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바뀌어 가는 아쉬움

by 김리우


오랜만에 태백에 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풍경이 달라지는 걸 보고, 거의 다 왔구나 생각했다.

안산보다 선명한 겨울 냄새와

많아진 나무들과 산을 보면서도 느꼈다.


버스에서 내려,

길에 깔린 눈을 밟았다.


‘뽀드득 뽀드득.’


분명 같은 눈을 밟는 건데,

태백에서 밟는 눈은 다르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이

눈을 밟는 느낌이었다.

오랜 시간이 묻어 있는 이곳,

그럼에도 무엇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있는 이곳.


모든 게 그대로였다.

옆집의 옆집,

길 건너 개울가, 길 건너 다리까지.

그래서 나는 이곳을 자주 오지 않았다.

변화를 하고 싶던 나에게

변하지 않는다는 건 재미없게 느꼈다.


할머니를 뵈었다.


집 안도 그대로였다.

은색 철문, 작은 신발장,

들어와서 바로 보이는 왼쪽의 거울,

작은 티브이, 작은 주방.

발바닥을 통해 온기가 느껴졌다.


여긴 정말,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구나.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늙은 노인의 모습은 한 해가 지날수록

더욱 야위고, 작아진다.

한번 안아도 본다.

이젠 내 허리쯤에 닿는 할머니의 얼굴에

내가 큰 건지, 할머니가 작아 지신 건지.


왜 우리만 변해야 하는지 억울했다.

오래도록 안아드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 집처럼, 주변의 풍경처럼,

저 개울가의 다리처럼,

할머니도 그렇게 그대로 계셨으면 했다.


처음 보는 20대 초반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거실에 앉아 나를 어색하게 쳐다본다.

나 역시 그 생경함에 애써 인사를 건넸다.

아기 때 봤던 조카들이 이렇게 컸다.

딱히 할 말도, 액션을 할 것도 없었다.


우리 세대는 이렇게,

그냥저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재간을 전 세대의 사람들보다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체화하며 살아간다.

그게 미덕이고, 자연스러움이 됐다.

그건 꽤나 씁쓸함이 느껴진다.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자연스레 여러 번의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조용히 숨죽여 핸드폰만 바라본다.

내일 제사를 지내면 다시 집에 쫓기듯 가서

오늘 일을 잊으며 살아가겠지.

그러다 또 변하지 않는 이곳에 와서

그냥저냥 이렇게 누워있다 가겠지.


아무 일 없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