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들
작년 여름의 초입 김포에 자리 잡은 책방을 취재할 일이 있었다. 총 네 곳 중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노란 책방, 이 책의 저자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섭외를 위해 검색해 볼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인문서적을 주로 취급하며(이 부분은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책방지기가 읽은 책만 큐레이션한다(이건 정말 놀라웠다)는 점이 그랬다.
책방과 함께 책방지기도 예사롭지 않았다. 독일과 미국에서 해외생활을 오랫동안 했다는 것이 그랬다(이 부분은 책을 읽으며 더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취재 포인트가 책방이 아니라 책방지기였다면 아마 이 책에 담긴 내용의 일부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더 재밌는 취재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물론 책방 취재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어쨌든, 나로서는 흔치 않은 이력을 가진 그였기에 꽤나 경이로운 마음이 들었다. 해외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동경심이 한몫 했던 것 같다. 인터뷰 중간중간마다 우와-를 연발해서 조금 촌티 났으려나.
그때 더 들어보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알차게 기록되어 있다. 노랑책방은 취재다녔던 서점 중 인스타를 팔로잉 하고 있는 곳은 유일한 곳이었는데, 책방지기가 글을 담백하면서도 재밌게 잘 썼기 때문이다. 책 내실 생각은 없으신가, 생각한 적이 여러 번이었는데 이미 완성되고 있었던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찌 됐건 이번 책은 적당한 여흥과 심심한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읽는 내내 웃음이 새어나오면서도 마음이 찡하다. 역시 타지 생활은 눈물 없이는 불가능 한 거다. 심지어 언어에 문화까지 다르니 많이도 힘에 부쳤을 거다. 그러다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은 ‘그래서 사람이 그렇게 따뜻했던 거구나’였다. 취재를 갔던 네 곳 중 방문자였던 나를 위해 무언가를 건넨 곳은 노랑책방이 유일했다. 그간 인스타에서 읽어온 저자의 글에서도 사람 냄새가 폴폴이었다. 객을 따뜻하게 맞을 수 있는 것, 사람이 사람의 향기를 낼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객으로 살아봤기 때문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모든 순간이 소중해지는 것은 그 순간 순간들이 겹겹이 모여 지금의 모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온전히 자신으로서 서는 시간이 선물인 이유다. 그 순간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는 참 가치 없을 수가 없다고, 굳이 부정을 두 번이나 넣어서 강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