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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개군날돌들막 Jul 17. 2019

11. 직장상사 성희롱에 대한 대처법

소심한 복수

나는 그곳에서 살아남으려고 나름의 노력을 계속했었다.

L대리의 괴롭힘, P양의 돌발행동, 끊임없는 사수의 감시와 늘어난 업무량에도.


돌이켜보건대 그즈음의 나는 짧은 인생 기간 동안 가장 불행하고 우울했던 것 같다.

매일 출근 길이 지옥으로 가는 길 같아서 울었고, 퇴근할 때면 그 날 괴롭힘을 당한 일이 서러워서 울었다.

일요일 오전부터 나는 우울해서 울었고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내 신경은 평소 같으면 넘어갈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가족을 비롯해서 길을 지나는 사람에게도 벌컥 화를 내기 시작했다.


부당한 야근 강요가 힘들어서 선배에게 해결해 달라고 말했던 것뿐이고 괴롭힘에 못 이겨서 비굴한 행동도 해봤다. 무시도 해봤지만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당연하게 지각을 했고 휴가를 사용했지만 나에겐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끊임없이 업무를 하고 있나 감시를 당했다.

흡연자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처럼 담배를 피우러 갈 수도 없었고 커피타임조차 없었다.

두 개의 회사 업무를 하기 때문에 업무상 거짓말도 해야 했다.


이대로 살면 안 될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의 나는 퇴근하고 오면 스트레스 때문에 목과 어깨가 너무 아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꽃꽂이와 외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나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애썼다. 하지만 그 무엇으로도 내 마음의 우울함을 해결할 수 없었다.

오히려 업무 중에 밀려오는 우울한 감정으로 몰래 화장실에서 울다 오는 일이 많아졌다.


나를 괴롭게 했던 그들 또한 누군가의 가족이자 좋은 친구일 텐데... 도대체 한참 어린 나에게 왜 그랬던 걸까?




늘어가는 나의 업무량과 괴로워하는 나를 보면서 L대리는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그는 수위를 가리지 않고 점점 더 심한 성희롱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을 먹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쳤고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서울 것이 없었다.

돌이킬 수 없다면 정면돌파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 날부터 나는 L대리의 성희롱을 몰래 휴대폰으로 녹음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그의 성희롱을 들으면 불쾌하고 체할 것 같은 감정만 있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의 불쾌한 성희롱을 녹음하면서도, 짜릿한 감정을 느꼈다.


여러 개의 녹음파일이 모아졌고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에게 복수 할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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