을 꾸렴. 지혜롭게 도전해서 그 꿈을 이루기도 하고, 뜻밖의 좌절에 포기하지 말고, 원한다면 역사에 근사하게 한 획도 그어 봐. 엄마는 가슴을 쫙 펴고 너희가 어떤 인생을 살던 믿고 응원하고 기도해 줄게. 힘내라! 황우현! 힘내라! 황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