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의 무서움에 숨다
그냥 놀았을 뿐이었다.
그가 요즘 힘든 걸 알고는 있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아침에 일찍 세수만 하고 친구들을 만났다.
며칠 전에도 본 듯한, 낯설지 않은 자리였다.
별일 없었다.
우리는 웃으며 노래방에 갔다.
그 전까진, 정말 아무 문제도 없었다.
노래를 불렀다.
친구들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
다음 차례가 됐다. 장난삼아 말했다.
“야, 음치네.”
그는 노래를 멈추더니, 마이크로 자신의 머리를 쳤다.
왜 그랬을까. 말릴 틈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따라 나가 그의 옷깃을 잡았다.
“야, 뭐하냐. 노래 못 부른다고 놀릴 수도 있지.”
지각했던 친구도 내 편을 들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만하자.”
그때서야 봤다.
그의 눈에, 차갑게 고인 물 같은 것.
나의 존재도, 나의 목적도,
암울함도 잊은 채 살아간다.
이제 건네는 위로는,
그저 그때의 일을 꺼내는
차가운 손짓일 뿐이다.
그 말도 더 이상 아무런 힘이 되지 않는다.
아픔, 슬픔 —
그런 단순한 감정 때문에 망가져 가는 나의 정신은
이미 사라져 있다.
나는 오늘도 숨는다.
그저 일어나지 않을 불행으로부터.
아니, 이미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