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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ya Aug 09. 2020

나는 어쩔 수 없는 ‘앱등이’인가 봐!

  ‘아이패드 에어 3’, ‘아이패드 미니 5’. 최근 일주일 간 구글, 유튜브에서 줄기차게 검색했던 단어들이었다. 결국 난 휴대성에 큰 방점을 두고 또 하나의 애플 제품, 아이패드 미니 5를 구입하고야 말았다.

  애플 제품, 특히 아이폰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애증이 많다. 나의 첫 스마트폰이 2015년 구입한 아이폰6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놀라운데 나는 대학 생활 내내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다. 휴대전화는 CYON 로고가 박힌 LG ‘쿠키폰‘을 썼다. 대학생이 됐던 2010년은 이제 막 스마트폰 사용이 확산되던 때였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라고 하면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즐겨 썼다던 ‘블랙베리‘가 먼저 떠올랐었고, 각종 업무로 바쁜 CEO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제품이었었다. 이동하면서 이메일 확인, 각종 업무 처리 등을 할 일이 없는 나에게는 필요 없는 기계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급속도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됐다. 소위 ‘팀플’이라고 하는 조별 과제를 할 때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가 필수가 됐다. 신입생 때는 “저는 카톡 안 해요.”라고 말해도 용인이 됐다. 하지만 계속 카카오톡 없이 살자니 너무 불편했고, 결국 스마트폰의 역할을 해줄 갤럭시 플레이어를 구매했다. 돈 한 푼 벌지 않는 자취생이라서, 부모님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살게 될 줄은 정말이지 몰랐던 것이다.

  지금은 ‘피처폰(Feature Phone)’이라 불리는 휴대전화와 갤럭시 플레이어 두 개를 들고 다니다가 2015년 봄, 졸업 학기 때 아이폰6를 첫 스마트폰으로 맞이했다. 그 아이폰6는 덥거나 추우면 전원이 자주 꺼지곤 했다. 따지고 보면 1년에 몇 번 있지 않을 일이니 짜증은 났지만 참고 썼다. 하지만 밤새 충전을 하고 별다른 사용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 2018년 배터리를 교체했다. 게다가 사진을 찍으면 잡티가 생겨 알아봤더니 카메라 렌즈가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미러리스 카메라가 있으니 또 참고 썼다. 2019년에는 설탕과 같다던 아이폰 액정에 금이 가고 말았다. 액정이 깨질까 봐 길거리에서 꺼내지도 않았던 때도 있었는데 집 안 책상 위에 올려놨다가 깨져서 참 허무했었다. 액정에 금이 가면 곧장 새 제품으로 갈아타겠다 싶었는데 또 그런대로 적응이 됐다.

  그러다 2020년 5월 아이폰 SE 2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삼성이나 LG 스마트폰을 사려고 알아봤었는데 결국 새로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이다. 다른 스펙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용량만 크면 됐다. 5년간 썼던 아이폰6는 놀라지 마시라, 16G였다. 이 사실을 말하니 주변에서 너무 놀라서 내가 더 당황했다. 어쨌든 용량이 작다 보니 카카오톡과 사진 용량을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했고, 앱을 설치할 때 용량은 반드시 봐야 했다. 적어도 새로 사려는 SE2의 용량은 16G보다 커서 고민 없이 선택했다.

  애플 제품을 쓰는 이른바 ‘앱등이‘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SE2를 구입한 이후 3개월 만에 에어 팟 2, 아이패드 미니 5, 애플 펜슬까지 마련하게 됐다. 누가 봐도 애플 마니아의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이다.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에어팟을 사게 된 이유는 SE2 박스 안에 유선 이어폰이 있었지만 정작 SE2 본체에 이어폰을 꽂을 구멍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은 넘쳐 나는 책들과 휴대하기에는 다소 무거운 노트북으로 인한 고민의 해결책이었다. 이미 두 개의 애플 제품을 가지고 있다 보니 다른 브랜드 제품은 아예 고려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오늘 오랜 침묵을 깨고 브런치에 업로드한 글들도 모두 아이패드로 작업했다. 어디까지나 생각의 문제인데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해왔지만 이상하게 퇴근 후 노트북을 켜고 앉으면 모든 게 숙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사고 나니 글 쓰는 게 훨씬 편한 것 같다. ‘화면이 노트북보다 작아서 집중이 잘 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드는데 아무래도 콩깍지가 단단히 씌었나 보다. 월요일인 내일까지 휴가여서 마음이 무척 홀가분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하자.


  새로운 스마트 기기에 유독 관심이 박했던 그야말로 슬로우 어답터(Slow Adapter)였는데 2020년 8월 현재, 어찌 됐든 애플 제품들을 네 개나 보유하게 됐다. 아, 나는 어쩔 수 없는 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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