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핸드폰 사진이 더 잘 나와 보이지...
카메라를 사며 자신 있게 사진을 많이 찍을 거라 호언장담했지만 나는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잘 찍지 않는 사람이었다. 고로 카메라를 샀다 하더라도 통장에 타격이 있을 뿐, 나의 활동 범위 그다지 넓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있으면 찍겠지'라는 생각으로 어딜 가든 카메라를 항상 들고 다녔다.
가방에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하니 '이거 찍어볼까?', '저거 찍어볼까?' (절대 아까워서가 아님 절대!) 하며 카메라를 들고 회사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첫 사진 스팟은 회사 옥상이었다. 일을 하다 막힐 때면 종종 옥상으로 올라와 멍 때리다 돌아오곤 했다. 그날도 역시 별생각 없이 사진 몇 장 찍고 내려왔다.
퇴근 후 뻗어 있다 옥상에서 찍은 사진이 생각이 났다. 워라벨이 주어져도 항상 무료하게 낭비했던 나에게 힘겹게 침대에 기어 나와 후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사진 보정을 끝내고 사진을 한참 봤다. 확대해서도 보고 멀리해서도 보고. 내 시선이 멈춘 곳을 다시 볼 수 있는 게 바로 카메라의 매력인 것 같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옥상의 전경을 지그시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사진을 하는 것이 내 시선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카메라 사기 잘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