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그렇게 대수롭진 않지만 내 마음은 대수로운지 싱숭생숭하다. 잡아두었던 연말 모임은 증발되고, 혼자 한 살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연말에 가까울수록 바쁜 일들을 쳐내고 나름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밀린 수면은 진작에 해결했고, 몰아 보려고 저장해두었던 책과 영화가 있었지만 귀찮아서 계속 숙성시켜놓고 있다. 워라밸이 중요한 만큼 칼퇴근하지만 집에 오면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침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심심함일까 하고 게임을 해도 금방 싫증 나고, 예능을 보면 괜찮을까 틀어보지만 예능은 귀로 들을 뿐 시선을 인스타그램을 향한다.
아무리 괜찮다 해도 연말의 밤은 심상치 않다. 힘들어도, 즐거워도 어딘가 쓸쓸한 구석이 있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연말이 마냥 반갑지는 않았다. 새해를 맞이한다는 즐거움보다 한 해의 마무리하며 드는 아쉬움과 속상함이 먼저 밀려온다. 뭔가 그 많은 시간 동안 나는 무얼 했는가. 보낸 시간에 비해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인가.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이렇게 비효율적인 인생도 없다. 다시금 새해를 비롯해 굳센 다짐을 하지만 해내지 못하는 것은 내 인생의 클리셰.
"올해는 다르겠지"... 20살 때부터 했던 새해 다짐이었다.
공허한 마음만큼은 12월에 채워지길 바라며 "올해는 진짜 다르겠지"라는 다짐으로 떡국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