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일 -1
직장 우울증.
나를 끝내 퇴사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 결정적인 사람.
앞 서 소개한 L대리는 처음에는 신입사원인 나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항상 야근을 자진해서 하는 워커홀릭이었으며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는 매일 11시, 12시에 퇴근하기 일쑤였다. 업무가 많아서 힘들다고 했다.
'눈치 없이' 할 일만 끝내 놓고 퇴근해버리는 나에게
그는 매번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퇴근하라고 종종 눈치를 줬다.
나는 그럴 때마다 길이 막힌다는 핑계를 대며 퇴근을 했다.
내 입장에서는 퇴근시간보다 30분이나 더 눈치를 보다가 퇴근한 건데 그는 나의 태도가 못마땅했나 보다.
"강개군날돌들막씨, 이 거 스템플러 다 빼놓고 퇴근해~"
퇴근 10분 전이면 항상 나에게 엄청난 양의 잡무를 줬다.
몇 시간 동안 그가 준 잡무를 묵묵히 다 해내면,
그는 "응. 그거 이면지 어차피 못쓰잖아, 버려~"라고 대답하곤 했다.
이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나는 그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와 나는 같은 팀도 아니다. 나는 그를 도와줄 수 도 없으며, 도와줄 의무도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다 끝내고 퇴근하는 건데,
막말로 'L대리가 월급 주는 것도 아니면서' 왜 꼰대질을 하려고 하는 건지.
하지만 사회 초년생인 나는 그저 그의 의도를 눈치 못 챈 것처럼 퇴근했고
그가 심술을 부릴 때면 묵묵히 잡일을 하고 퇴근했다.
하루는 내 사수가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강개군날돌들막씨, 사실은... L대리님이 강개군날돌들막씨가 퇴근하는 걸 못마땅해하시더라고요.
앞으로는 일이 없어도 9시까지는 회사에서 책이라도 보다가 퇴근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