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상징, 바르소비
사진을 찍을 목적으로 오전부터 시작했던 바르소비 산책 길에 웅장하고 멋진 건축물을 발견하고 무작정 들어섰었다. <Place kultury I nauki>라는 기념비적인 건축물이었는데, 이 곳은 스탈린이 자신의 폴란드 친구들에게 헌정한 거대한 기념비라는 것을 Google을 통해 알았다. 바르 소비의 신시가에 마천루를 이루는데 큰 몫을 하는 이 건물 꼭대기에는 시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파노라믹 테라스가 있다지만, 정보 없이 무작정 발을 디딘 우리는 로비에 있는 고풍스러운 카페에 이끌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문화와 과학의 성전'이라 명명하는 이곳 <Place kultury I nauki>에서 잠시 느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케이크 두 조각과 미디엄 사이즈의 카푸치노를 주문했는데 프랑스의 라지 사이즈보다 크게 나온다.
"폴란드 사람들은 손이 참 크구나" 생각을 했다. 어느 커피숍이든 레스토랑이든 공간들 마다 여유가 있는 것도 편안하고 맘에 든다. 건물에서 나오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었는데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청결의 상태와 구비되어 있는 시설의 수준이 호텔급이라 "바르소비의 화장실 인심이 참 좋다" 느끼던 나에게 웃음이 났다.
건물에서 나와 거리 사진을 찍고 있던 우리에게 한 폴란드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여행자들이라는 걸 금세 느꼈는지, 폴란드어가 아닌 영어로.
모르긴 해도 남자 친구의 Chambre 카메라를 보고 다가왔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파리에서도, 여행지에서도 이 클래식 카메라로 작업을 하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었고 그 청년의 목에도 디지털카메라가 걸려 있었으니까.
남자 친구와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그 청년이 내 목에 걸려 있는 올림푸스 카메라를 가리키며 잠깐 볼 수 있느냐고 묻길래 건네주었다. 렌즈와 작동법을 살펴보더니 비싸지 않으냐 묻는다. 그리 비싸지 않다고 했지만 '폴란드 환율로 따지면 비쌀 것 같다'는 그 청년과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기분 좋게 헤어졌다.
분명, 모두가 그랬었던 건 아니었는데 파리에서 겪었던 두 세 명 정도의 폴란드 사람들로 인해, 내 인식 속에 그리 살갑지 않은 선입견이 자리 잡았었나 보다. 바르소비를 오기 전에 폴란드 사람들의 기질이 유독 신경질적이거나 투박하진 않을까 살짝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내 기우였을 뿐이었다. 선입견은 실존을 이길 힘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