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어공부를 시작한 이유...

공부의 시작은 언제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다.

by 미리내

"자, '엄마, 사과가 맛있어요'를 영어로 말해보자"

"Mam, the apples is yummy."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아이 중,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큰 아이가 영어로 말했다. 잠시 후, 큰 아이는 사과를 다 먹은 후 "잘 먹었습니다" 인사 하며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아니, 간단한 문장은 영어로 말하라니깐!"하고 채근하였다. 엄마의 말에 아이는 2~3초 정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초 단위는 짧았으나 우리 사이의 정적은 무거웠다.

그리고 큰 아이는 입을 떼었다.


"엄마, 제가 얼마 전에 웹툰을 봤어요. 공부 못하는 아이가 주인공이에요. 어느 날, 그 아이가 학교에서 영어시험을 봤는데 30점을 받아 온 거예요. 그러자 주인공의 엄마가 엄마처럼 '일상 대화를 영어로 말하기' 했던 거죠. 그래서 가족들은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다, 어떻게 됐을까요?!"


"...........?"


대답없이 눈만 껌벅이는 엄마를 보며 아이는 답을 말해주었다.


"점점 말이 없어지고 '눈으로 말해요'가 된거죠. 바디랭귀지와 함께. 엄마, 우리 집도 언어가 점점 퇴화되어갈지 몰라요."


큰 아이는 경고 아닌 경고를 나에게 남기고 방으로 홀연히 들어가 버렸다. 아이의 이야기에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 그 경고가 나를 영어 강박증에서 좀 해방시켜 주었다.


공부의 시작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다.


이 에피소드는 내가 영어문법공부를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둘째 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입학을 한다. 그리고 중3이 되는 큰아이의 1학년 때의 학교생활이 떠올랐다. 입학을 하고 비중 있는 교과 과목의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했다. 학교 시험이 코앞이라 부랴 부랴 사교육 대열에 합류를 시켰고 지금까지 그 대열에 들어가 있다. 그래도 둘째는 방학과 자유학년제로 시간 여유가 있다. 아이들 줄세우기에 급급한 일제고사에서 1년은 자유롭다. 그래서 이 시기만 이라도 사교육의 타이트한 스케줄에서 벗어나 조금은 느슨할 수 있는 홈스터디를 생각했다.


두 번째는 사교육비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고자 하는 요량이 포함되어 있다. 아이들의 교육에도 가성비를 따져야 할 만큼 코로나 19로 가계 경기도 마음의 크기도 위축되어 있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튜브로 인강 찾기를 시작하였고 그중 한 사이트를 찾았다. 기초단계부터 차근차근 쉽고 명료하게 설명해 주어 마음에 쏙 들었다.

사이트 댓글란에는 학부모들의 만족도 높은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 인강은 아이들보다 부모의 만족도가 높은 사이트였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이유로 인강찾기 후 안착한 부모들도 많았다. 가입자 수가 그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교재를 구비하고 내가 먼저 랜선 강의를 들었다. 둘째의 학습 도우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 이었다.

처음에는 쏙쏙 들어오던 강의 내용들이 회차가 높아질수록 헷갈리기 시작하였다. 영상을 다시 보고 다시 봐도 왜 이리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는지.

그야말로 혼동의 카오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 아이는 부족한 엄마표 스터디를 잘 따라와 주고 있다. 그리고 아이의 영어공부를 봐주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초등영어는 회화위주이기에 문법의 비중이 높지 않다. 그래서 고학년으로 올라갈 수록 수업시간 외의 영어 문법공부를 별도로 하지 않으면 중학교 교과과정에서 매우 힘들다는 사실이다. 학원에 다니거나 스스로 학습하지 않으면 영어 기초학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교육구조였다. 초등과 중등의 교육구조 갭이 큰 만큼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는 학교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는 아직도 현재진행중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공교육의 재정을 확대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현장에 재정이 부족하여 해마다 공교육이 저평가를 받으며 무너진 것은 아닐 것이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한 재정확대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진정으로 느낄 교육의 질은 획일화된 교육시스템이 아닌 단계별 학습지원에 있지 않을까?

큰 아이가 처음 중학교 생활을 힘들어 했던 이유도 획일화된 교육방식 때문이었다. 학생들의 학습능력에는 반드시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교육현장은 그 사실을 외면하며 교과과정에 맞춰 진도 빼기에만 급급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 2019년 사교육 참여율은 74.8% 였다고 한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이 대부분이였다는 반증이다.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해 교육격차가 더 커진 상황이니 사교육 참여율은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소득이 적을수록 교육환경이 열악할수록 교육 계층은 더 심화되고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은 나오지 못한다고들 한다. 개그맨 박명수의 "개천에서 용 난 놈 사귀면 개천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이 말은 웃프면서 씁쓸하다.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의 외침

이 후 2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이들에게 '교실이데아'가 진행 중인 이유는 뭘까?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학습능력향상을 위한 조력자로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에 의지하며 각종 교육 컨텐츠를 통한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이 부분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문제점을 짚어주는 바로미터이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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