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 시작한 네 가지
12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매일 흘러가는 시간, 날짜가 뭐 얼마나 중하냐 하겠지만은 해가 바뀐다는 건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이제 새해가 되는구나, 드디어 올해가 지나가는구나, 올해 참 힘들었지, 좋았지, 내년엔 더 나아질 거야. 내년에도 좋을 거야. 등.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 해를 기대하게 하는 그런 마음.
쉽지 않은 해였다.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직장이 흔들렸다. 팀장이라는 탈을 쓴 덕에 겉으로 티를 내진 못했지만, 속에선 잔 지진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그로 인한 균열은 점점 더 벌어져만 갔다. 애써 모르는 척 하기도, 또 메워보려고도 했으나 안타깝게도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회사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주변에선 어서 살 길을 찾으라는 조언까지 들려온다. 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겨지지가 않는다. 매일 출퇴근하는 이곳이 나에게 이별도 사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애증의 대상이 되어 버린게 분명하다. 큰일이다.
이제 '나'로 시선을 좀 더 옮겨보자.
덕분에 도전도 많이 했다. 평생직장은 없다는 말이 피부로 생생하게 와닿았던 것.
마음을 붙잡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러다 시작한 모닝페이지.
30분 일찍 출근해 매일 아침 빈 워드파일을 열었다. 그곳에 머릿속에 뒤엉킨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었다. 사춘기 시절 자물쇠 달린 일기장에 눈물방울 남기며 적었던 그때처럼.
회사, 남편, 아이, 친구, 나 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십 대의 나와 달랐던 건, 긍정적인 다짐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는 사실. 처음엔 휘갈기듯 혼돈의 감정을 뱉어내다가 마지막엔 잘해보자, 정신 똑디 차리자, 잘할 수 있다.로 마무리를 짓곤 했다. 모닝페이지는 지금도 나를 응원해 주기도, 안아주기도 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주고 있다.
문득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는 다짐도 일었다.
먼저, 내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인 지 나열해 보았다. 회사, 육아, 글, 인사, 일하는 엄마, 감사일기, 플래너 등.. 가장 많이 반복되는 내용을 살펴보니, 결국은 다시 돌고 돌아 회사, 일이었다. 그래, 20년 간 하루 여덟 시간 이상 해온 일이 직장생활이니 당연할 수밖에.
경험과 지식을 풀어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브런치북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다섯 달째 매주 금요일 연재 중에 있다. 부디 인사 업무에 관심이 있거나 성장하고 싶은 분들에게 쌀 한 톨만큼이라도, 아니, 기왕이면 쌀 한 가마니만큼.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돈도 중요했다.
지금과 같은 고정 수입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부동산, 주식. 출 퇴근길 듣던 오디오북을 재테크 영상으로, 유로 강의 영상으로 들었다. 책도 십여 권 이상 읽어댔다. 절실한 마음이 행동으로 옮겨진 것이리라. 그동안 월급만 믿고 인플레이션을 그대로 맞아왔던 내가 한심했기도... 덕분에 지금은 매일 아침 경제기사를 읽고 부동산도 주식도 투자를 시작했다.
올해 한 번 부러뜨리고 싶었던 게 하나 있다. 펄스널브랜딩.
인스타브랜딩 수업을 신청했다. 제대로 맘먹고 해 보고, 안되면 과감히 포기해 버리자 라는 심정으로. 퇴근 후 마른걸레 쥐어짜듯 시간을 만들어냈다. 10분, 20분 조각조각 모아 릴스 하나를 간신히 만들고, 올리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아,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싶었다. 하루 세네 시간 이상은 들여야 프로들의 세계에 발을 내딛을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는 접었다. 가 끝이 아니었다. 글쓰기 친구들이 다시 불을 지폈다. 당근과 채찍으로 멱살 잡혀 신나게 끌려가는 중이다. 이건 함께의 힘으로 더 해보자.
다사다난했다. 차마 이곳에 다 풀어내지 못한 미묘한 가족과의 관계, 아이들 학습, 건강.. 등까지 구구절절 적고 나면 아마 종이 한 바닥은 더 나올 테지.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참 잘 버텼다고. 주어진 시간을 나름의 방식대로, 나름의 속도대로 감사히 잘 사용했다고.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는 날이다.
내년도 계획을 세워보자 다짐해 본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고, 실행하자고 되뇌며.
연필로 적고, 하고, 안되면 지우고 다시 쓰면 되는 거다.
그럼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