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콘퍼런스 일정을 다 마치고 솔 데 오르 호텔 밖으로 나왔다. 리마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호텔에서 조금 걸어서 몇 블록을 통과하니 이국적 멋진 해변이 나타났다. 리마의 최고의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현대적인 쇼핑센터, 여러 맛집들, 사랑의 명소로 유명한 아모르 공원 등이 해안절벽 위로 이어져 있다.
우리가 콘퍼런스를 위해 자리 잡은 곳은 리마의 신도시 미라 플로 래스 지역이다. 고층 빌딩이 들어서 있고 부산의 해운대 신도시 같은 분위기다. 치안까지 가장 안전한 지역이다 보니, 외국인이 페루 리마에 오면 반드시 찾는 유명 관광코스이다. 쇼핑센터 안에는 태평양에서 잡은 신선한 해산물들을 식재료로 하는 레스토랑들이 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 메뉴가 체비지이다. 생선 요리로 우리나라 물 회와 비슷하지만 소스가 다르고 풍미도 다르다.
점심시간이 되어 쇼핑몰 안에 있는 뷔페식 식당에 들어갔다. 태평양 바다가 시원스럽게 내다보이는 절벽 위에 이국적 테라스, 그 위에 자리들이 즐비했다. 테이블마다 사람들로 가득 찬 모습에서 유명세를 느낄 수 있었다. 손님들은 주로 백인들과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종업원은 백인과 인디오의 혼혈인 메스 띠 소 들이다. 원주민 인디오들은 보이지 않았다.
페루의 아픈 역사와 불편한 현실이 느껴져 왔다. 인디오들은 미라 플로 래스 지역에 조차도 올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부분 빈곤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 속에서 ‘우리는 한국에서 유명한 고급식당에 가는가?’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 손님들이 왔다는 말을 듣고 페루 대표와 임원이 인사차 와서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도 혼혈인 메스 띠 소들이었다.
이층 버스에서 내려다본 리마 시가지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일정은 관광용 버스를 타고 본격 시내 투어에 들어갔다. 시내투어 전용버스는 2층 버스이다. 2층은 오픈카 형식으로 되어 있어 특이하고 인상적이다. 차의 외관과 색상, 화려한 무늬, 남미답게 역동적이다. 나는 시내를 꼼꼼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에 2층으로 올라갔다. 남미의 이국적 거리의 풍경을 계속 즐기고 싶은데, 어느 순간부터 졸음이 왔다.
아마도 시차와 그간 누적된 피곤이 식후에 달리는 차에서 찾아왔던 것 같다. 아쉽지만 1층 좌석으로 슬며시 내려왔다. 얼마간 졸다 보니 버스가 리마의 중심지 센트로 지구로 들어왔다.
리마 센트럴지구 아르마스 광장
센트로 지구는 리마의 5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그 역사는 16세기 유럽 국가인 스페인의 침략과 지배의 역사이다. 센트로 지구 중심에는 리마의 메인 광장인 아르마스 광장이 있다. 스페인이 남미를 정복하고 도시를 건설할 때는 메인 광장 중심으로 도시를 확장시켜 나갔다. 그래서 남미 국가들의 도시에는 아르마스 광장이 있다. 나는 유럽 지배 역사의 산물이 남미 국가들의 중심에 고스란히 버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아르마스 광장의 주변에는 대통령궁과 프란시스코 대성당 같은 중세 유럽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대성당들은 유럽인들이 잉카제국을 정복하고 그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기 위하여 세운 것이다. 결국 세월이 흘러 남미인들 90%가 천주교인이 되었다. 인디오들은 자신들의 정복자가 준 기독교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가? 나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