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덜 주면서 피드백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존중하고, 공감하고, 질문하기

by 리유

'대리님, 어제 메일로 보내준 그 자료는, 내용이 더 보완되면 좋겠는데, 이걸 더 추가해 보면 어떨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네?' (당황함)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내용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 대리님 의견을 조금 더 정리해 보고 다시 얘기할까요?'

'알겠습니다.'





이건 팀장과 팀원의 대화다. 육성까지 지원된다면 마치 엄마와 아들이 하는 '숙제 언제 할 거야?' '안 할 건데' '왜?' '그냥' 뭐 이런 류의 대화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짧고 황당한 대화를 마치고 처음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뭐 하자는 거지?, 나를 우습게 보는 건가?'였다. 이후 점심을 먹고, 미팅을 하고, 자리에 앉아 일을 하는 내내 이 찜찜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의 일과를 마칠 무렵, 안 되겠다 싶었다.

일을 잘하고 못함을 떠나, 태도의 문제였다. 게다가, 예전에도 여러번 있었던 상황이었다. 팀원들도 L대리와 의견을 조율할 때마다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고 토로한 바 있었다.


메일을 보냈다.

'대리님, 내일 아침 1:1 미팅을 했으면 합니다. 내용은 일하는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10시 괜찮을까요?'

답이 왔다.

'네, 팀장님. 알겠습니다.'


이후 내 마음은 더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아, 어쩌지. 일의 결과에 대해서는 들이밀 자료라도 있지, 이건 일할 때의 생각, 태도, 말투에 대해 얘기해야 하는 건데. 어떻게 하면 감정 상하지 않게 말 할 수 있을까. 퇴근길 내내 고민해 봐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휴.


유튜브 영상을 검색해 보았다. 성과 면담 전 한 번씩 찾아보았던 코칭 채널. 쌍코피 (쌍방향 코칭 피드백).

우옷. 찾았다.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팀원에게 상처 주지 않고 피드백하는 꿀팁'.

여기서 가장 혹 한 것은 "상처 주지 않고"였다. 본인의 태도를 지적받는데 어느 누가 상처받지 않겠는가. 그래도 덜 상처 주면서 말하는 법을 찾고 있었는데, 그 팁이 여기 그대로 나와있었다. 핵심은, 존중과 공감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질문을 통해 본인이 깨닫게 하고, 답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예시까지 교육팀이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더니, 그 말이 정말인가 보다.






다음 날 아침, 출근 후 자리에 앉아 노트를 폈다. 예상되는 대화의 흐름과 말할 거리를 찬찬히 적어내려갔다. 회의실에 둘이 마주보고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자,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짜보자.


스몰토크로 시작한다.

요새 일이 많이 바쁘죠? 우리 팀 오고 나서 이런 기회를 더 가졌어야 했는데, 올해 또 같이 농사를 지어야 하니,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에 대해 얘기를 한 번 했으면 해서요. (미팅의 이유 설명)

먼저, 궁금한 게 있는데, 인사 업무, 특히 교육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역량이 뭐라고 생각해요? (질문)

아, 네. 맞아요. 그거 중요하죠. (칭찬, 존중)

그 외에 회사를 잘 아는 것, 로열티와 긍정마인드를 갖추는 것, 의사소통이나 업무 스킬도 중요해요. 대리님은 업무 스킬은 워낙 열심히 배우려고 하고 그만큼 점점 잘하고 있어요. (적절한 칭찬)

그런데, 기본적인 마인드와 태도가 가장 바탕이 되어야 해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얘기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동의 구하기)

어제 아침에 우리 대화했던 거 기억해요? 대리님은 그 상황이 어땠다고 생각해요? (상황을 스스로 떠올리게 하기, 혹시 모르는 오해가 있었는지 사실 확인)

아, 그랬구나. 그럼, 반대했던 이유에 대해 더 얘기해 줄 수 있어요? (공감, 질문)

어떤 생각이었는지 더 잘 이해가 되네요. (경청)

하지만, 어떠한 이유 없이 짧게 아닌 것 같다고 답을 하니, 저는 조금 불쾌한 건 사실이었어요. 그전에 여러 번 유사한 상황이 있었고요. 앞으로 또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

우리 팀에 중요한 일들이 놓여 있고, 한 해 동안 함께 일을 해 나가야 해요. 그리고 그중에서 대리님이 성과를 잘 내고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어려웠을 텐데 이렇게 들어주고 의견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감사표현)



자, 이제, 연습하자.

적어둔 글을 여러 번 읽고, 꼭 지켜야 할 것 세 가지를 머릿속에 새긴 후 미팅에 들어갔다.


"존중하고, 공감하고, 질문하기"





미팅은, 잘 끝났다. 여기서 이 '잘'은 온전히 내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대화는 계획했던 방향대로 흘러갔고, 준비한 말도 모두 전했다. L대리가 본인이 개선해야 할 점을 직접 말했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힘겨운 시간이었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목소리가 여러 번 떨렸고, 대화의 방향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도록 머릿속 뇌세포를 총동원했다. 겨땀도 폭발했다.


회사에서는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오던 사람들과 하루 8시간 한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고, 고쳐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다 큰 성인에게 무언가를 바꿔달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생각이나 태도에 대한 것은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과거 초보 팀장 시절, 팀원의 태도에 개선할 점이 보였을 때, 참 어리석게 대응했던 적도 있었다. 그 시간은 그 분에게 큰 상처가 되어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철저하게 알아보고 준비한 후 코칭을 하고 더 애쓰고 있는 듯 하다. 예전의 나를 계속 되돌아보고, 나아질 수 있도록 끊임 없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각기 다른 여러 명의 어른사람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퇴근길.

물에 젖은 종이처럼 축 늘어져 찢어질 듯한 마음을 부여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오늘 힘든 시간을 보낸 나에게, 대리님에게 수고했다고 혼자 말해본다.


내일 아침, 대리님 책상 위에 따뜻한 모닝커피 한 잔 올려 둬야겠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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