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떫음 Sep 07. 2022

무제

220506

나 장난아니게 투머치토커인데,

그냥 신나면 떠들기도 떠드는데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 서면 더 떠들어. 그렇게 되지 않아?

물론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면 부끄러워서 오히려 덜 하게 되긴 해.

근데 나 이제 조금 달라져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의 정도를 생각해보는 것도 하질 않아.

무슨 말인지 알아?

이렇게 성격이나 태도가 변해가는게 과연 좋은걸까? 안좋은거 아닐까? 라고 판단을 해보는 것 자체도 그만두기 시작했다는 거.

내가 생각이 정말 많은 사람인거 알지.

뇌가 따로 노는 거 알지. 그러니까 누군가랑 대화를 하고 있다거나 내가 일을 한다거나 뭔가를 하고 있어도 뇌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거.

예전에 친구가 나랑 얘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얘기를 끊으면서 "어디 봐?" 했어.

"뭐가?"

"너 어디 보는 거냐고."

"나 너 보고 있잖아. 얘기 듣고 있고."

"아니 너 얘기하고 있다보면 눈이 저 너머 어딘가로 가버려 항상."

그런 식이었어.

내가 생각이 너무 많아서 쓸데없는 걱정도 많지. 그만큼 걱정과 고민이 많아지니 불안이 커지지.

불안이 커지니 아무것도 못하지. 아무것도 못하니 자존감도 자신감도 사라지지. 그리고 나는 우울해지지. 끝도 없이 우울해지고 불안에 떠는 걸 반복하지. 그렇게 되면 잠도 못 자지.

아무리 피곤해서 금새 곯아떨어져도 잠을 자면 꿈 속에서 그 시간 동안 무의식에서 헤맨다는 걸 누가 알겠어. 나는 코를 골면서 자도 얕은 잠을 잔 거고, 그래서 몸은 항상 피곤한 걸.

내가 늙어서 그런 것도 있을 거야. 

내가 운동량이 적어서 그런 것도 있을 거야.

근데 나는 점점 쇠약해져만 가고 있어.

예전처럼 뛰어다니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예전처럼 세상을 내 세상처럼 보고 싸돌아다니면서 환상을 말하고 싶은데 잘 안되더라. 왜지?

옷도 좋아하는 대로 계속 입고, 까불대로도 까불어. 꿈도 계속 꾸고, 상상도 계속하고, 동심도 계속 자라나.

근데 내 모습은 점점 변하고만 있어.

머리속도 그래. 아니 감정선이랄까...

잘 모르겠어.

이젠 내 사람들한테 말도 잘 안해.

굳이 말을 꺼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어.

아니 말을 할 때는 말을 해.

그런 기회가 와도 말을 하고, 내가 그런 기회를 만들기도 해.

근데 그런 상황이 되어도

막상

내가 무슨 말을 하지?

이 말을 하면 뭐가 되는 거지?

이 말을 대체 왜 하는 거지?

그럼...

혼자 생각하자.

하게 되.

있잖아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하고 싶은 것도 많아

따라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항상 많아 예전처럼

근데 왜 이렇게 차분하고 적적한 느낌이지.

친구가 화가 나?

그럼 풀어줘야지. 내가 잘못했는데.

서로 맞춰가야지. 그게 관계인데.

근데 걔가 화가 나면

그래 너 화났구나.

계속 그러면 나도 화날 건데.

어떡하지?

어떻게 해줄까도 아니야.

그냥 나는 근데 이래. 이게 끝이야.

내 사람들이 날 떠나길 바라지도 않아.

근데

내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도 내가 붙잡지 못할 것 같아.

멍하니

그들이 멀어져 가는 걸 지켜만 보고 있겠지.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안녕, 안녕.

나를 떠나서 다른 삶을 살아.

너의 인생 중에 내가 있었던 삶의 부분이 있으니 다행이야.

그러니 이젠 내가 없는 부분을 채워나가봐.

안녕,

그렇게 안녕....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