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의 외딴 마을에서 보낸 2019년의 여름.
Gruissance 마을 산책과 점심 식사, 시장 구경과 디저트 타임까지 모두 끝내고 늦은 오후 무렵엔 다시 외딴 저수지 마을, Bages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Bages 마을을 나오고, 또 돌아가려면 버스가 운행되는 시간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도 이용객 예약이 없는 날에는 취소가 되는 간헐적 운행이라 인터넷으로든 전화로든 예약 신청을 반나절 전에 꼭 해야만 한다.
자가용을 소유한 Bages의 주민이라면 그다지 문제 될 게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내겐 참 적응하기 성가신 마을이다.
이렇게 불편한 교통 시스템을 감안하면서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괜찮을까 싶었는데, 이 마을 집들은 대부분이 별장처럼 이용되는 듯했다. 그렇다 해도 이 마을을 생활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분명 보였는데, 그들에겐 쉽지 않을 것 같다. 외부와 다소 단절된 일상의 반경 속에서 살아가는 생활의 방식이.
그나마 지금의 세상은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화 되고 sns로도 원활하게 소통하고 거래하며 관계를 맺어가는 세상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소통이 가능하겠지만, 이곳에 머무는 일주일의 시간 동안 내게는 세상과의 단절감이 참 컸고 이유 없는 불안감이 수시로 자리를 잡았었다.
자발적인 고립을 즐기던 시기가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의 시간을 Bages에서 보내며 확고하게 나 자신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세상에서 스스로를 고립시켜 가는 것에 대한 로망은 갖지 말자라는 것.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세상의 소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와도 나 스스로가 세상에서 고립되는 방식은 내게 더 힘든 방식이 될 수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고립의 시간은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말을 누누이 들었었고 나 또한 막연하게 그에 대한 로망을 지니고 살아왔었지만 이젠 기대하지 않을 듯하다. 고립의 시간이 나를 어떻게 성장시켜줄지,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떠한 자생력을 얻게 되는 건지, 이제는 중요하지도 궁금하지도 않다.
2019년의 여름, Bages에서 보낸 시간은 사회의 집단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던 예전의 내 성향을 한꺼풀 벗겨 주었고 융화되고 어울리기 위한 노력을 전보다 더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정신없으며 나를 찾기 어렵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닐 지라 도 '외딴곳'이 내게 주는 것들을 나는 잘 감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남프랑스의 이 저수지 마을 Bages에서 체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