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여행_1
‘남는 게 사진이다.’는 말이 있다. 나는 여행을 다녀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말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낀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생각, 힘듦, 냄새, 맛, 온도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잊히고 왜곡된다. 그 시점에서 나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게 바로 사진이다.
그럼 사진은 왜곡되지 않을까? 어찌 보면 사진은 찍는 그 순간부터 왜곡된다. 예를 들어 시들지 않고 생생한 꽃은 한 줌 밖에 없었는데 마치 모든 꽃이 생생했던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보일 듯 말 듯하게 매우 작은 꽃인데 매우 큰 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나는 그 과정이 참 재미있다. 셔터를 누르기 직전까지 카메라를 든 사람의 생각이 온전히 개입된다. 사진은 사진을 찍은 사람의 생각이 오롯이 담긴 결과물이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시든 꽃들 중에서 생생한 꽃들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었을 수도 있고, 홀로 피어 있는 매우 작은 꽃의 생명력을 담고 싶었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전체보다는 작은 부분을 눈여겨보는 편이다. 안도현 시인의 ‘제비꽃에 대하여’라는 시의 구절처럼, 허리를 숙이고 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것들을 찍는 게 좋다. 전체는 왠지 평범해 보이고, 작은 부분은 신기하고 소중해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이왕 찍는 사진, 잘 찍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잘 찍은 사진들을 보며 어떤 각도로 찍었는지, 어떤 값을 두고 찍었는지 살펴보곤 했다. 아이폰 카메라에도 무척 만족했었는데 큰 맘먹고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입했다. 향후 더 좋은 카메라 및 렌즈 구입은 없을 것이라고 꼭꼭 다짐해본다.
사실 이곳은 직접 찍은 사진과 글이 함께 하는 공간일 뿐이다. 글이 이렇게 거창한데 사진은 그만큼 거창하지는 못하다. 좋은 사진은 장비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찍은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임을 봐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