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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영 Jan 06. 2024

오, 적성에 맞나봐! (03)





    제목을 '오, 적성에 맞나봐!'라고 적은 것은 딱 수영장 스킬을 할때의 마음이었다. 이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영장이 끝나고 바다로 가는 순간 적성은커녕 죽느냐, 사느냐 생존의 문제로 바뀌었다. 생존과 같던 바다는 다음 포스팅에서 얘기하고. 어렵지도 쉽지도 않던 짧은 강의와 필기, 시험 등을 지나 드디어 수영장으로 들어왔다.



    내가 오픈워터 자격증 강습을 받은 태국 꼬따오는 적도 근처의 아주 따뜻한 기후의 섬이다. 11월에 갔는데도 그곳의 날씨는 내내 28도를 웃돌았다. 우리나라 여름과 같으며 습기가 없어 쾌적한 그곳은 정말 좋았다. 우기여서 하늘에서 쏟아부어지는 비를 빼면 말이다. 여튼 그렇게 따뜻한 날씨여서 반팔 반바지의 수트를 입었다. 함께 강습을 받은 인원은 나를 포함 총 다섯 명이었다. 



    수트를 챙겨입고 수영장 한쪽에서 우리는 장비 순서를 외우며, 조이고 풀고 메고 풀고 입고 벗고를 반복했다. 장비를 마치고는 수영장에서 또 시험을 봐야했는데. 그때 나는 약간 자신감이 붙었다. 무엇이냐면, 간단한 몇가지 물속 체력 및 기술 확인과 같은 것이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나는 할 수 있을까 조금 아니 많이 걱정이 앞섰지만 의외로 잘 했다. 그 중에서 내가 자신감이 붙었던 하나는 바로 잠수로 수영장 바닥을 찍고 오는 것이다.



    나는 강의를 들으며, 필기 시험을 보며, 수영장에서 장비를 채우면서도 사실 내내 잠수로 바닥을 찍고 와야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 근거도 없이 나는 못할거라고만 생각했다.





난 못할 거야, 저 깊은 바닥을 찍고 오기에 내 숨은 너무 짧아





    그런데 금방이었다. 후흡! 강사가 몸을 접어주는대로 그대로 주욱 내려가니 금세 바닥이고, 내 숨은 아직 괜찮았다. 몸을 돌려 웅크려 바닥을 찍고 다시 위로 올라가는데도, 숨이 괜찮았다. 



    나 자신에 대해서 조차도 생각으로만 아는 것은 틀릴 수도 있다. 해보지 않고는 나 자신도 잘 모르는 것이다. 내 숨은 깊은 수영장 바닥을 찍고 오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얻은 평온한 마음이 수영장 수업을 즐겁게 마칠 수 있게 했다. 이어진 생사가 걸린 바다를 앞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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