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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아티스트 Nov 17. 2019

의미부여 하기 나름

일단 남기자.

가끔 마음이 답답한 날 일기장을 펼친다. 공책에 뭐라도 써볼까 싶었는데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덮었다. 나는 뭘 쓸고 싶었던 것일까. 쓰고는 싶은데 잘 모르겠다. 그렇게 기록하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시간들이 많다. 나는 나의 하루에서 어떠한 의미라도 찾아보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하루를 버렸다. 그런 하루는 대부분 거의 잊혀졌다. 그날의 감정들을 단 한 줄이라도 적어볼걸. 감정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일에도 서툰데다가 매일 감정노동을 하며 나를 감추고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어떤 게 진짜 내 모습인지 나 역시 헷갈릴 때가 늘어난다. 하긴 뭐가 중요한가. 피곤해서 그냥 살게 된다. 그러다 30살에 접어들고 첫 경각심이랄까. 이러다 40살도 금방 되겠네. 이런 생각이 드니까 무서워졌다. 뭐하다가 지나가버린 것인지 모르겠는 나의 20대 후반은 내 초라한 기억력으로는 되살려낼 수가 없었다. 아. 기록을 했어야 했다. 요즘 아주 기록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고 있는 중이다.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기록해놓은 게 있어야 그나마 위안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간다는데 벌써 그렇다! 그 날 그냥 흘려보낸 내 하루에 뭐라도 하나 의미부여해서 기록을 해놔야 뒤늦게 되돌아보면서 쫌 열심히 살았다고 위안 삼을 텐데 나는 뭘 쓰고 싶은지도 나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문득 그림을 보면서 꾸준히 활동하는 작가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뭔가를 그려낸다는 것, 그것도 꾸준히! 그것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구나. 라는 사실을 들여다본다. 기록이라는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의 모든 경험을 소재삼아 끊임없이 의미부여 하는 작업이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아는 사람들이고 오랜 고민 끝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록을 하며 자신을 증명해내는 사람들이기에 동경을 받는 것이고 나는 귀찮아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해서 평범하게 사는 건지도 모른다.      


일은 하기 싫고 답답하고 오늘 하루 계속 꼬이기만 할 때, 그다지 고민이나 생각 따위 하지 않았고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의미를 부여하기에 그냥 내 하루가 별 다를 일 없는 심심하기만 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내 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버린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나니 아쉬워서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공책도 다시 펼쳐본다. 나는 그냥 버려질 번한 내 하루에 작은 의미부여를 해본다. 잘은 몰라도 미술사에 아주 중요한 의미부여를 하면 유명한 작가로 인정받는 듯하다. 나는 역사상 위대한 의미부여를 해보진 못하더라도 뭐라도 기록해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데 멋진 예술작품을 남기진 못하더라도 짧은 인생 기록하고 의미부여하며 꽉꽉 채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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