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빠도, 숨 쉬며 살기]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재작년이었나? 우연히 업무로 알게 된 어떤 분의 카톡 프로필에 있던 문구다.
너무나도 직관적이며 공감되는 문구가 뇌리에 꽂힌 탓에 나는 한동안 바쁠 때마다 그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 문구는 마치 몰아치는 적 병사들을 물리치듯이 끝없는 오늘의 To-Do 리스트를 해치우며 '다... 해치웠나?' 할 때쯤 또 몰려오는 일감을 보며 나지막이 읊조리는, 현대 사회라는 전쟁터를 누비는 이름 없는 장수의 한마디 같다. 비장하다 못해 해탈감마저 느껴진다.
며칠 전 그날도 그랬다. 오후 5시 30분이었으나 여전히 나는 눈코 쉴 새 없이 바빴고, 어제 일을 다 끝내지 않고 집에 가버린 어제의 나란 놈이 얄미웠다. 아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니면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해주겠지....(라고 어제의 나도 생각했을)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스쳤다.
-하루와 순간의 행복이 모여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된다고 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랬다.
-그런데 대체 나는 왜 바쁘다는 이유에 사로잡혀 투덜거리며 행복을 걷어차고 있는 것인가.
-모든 것은 마음속에 있나니. 바로 지금, 여기 행복함을 느끼면 모두 다 괜찮아질 일이다.
그래서 나는 몰래 내 행복회로를 속여 보기로 결심했다. 나 스스로를 '나는 지금 행복하다'라고 세뇌시키는 것이다.
- 이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할 직장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 지금 업무의 데드라인이 내일이니 오늘 다 안 끝낸다고 큰일 나는 게 아니다. 얼마나 여유가 넘치는지.
- 오늘은 날씨도 포근하고 컨디션도 괜찮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하루다!
그런데 아무리 이런 생각을 해도, 눈과 손으로 바쁘게 자료를 확인하고 이메일을 쓰다 보니 도통 잘 먹히지가 않는다. 내 두뇌는 '바빠 죽겠는데 뭔 소리야 일이나 해' 하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눈치 빠른 자식.
돈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지만 그래도 더 벌 수라도 있다. 그러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24시간으로 주어져 돈처럼 더 늘릴 수도 없이 고정적이다. 그러니, 시간은 본질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늘 부족할 수밖에 없나 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늘 바쁘다. 그래서 시간의 부족함을 메우려고 애쓴다. 저 길을 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실상은 수면 위에 떠오르기 위해 끝없이 손발을 허우적대고 있을 것이다.
*
나는 작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매주 토요일마다 요가 수업을 받고 있다. (토요일 요가수업과 일요일 브런치 쓰기가 나름의 주말 루틴이 되었다.)
요가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비루한 몸뚱이는 여기저기 잘 굽혀지지 않는다. 내가 봐도 뻣뻣하기 그지없다.
요가를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깨달은 사실이 있다. 어려운 동작을 하려고 과하게 힘쓸 때마다 내가 매번 숨을 꾹 참는다는 사실이다.
어떻게든 동작을 완성해 보겠다고 숨을 참고 얼굴이 불그스름해진 채 낑낑거린 적이 많다. 유연성과 균형감을 기르는 요가 수업에서 나만 혼자 숨을 참으며 유산소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동작 한두 번은 어찌어찌 흉내 낼 수 있지만, 1시간 동안의 수업을 끝까지 따라 하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조금 자세가 덜 완성적이더라도 깊은 들숨과 날숨을 유지하면서 복부에 힘을 딱! 준 상태가 더 안정적이었고, 더욱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었다.
자세에 집중하더라도 호흡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호흡까지 멈춰가며 억지로 낑낑대는 것은 마치 '이 프로젝트만 잘 넘기자'는 생각에 날밤을 까며 과로하는 직장인의 모습처럼 지속가능하지 않는 듯하다.
*
물론 바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세상은 넘실거리는 파도같이 한 때 몰아쳤다가 또 잠잠하여 변덕을 부린다.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잘 없다. 그러니 더욱, 우리는 부표를 끌어안고 일렁이는 파도에 맞춰 꾸준히 숨쉬기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깊은 심호흡 한번, 눈을 감고 짧게라도 들숨과 날숨에 집중해 보는 것, 언어 그대로 '숨쉬기'에 집중해 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놓치고 있던 산소와도 같은 인생의 주요 주제들 - 가족과 사랑과 성장과 건강 같은- 로 의식을 자주 환기시키는 습관이 필요하겠다.
숨 쉬고 살자. 바쁘고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허둥대며 때로는 바쁨에 질질 끌려다니겠지만, 내 호흡과 속도, 일상과 삶에 집중하여 순간을 지탱할 수 있다면 바쁨에 매몰되지 않고 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끈으로 연결된 부표처럼 페이스 조절을 함께 해줄 사람이 주변에 많다면 더욱 좋겠다. 하나 둘 하며 호흡의 템포를 맞춰 나갈 수 있는 관계가 모여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오늘도 바쁘겠지만 천천히 심호흡 한번 해봐요.
숨 길게 들이쉬고, 휴 하고 길게 내뱉고
... 는 여러분에게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