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느끼는 지점은 사람마다 다를텐데, 나는 이런 때에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고 느낀다. 내가 알고 있던 이전의 나와 달라지는 걸 느낄 때이다. 이것을 좋다, 싫다 등의 감정으로 평가하는 건 아니다. 그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정도의 감정인 것이다. 예전에는 하지 않았을 것을 하거나 또 반대로 예전에는 했을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때는 예전의 내가 갖고 있던 단점이나 컴플렉스가 극복된 경우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하지 않을 것을 해서 또는 해야할 것을 하지 않아서, 스스로 마음의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경우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예전의 내가 갖고 있던 장점은 그래도 여전히 장점으로 잘 갖고 있는 것 같아서. 그건 다행이다 싶다.
그러면 마음의 긁어 부스럼은 어떻게 생기는가.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요즘의 내가 느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성당에서 아직 청년단체 활동을 하고 있다보니 십 년은 훌쩍 어린 친구들과의 인간 관계가 있는 편이다. 나에게 연락을 주고 만나주는 것을 보면, 아직은 꼰대까지는 아닌가보다 스스로 위로하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은 문득 내가 그 친구들 나이였던 때를 생각해봤다. 나는 숮기도 없고 또 어릴 적부터 언니오빠가 주변에 없어서 흔히 말하는 손윗사람을 대하는 걸 참 어려워 했다. 차라리 부모님 정도의 차이라면 깍듯이 예의를 갖출 수 있겠지만, 터울이 있는 또래를 대하는 것은 영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나였기에, 지금 그 나이의 친구들이 나를 만나 대화를 하고 일상을 나누는 것이 새삼 고마운 때도 많았다. 숮기 없던 어린 나를 안타까워 하기도 하며.
여튼, 어느 날 부터인가 그렇게 나이 터울이 지는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면 자꾸 이불킥을 차는 마음이 들었다. 내 얘기를 너무 많이 했나, 그때 좀더 많이 물어봐줄걸, 섣부른 조언이 되었던 건 아닐까 등등. 나이가 들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던데. 도무지 다물지 못하는 입을 톡톡 탓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의 끝은 결국, '아유 내가 너무 꼰대 같이 굴었지' 라는 생각으로 온다.
전에는 누굴 만나도 이렇게 만남을 곱씹어 나의 모습을 돌아보거나, 내가 너무 일방적이었는가 또는 너무 포용만 했던가 살피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을 만나는 게 좋았고, 좋은 것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누며 지지베베 대화를 나누는 게 좋았던 것이다. 그렇게 만나고 나면 무언가 바람이 빠지려던 풍선에 꽈악 새로운 기운이 들어차는 것과 같이 힘이 났다.
그런데 최근에는, 나이 앞자리가 바뀌고 나서는 자꾸 이렇게 터울 많이 지는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서는 길이면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는 것이다. 꼰대가 되기 싫다는 나의 발악 같은 나이들어감에 대한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가며 스스로도 완고해지는 마음과 생각의 부분들을 자꾸 만나고 있다보니, 그것이 혹시 내 밖으로 나가 타인에게 폭력이 되진 않을까 조심하려는 마음이 깊은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서열의 문화가 너무 만연해서 그로인해 터울 지는 친구들이 나의 얘기를 그저 경험에 대한 경청으로 듣기만 하게 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이제 막 나이 앞자리가 또 바뀌어서 그런지, 나도 새 나이에 적응하는 중이라 그런지 자꾸 조심해지는 마음만 있다. 나도 이 나이는 처음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