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온도가 딱 이정도면 좋겠다.]
날이 차다. 여느 때와는 달리 겨울이 늦어서 아직 낙엽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눈이 왔다. 계절이 바뀌든 바람이 불든 나의 하루는 큰 변화 없이 바쁘게 순간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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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유 님의 노래에 이어, 최근에는 백예린 님의 노래에 꽂혀 열심히 듣는 중이다. 특히, 'Square'라는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무척 좋아져서, 출근길 잠이 덜 깬 몸을 이끌고 회사를 가면서 흥얼거리며 듣곤 한다. 가사는 여느 사랑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특유의 목소리와 멜로디가 좋다.
텐션이 과하지도, 그렇다고 마냥 차분한 노래도 아닌 이 노래를 들으면 뭐랄까, 마치 놀이동산에서 깃을 들고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사람이 되어 한 발 한 발 앞으로 자신감 있게 걸어 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런 거 해 본 적도 없으면서...) 그래서 출근길에 딱 좋은 노래다.
노래가 좋아 유튜브로 영상을 찾다가, 무려 7년 전의 직캠 영상을 보게 되었다. 라이브도 물론 좋지만, 영상에서 풍겨오는 분위기가 경쾌하다.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과 가수의 몸짓, 표정, 바이브까지.
[직캠] 백예린(Yerin Baek) - Square 2017
그렇게 스크롤을 내리다, 우연히 발견한 영상의 댓글이 정말 인상 깊다.
'내 삶의 온도가 딱 이 정도였으면 좋겠다.' 얼마나 멋진 문구인지. 지하철에서 이 댓글을 보고 잠시 넋을 잃고 문구를 수차례 다시 되뇌었다. 댓글을 쓴 사람은 얼마나 많은 계절과 온도의 변화를 겪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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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할 삶이 'Square' 노래의 멜로디처럼 딱 이 정도의 온도로 흘러갈 수 있다면 좋겠다.
간혹 열병을 앓거나 추위에 벌벌 떨지라도 언제나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딱 이 정도의 온도로 돌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은 주의를 기울여야 느껴지는 정도의 잔잔한 온기라 할지라도, 언제나 그 정도의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느새 다음 노래로 플레이리스트가 넘어갔지만, 댓글의 잔상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은 흘러 내 삶의 온도가 딱 이 정도면 좋겠다 싶었던 순간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소풍을 가서 어머니가 싸 주신 도시락을 먹으며 친구들과 보물 찾기를 한 기억. 여행 중 한적한 카페에서 보사노바풍의 재즈를 들으며 편하게 따뜻한 커피를 마시던 순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고 책을 읽던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지글지글 삼겹살에 소주 반 병을 마시고 후식으로 물냉면을 먹고는 살짝 달아오른 기분에 인생 네 컷을 찍던 밤.
때로는 쌀쌀할지라도, 마음속 간직하고 있는 이 모든 따뜻함이 '딱 이 정도의 온도'를 위해 잊히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하루하루 새로운 온기를 만들어 나가야지. 특히, 너무 강렬하고 뜨거운 것들에 사로잡여 손이 데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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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의 BPM을 찾아보았는데 글쎄, 100 BPM이었다. 딱 100 BPM. 99도 아니고 101도 아니고 100이라니 맙소사, 그래서 딱 적당하게 느껴졌던 것인가 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성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그리고, 삶은 뜨겁거나 차갑지 않게 적당한 온기를 유지해야 한다.
그동안 겨울이 왔어도 '얼죽아' 랍시고 아이스커피만 마셨는데, 내일 아침에는 오래간만에 따뜻한 라테를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