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으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아니요'

by 리유


한 명, 두 명 회의실로 들어온다.

그들은 MZ 세대로 구성된 회사의 영보드(Young board) 멤버들이다.

95년생부터 97년생까지. 이제 막 25살을 넘어선 그들은, 넓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쫑알쫑알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히히 호호 유쾌한 웃음도 더하니 어둑했던 회의실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저 멀리 데스크에 앉아 서류를 뒤적이던 나의 눈에 그들의 모습이 화면 속 한 장면이 되어 들어온다. 눈빛, 손짓, 목소리 하나하나 가만히 바라보다 보니 15년 전, 그 자리에 앉아있었던 나의 모습이 겹쳐져 보인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진다.


뭐지.

설마, 그리움인가.





나도 저럴 때가 있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사원 시절. 참 풋풋하고 맑았었.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엇이든 해내겠다는 열정을 뿜어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우렁찬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외쳤었다. 빳빳한 정장에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바른 자세는 기본이었고, 선배들이 이야기를 할 때면 고개는 끄덕끄덕, 입은 아, 네, 를 반사적으로 외쳤었다.


신입땐 누구나 겪는 사고 한 번 치고 나면 그 부끄러움에 눈물이 차올랐다. 까칠한 정장 소매로 얼굴에 흐르는 물을 연신 훔쳐내며 회사 건물 주변을 몇 번이나 돌았는지. 약한 모습을 비추기가 왜 그리도 싫었었는지.

어떻게든 해 내겠다는 욕심에 매일 10시, 11시까지 야근하며 일을 마치고는, 홀로 사무실에 앉아 웃음 짓던 날들도 있었다. 새롭게 맡게 된 일들을 공부하며 이게 다 나중에 밑거름이 될 거다 채찍질도 했었다.

때로는 동기들과 삼삼오오 모여하고 있는 일을 자랑하기도, 또 힘든 일을 나누기도 했다. 물론, 상사의 욕도 빠지진 않았었지.

매 순간 열정과 성취감, 힘듦과 허무함이 반복되었던 나날들이었다. 그저, 맡은 일은 쪽팔리지 않게 하자는 그 의지 하나만으로, 참 열심히도 해왔다. 그런 작은 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을 테지.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예, 아니오 로 선택하라면, 아니오 이다.

비중이 어느 정도냐 물으면 예 30, 아니오 70이다.


20대의 건강했던 체력과 무엇이든 흡수하는 듯한 초롱초롱한 마음가짐은 다시 가져보고는 싶다. 백지에 내 일이라는 작품을 하나하나 그려가는 순간들은 한번쯤 더 느껴보고 싶다.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내가 갖고 있던 체력과 마음가짐을 감사히 누리고 충분히 활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참으로 힘들었다.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 길을 나 홀로 두드리고 문을 열어 찾아가야 했다.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내가 잘하는 게 맞는 것인지 매 순간 질문을 던지면서도 또 그대로 멈추지도 못했다. 남들과 같이 정해진 길로 걸어가기만 했던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기쁨과 죄절, 성공과 실패들을 겪온 것이 벌써 15년이나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내가 잘하는 것, 보람을 느끼는 것, 좋아하는 것을 안다. 또한, 나를 잘 아는 상사가 있고, 그만큼 나에게 적합한 일을 부여해 준다. 팀원들도 나를 항상 믿고 따라준다.

여전히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 가며 일을 해야 하지만, 지금이 좋다. 딱 좋다.



신입사원들을 바라보던 나는, 왜 눈시울이 붉어졌을까.

지나간 젊음에 대한 그리움, 15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헌신해 온 열정에 대한 토닥임. 그리고 자신감 가득했던 그 젊음의 끝자락을 이제 놓아야만 하는 아쉬움이 아니었을까.






지금 내 앞엔 그때와는 다른 도전할 길들이 놓여있다. 부담도 되고 어렵기도 하지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함께한다. 그리고 그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그때 내가 선택했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 나의 행동들을 부정해 버리고 싶지 않다. 그때의 내 선택과 노력들을 존중해 주고 싶다. 수없이 혼란스럽고 힘들었지만 그때의 열정과 애씀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그때 참 잘했다고 인정해 주고 싶다.


그 마음이 더 견고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 순간 스스로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 한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인정할 수 있도록.






*사진출처 -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상처를 덜 주면서 피드백 하려고 노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