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워홀. 부럽다.
작년에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하는 앤디 워홀의 전시회에 다녀왔었다. 앤디 워홀하면 팝아트의 선구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그 전에도 간간히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들을 보곤 했지만 그 정도로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 왜 유명해 졌는지 별 관심이 없었는데 앤디 워홀 전시회의 대형작품 시리즈와 설치 작품을 보면서 이전에 느끼지 못한 매력을 실컷 느끼고 돌아왔다. 자신의 삶 자체를 뽐내는 멋진 스타 아티스트였다.
앤디워홀하면 아주 유명한 명언이 있다. 일단 유명해져라.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박수 받을 테니까. 앤디워홀은 유명해지기를 원했고 자기 자신을 은색 가발과 선글라스로 이미지화 했다. 연예인처럼 영화도 나오고 방송도 찍으며 연예인의 연예인이 되어 돈도 명예도 얻는데 성공했다. 그는 유명해지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쓴 예술가이지 사업가였다.
워홀은 자신의 성공담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예술의 다음 단계는 사업예술 Business Art 이다. 나는 상업미술가로 출발했으며 사업예술가로 마치기를 바란다. 사업을 잘한다는 것은 매혹적인 예술이다. 돈을 버는 것도 예술이며, 사업을 잘하는 것은 최고의 예술이다.”
흔히 예술가하면 고집불통 고독하게 작품에만 열중하는 독고다이의 모습만 먼저 떠올랐었다. 그러나 요즘은 앤디워홀이 그러했듯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마케팅하며 유명세를 타고 돈 버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작가들이 많다. 하긴 고고하게 작품 활동에만 집중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것을 택한다고 창의성이 더 올라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 사실 나도 회사원으로 월급 꼬박꼬박 받으며 먹고 살 만하니까 그림 보러 다닐 여유도 있고 한 거지 취업 준비생시절에는 그럴 여유조차 없었던 거 같다. 물론 절박할 때 더 창조적인 그림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유명 작가들도 요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홍보하는데 열심인 걸 보면 예술가도 똑같이 끊임없이 먹고사는 일을 고민하는 동시대에 사는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위안이 된다. 자기 쪼대로만 사는 것 같은 예술가의 삶이 나에게는 늘 동경의 대상이지만 어쩌면 그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기에. 아니 더 힘들겠지? 그림 그리는 일이라는 게 우아하게 앉아서 몰두하는 멋진 모습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취미로 잠시 그림을 그려보니 어깨랑 목, 팔까지 아픈 꽤나 고된 노동집약형작업이기도 했고 거기에다가 예술로 밥벌어먹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실력뿐만 아니라 이제는 열심히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능력까지 키워야하기에 어쩌면 직장인보다 더 박한 삶을 살고 있진 않나 싶다. 가끔 갤러리에서 작가들의 작업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의외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작가들도 많았다. 치열한 경쟁시대는 예술계도 마찬가지인 게다.
아니다. 그래도 그리게 싶은 게 있다는 것도, 좋아하는 일을 고집하는 용기는 부럽다. 잠시 괜히 먹고살기 힘들다고 징징되게 되는 고단한 직장인의 마음을 예술가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으로 합리화해보려 했는데 아니다.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