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여행_8
… Ground Transport Concierge,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
싱가포르로 한 번 더 여행을 가게 된다면 나는 또 Ground Transport Concierge를 이용할 것이다. Ground Transport Concierge는 창이공항을 출발점으로 하고 싱가포르 내 웬만한 호텔을 도착점으로 하는 셔틀버스로 비용은 성인 9달러, 12세 미만 어린이는 6달러다. 모든 호텔을 들리는 게 아니라 해당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이 묵는 호텔만 들르기 때문에 노선과 소요 시간은 그때그때 다르다. 장점은 시내 구경을 하며 편하게 호텔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 단점은 내가 묵는 호텔이 종착지가 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Ground Transport Concierge의 표는 넓디넓은 창이공항의 4개 터미널이나 창이공항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현장 구매가 어렵지도 않고 가격도 똑같기 때문에 굳이 사전에 구매할 필요는 없다. 현금으로 구매를 하려면 직원을 통해야 하며 카드 결제도 괜찮으면 배치되어 있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된다.(@창이공항 홈페이지)
나는 2 터미널에서 탑승을 했는데 터미널이 4개인 탓에 버스 안에서 꽤 오랜 시간 공항 구경을 했다. 주차장 건물을 단정하게 장식한 분홍빛 꽃들과 울창하게 뻗은 푸른 가로수들은 싱가포르의 잘 정돈된 느낌을 보여줬다. Ground Transport Concierge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지하철 MRT를 이용했더라면 보지 못했을 것이고, 택시 혹은 동남아 여행 시 필수 이동 수단이라는 사설 택시 Grab을 이용했더라면 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공항을 벗어나니 가지각색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싱가포르에서는 비슷한 건물을 지을 경우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독창적인 디자인을 뽐내는 건물들이 많았다. 싱가포르의 건설부(BCA) 홈페이지에 가보면 싱가포르가 지향하는 건축의 굵직한 특징들을 알 수 있다.(@BCA)
왼쪽, 오른쪽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시내 구경을 하는데 왼쪽 방향에 그 유명한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 탄 사람들 모두 믿기지 않게 서 있는 건물의 자태에 탄성을 질렀다. 마리나 베이 샌즈가 눈에 보이자 ‘곧 버스에서 내리는 건가?’라는 기대가 샘솟았다. 총 네 팀이 버스에 탑승했었는데 다른 세 팀의 숙소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머무를 호텔은 이 곳 근처였기 때문이다. 역시나! 우회전을 하니 ‘만다린 오리엔탈’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Mandarin Oriental Singapore, 1987~)의 외관은 퍽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로 인근에 위치한 리츠 칼튼(The Ritz-Carlton, 1996~), 팬 퍼시픽(Pan pacific, 1986~) 호텔과 비교했을 때 연식에 큰 차이는 없는데 아무래도 높이가 낮은 탓이 있으리라. 체크인을 위해 내부에 들어섰는데 갈색 빛깔의 웅장한 로비, 따뜻한 느낌의 리셉션이 나를 반겨주었다. 체크인을 하는데 전산상의 문제인지 시간이 꽤 걸렸다. 입국 수속에 이어 체크인에도 시간이 걸리니 나 역시 조금 지쳤다. 하지만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최대한 빨리 처리해주려는 직원의 모습에 차마 재촉할 수는 없었다.
호텔에 대한 만족도는 100% 이상이다. 무엇보다도 마리나 베이 샌즈가 보이는 탁 트인 전경에 탄성을 질렀다. ‘마리나 베이 샌즈 뷰’가 따로 있고 비용도 더 비싸다고 들었는데 ‘오션 뷰’로도 충분했다. 특히 내가 배정받은 방은 맨 바깥쪽이었는데 대관람차인 싱가포르 플라이어(Singapore Flyer)부터 마리나 베이 샌즈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어메니티(amenity)는 방마다 조금 다른 것 같다. 여행 마지막 날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맡기고 돌아다닌 뒤 45분간 쓸 수 있는 샤워룸을 요청했었다. 바다 반대편 도심이 보이는 방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샤워룸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메니티가 내가 쓰던 방과는 달랐다. 워낙 습기가 많은 나라고 또한 무료인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출국 전 묵었던 호텔에서 샤워룸 서비스를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만다린 오리엔탈 싱가포르 호텔을 검색해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조식이다. 평소엔 아침을 잘 챙겨 먹지도 않는데 정말 배부르게 먹었다. 특히 빵이 유명한데 달지 않아서 물리지 않고 먹기 좋았다. 호기심에 한국 음식이 있는지 봤는데 밥은 있었으나 찰기 없이 날리는 쌀이었고 썩 내키지 않아 먹지 않았다.
조식을 즐길 수 있는 4층 MELT 입구에 도착하면 손님을 맞는 직원이 방 호실을 물어보고, 처음 조식을 이용하는지, 국적은 어딘지 물어본다. 이용 첫날에는 직원이 친절하게 식당 구석구석을 다니며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려주는데 아마도 나와 같은 언어를 쓰는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을 부르기 위함이었으리라 추측해봤다. 가만 보니 직원들의 이름표 부근에 국기 배지(badge)가 있었는데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은 없었는지 나는 미국 국기를 단 직원에게 안내를 받았다. 식사 자리는 지정해준다. 자리에 앉으면 어떤 음료를 마실지 물어보고 직원이 직접 가져다준다. 물론 음료는 직접 리필 가능하다.
바로 위 5층은 수영장이다. 수영도 못하지만 물에 몸을 조금이라도 담가보고자 수영복도 구매한 터였다. 만다린 오리엔탈의 수영장을 바라보자면 휴양, 휴식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호텔에 도착해 슬쩍 수영장을 구경한 뒤 밤 9시에 다시 수영장을 찾았다. 탈의실이 안 보여 한참을 헤맸는데 입구에서 왼쪽 방향으로 쭉 가다 보면 왼쪽 편에 아래로 내려가는 낮은 계단이 있다. 화장실 같아 보여서 지나쳤는데 가까이 가보니 출입문에 탈의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딱 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샤워부스와 세면대만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따라서 객실에서 모든 준비를 한 뒤 객실에 비치된 샤워 가운 등을 걸치고 수영장에 가는 게 낫다. 탈의실이 워낙 작다 보니 이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물은 꽤 깊다. 처참한 수영 실력과 깊은 물에 대한 공포로 둘째 날에는 유아 풀에 있는 잎사귀 모양의 베드 위에 누워만 있었다. 수영장을 온천처럼 즐긴 셈인데 언젠가 저 수영장에서 멋지게 수영을 하고 말리라. 평영을 하며 수영장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지인들에게 싱가포르에 간다고 말하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묵는지를 꼭 물어봐왔다. 마리나 베이 샌즈에 묵어보진 않아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또 한 번 호텔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또다시 만다린 오리엔탈을 선택할 것이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가는 길에 마리나 베이 샌즈 1층 로비에 들러봤는데 ‘여기는 휴식하는 곳이 아니라 관광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다. 이런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휘어져 있는 건물들, 높게 뻗은 천장만큼이나 거대한 화분들을 보며 놀라움과 호기심이 가득했지만 투숙객과 관광객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번잡한 곳에 숙박하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