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기_6

잉카의 수도, 쿠스코를 가다!

by 이강헌

나는 순간 아찔함을 느꼈다. 우리가 탄 비행기가 협곡 사이로 내려간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것이 하늘이어야 하는데, 양쪽 모두 산들이 보인다. 두려운 일이다. 금방이라도 산자락에 충돌하여 추락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비행기는 늘 그래 왔다는 듯이, 계곡을 빠져나와 쿠스코 공항 위를 선회한다.


운 좋게도 나의 비행기 좌석은 창가였다. 비행기가 쿠스코 공항 위를 천천히 선회할 때에, 위에서 내려다본 쿠스코의 모습,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도시답게 아름다웠다. 고산 분지 안에 펼쳐진 건물 지붕들, 붉은색을 띤, 고색창연함으로 다가오는 모습들은 감동적이다. 왜 세계인들이 쿠스코의 매력에 빠져드는지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비행기는 바닥의 거친 느낌을 주며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쿠스코는 페루의 수도 리마와의 거리는 1,000km나 떨어진 먼 곳이다. 버스로는 22시간이 걸린다 하여, 비행기로 타고 왔다.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에 도착했다. 쿠스코는 한국에서부터 가슴 설레게 했던 곳, 나는 오래전부터 잉카문명에 대한 호기심과 돌을 다루는 기술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쿠스코 잉카 왕국의 돌 담벼락, 철기 도구가 없는 시대에, 면도날도 안 들어갈 정도로 빈틈없이 돌을 다듬어 쌓았다.

쿠스코는 도시 바닥이 백두산 꼭대기보다 한참 높은 3,400m에 육박하는 고산도시이다. 수목한계선 2,800m를 넘으면, 사람들은 기압 차이와 산소 부족으로 고산병에 시달린다. 두통과 구토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고산병이다. 고산병 예방약을 먹고, 빨리 움직이지 않고, 안정을 취해야 된다는 조언을 사전에 들었다.


공항에 밖으로 나와 숙소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호기심 가득 찬 마음으로 창밖을 유심히 내다보았다. 풍경이 리마와 또 다르다. 공항 입구부터 자동차 도로도 넓지 별로 않고, 큰 건물의 즐비함도 없다. 이국적 분위기를 풍기는 오래된 건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지어 서있었다.


택시기사들이 공항을 빠져나와 인도를 걷고 있는 여행객들에게 달라붙어 호객행위를 한다. 배낭을 지고 걷는 젊은 두 명의 한국 여자들에게도 호객꾼이 달라붙어 있는 모습도 보인다. “쿠스코에선 아무도 믿지 마세요!” 말이 있다. 딸 같은 저들의 용기에 놀라며, 안전한 여행이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들었다.


쿠스코 공항 밖 모습, 공항에서 나온 사람들이 시가지를 향해 걷고 있다.


도착한 숙소는 고대 잉카제국의 수도 중심지이다. 잉카인의 숨결과 그들의 흔적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쿠스코는 잉카문명과 유럽 문명, 두 문명이 공존하는 도시다. 현재 수도 리마는 스페인이 바닷가에 새로운 터를 닦아 건설한 도시지만, 쿠스코는 스페인이 잉카제국 수도를 피로 정복하고, 잉카인들의 뛰어난 석축 기술 기반 위에, 유럽방식의 새로운 건물들을 세웠다.


쿠스코 도로


도시 중심에 리마처럼 아르마스 광장이 있다. 하지만 주변으로 이어지는 이면 도로는 많은 부분이 잉카제국의 고대도로를 사용하고 있다. 도로 바닥에는 잉카인들이 돌로 만든 포장도로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 길을 잉카의 후예 인디오들이, 크고 무거운 짐들을 지고 천천히 걷는 모습을 보면, 왠지 시간이 멈추진 것 같은 생각, 저들의 역사의 슬픔 같은 것이 아련히 느껴져 온다.


아르마스 광장 주변의 식당과 카페, 멀리 산동네에서 비치는 불빛


오랜 세월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숙소에 짐을 넣고, 저녁식사를 위해 ‘사랑채’라는 한인식당에 찾아갔다. 한국에서 온 젊은 부부가 와서 식당을 하고 있다는 말에 조금 놀랐다. 코이카 한글 봉사 차 쿠스코에 왔다가 이곳 매력에 빠져들어, 눌러앉아 민박과 함께 식당을 하게 되었다 한다. 김치찌개와 같은 한국 음식에 반가웠다. 그러나 입에 당기지 않았다. 대충 요기만 했다. 지나서 보니 이미 고산병 증상이 내 속에서 시작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르마스 광장 주면에 호텔 숙소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둑한 밤이 되었다. 조금 걸어 나오니 유명한 아르마스 광장이 나타났다. 각국의 적당한 관광객들로 분위기도 적당했다. 광장 주변에 둘러선 오래된 대성당, 즐비한 이색적이고, 고풍스러운 식당과 카페들, 그리고 쿠스코 특유의 야경 불빛들, 여기가 왜 그토록 유명한 여행지임을 말해주고 있다.


아르마스 광장 주변


맘에 드는 2층 카페로 올라 잉카 콜라를 마시며, 쿠스코 여행의 백미로 꼽는 은은한 황금빛 야경 즐겼다. 멀리 사방의 산 위 집들에서 비치는 수많은 불빛들, 별빛 같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 빛은 가난한 인디오들이 살고 있는 수많은 산동네에서 나오는 빛이다. 잉카제국의 상징인 황금색 불빛에서 잉카인의 아련한 슬픔도 함께 느끼는 난 좀 별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