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리영 Jan 06. 2024

바다에서는 믿어야 한다 (04)






    수영장을 마치면 바다에 나가야 했다. 재밌었다고는 했지만 사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평소 운동을 자주 하지 않던 나였으니 오죽했으랴. 그래서 바다로 나가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해진 순서대로 우리는 하나하나 클리어 했고, 드디어 바다로 나갔다. 



    같이 오픈워터 강습을 받는 사람 중 바다레저 경험이 없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똑같이 수트를 입고 짐을 챙기고 배를 타고 하는 동안에도 나는 몰랐다. 바다가 어떤 곳인줄. 그리고 꼬따오는 우기였다는 것을. 



    내가 오픈워터 강습을 받는 내내 꼬따오는 우기였다. 그래서 비가 자주 왔고, 바다는 탁한 편이었다. 평소라면 장판이라고 불리는 꼬따오 바다였지만 우기에는 달랐다. 물론 우리나라의 성난 바다와는 비교할 것도 못되었지만. 여튼 나는 드디어 바다로 나갔다.



    배 위에서 몰아치듯 장비를 채우고 다이빙대 앞에 섰다. 어떤 감각의 세계가 나를 기다릴지 생각도 못한 채 풍덩 바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패닉이 왔다. BCD에 공기를 채운 상태라 내 몸이 뜰 것을 알면서도. 삶은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의 거리를 체험하는 시간인 것이다. 머리로는 BCD에 공기를 빵빵하게 넣었고 내 몸이 뜰 거라는 것을 알지만, 실제 바다에 들어가서 허우적 거리는 기분은 말할 수가 없다. 수영장은 조류가 없었고 물이 맑았지만, 바다는 험했고 탁했다. 나는 사실 그때 그대로 정신을 놓고 싶었다. 그러면 강사가 나를 다시 배 위로 보내주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베테랑인 강사님은 나를 정신차리게 하고는, 제일 앞에 세워 줄을 잡고 물 속으로 보냈다.



    조류로 탁해진 바다속을 뒤로 사람들이 오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줄만 잡고 내려갔다. 수면에서 정신 못차리는 나를 꽉 잡아 정신들게 하는 강사의 노련함을 믿었던 것 같다. 내가 너무 빨리 가거나 머뭇거리면 강사가 나에게 오겠지. 지금 나는 줄을 잡고 잘 내려가고 있어.





    바다에서는 믿어야 한다.
이 장비가 나를 숨쉬게 할 것이라고, 버디가 나와 함께 하고 있다고.





    그렇게 나는 첫 바다 속, 첫 얕은 바다의 바닥, 그곳에서 무릎을 꿇은 기본 자세로 스쿠버다이빙 바다 강습을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 적성에 맞나봐! (0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