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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든 Dec 18. 2021

관계의 정의

당신과 나의 관계가 특별하고 보다 나은 방식으로 정의되기를.

 관계를 정의하는 것은 효율적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새롭게 관계가 형성되면,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관계를 사전 정의된 방식으로 분류한다. 일로 알게 된 사람, 썸남/썸녀, 회사 동료, 절친, 연인 등 관계의 구분을 통해 수백수천 가지의 관계들은 수십 개 또는 그 이하의 카테고리로 묶어진다.


 물론 사람마다 분류하는 방식도 다르고, 동일한 관계에 대한 정의도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대체로 사회통념적으로 정형화되어 있으며, 칼같이 분리되진 않으나 적당한 수준의 분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매번 새로이 관계를 정의하지 않고도 과거에 기억한 패턴을 활용하여 타인과 쉬이 교류할 수 있게 된다.


 새로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새로운 관계의 명칭을 부여하고 정의한다면 어떨까? 아마 우리는 매일 인간관계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 것이다.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같은 친구라도 친구 1, 친구 2, 친구 3... 나아가 친구 200까지 모든 친구에 대한 정의를 다르게 기억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맞닥뜨리게 되고, 삶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세상은 점점 더 정교한 정의를 요구한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 학교 친구 정도로만 퉁칠 수 있었던 친구 카테고리는 온라인 친구, 게임 친구, 학교 조모임 때 알게 된 친구, 동호회에서 알게 된 친구, 전 남자 친구의 친구여서 친해졌던 친구 등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된다. 중분류 밑에 소분류가 생기거나, 새로운 중분류가 생기기도 한다.


 모든 관계를 단순한 몇 가지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이 방식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여주지만, 한정된 프레임으로만 사람을 대하게 되어 유연하게 관계 맺기를 어렵게 한다.



 

 상황과 의도에 맞게 사람을 잘 상대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정의에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관계의 카테고리 조정에 유연하기'다.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필요하다면 과거의 카테고리가 아닌 제2, 제3의 카테고리를 새로이 정의하고 그 정의에 맞게 다른 사람을 대할 줄 알아야 한다.


  A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김 과장님은 참 좋은데 가끔 부담스러워. 나는 회사 동료로 만난 사람과는 회사 안에서만, 여기까지만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왜 자꾸 저녁을 사준다고 하는 거지?' 나는 A를 이해할 순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그의 생각이 다소 경직되어 있다고도 생각했다.


 밥 먹는 게 뭐가 대수인가. 그 사람은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하는 행동일 텐데. '회사 동료이지만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동료' 정도의 새로운 관계 카테고리를 부여할 수는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 나는 A가 본인이 정의한 '회사 동료'라는 관계 프레임에 갇혀서 김 과장과 더 좋은 인간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한 사람에게 부여한 관계의 정의를 자주, 때로는 실시간으로 바꿀 줄 알아야 한다는 거다. 헤어진 연인은 헤어진 연인일 뿐이다. 그 사람을 여전히 '연인'이라는 카테고리에 남겨두는 것은 집착을 낳고 변화된 관계에 대한 적응력을 떨어트린다. 과거에 나와 다투어서 거리가 멀어졌던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호의를 베푼다면, 그 사람이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따라서 그 사람은 다른 카테고리로 옮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당신과 나의 관계가 특별하고 보다 나은 방식으로 정의되기를.


 때때로 다투고 멀어질지라도,

 지금 이 순간 함께 웃으며 맺은 관계의 정의가

 우리를 다시 이곳으로 끌어올려 주기를.





Photo by Joshua Hoehne on Unsplash

Photo by Elevat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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