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브랜드로 공간 읽기>를 시작하며

왜, 지금 브랜드와 공간을 말하는가

by 어울

디지털 시대에 굳이 오프라인?


디지털이 일상이 된 시대, 브랜드는 다시 공간을 만듭니다. 매장, 쇼룸, 팝업스토어처럼 브랜드가 직접 구축한 공간은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브랜드 철학을 전하는 미디어가 되었죠.


단순히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시하는 올리브영N성수, 서울국제도서전에 등장하는 플랫폼들, 그리고 이미 오래전부터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던 현대카드까지. 브랜드와 오프라인의 움직임은 팬데믹 이후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팝업과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챗GPT가 도래한 AI시대에도 여전히 뜨거운 키워드입니다. 이제 브랜드의 공간은 단순히 반짝하고 지나갈 유행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9CM와 포인트오브뷰가 기획한 문구페어: 인벤타리오
브랜드는 어떻게 소비자와 끈끈한 유대를 맺을 수 있을까? 우선 친분의 필요조건은 절대적으로 시간이다. 현대인 대부분은 만성적으로 시간에 쫓긴다. 그렇다면 바쁜 현대인의 시간을 기업이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 온라인이나 TV 광고 도달률로 소비자의 시간을 의미 있게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 누구나 안다. 소비자의 시간을 붙잡아 인게이지먼트를 강화하는 것은 결국 오프라인이다.

매일 바뀌는 온라인 배너 광고에는 일말의 관심이 없지만, 사는 동네나 회사 주변에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자꾸 눈길이 가고 들러 보고 싶은 것이 평범한 우리의 속내다. 익숙한 거리를 지나다 새로 생긴 매장을 보고 ‘다음에 꼭 가 봐야지’ 하고 다짐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 최원석 <결국, 오프라인> 中 -


사실 공간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저는 공간 디자이너나 브랜드 컨설턴트는 아닙니다. 본업은 IT회사 콘텐츠매니저로 주로 APP이라는 디지털 환경에서 업무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를 기획하며 ‘어떤 구조와 경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가’를 고민해 왔고, 이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공간’이라는 물성 있는 미디어로도 연결됐습니다.


예전엔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공간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젝트 참여를 시작으로, 관련 키워드를 이것저것 두드리게 되었죠. 학생 때는 주전공인 인류학에 동네 서점 키워드를 접목해보기도 하고, 건축 전공자들이 대다수인 골목길 재생 공모전에 '스토리텔링'을 내세워 입상한 적도 있었어요.


당시 참여했던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로컬 매거진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현재는 인테리어 플랫폼에서 재직 중이에요. 사이드 프로젝트로는 작업하기 좋은 공간 소개 계정을 운영하고 있고요. 돌아보면 꽤나 꾸준히 '공간'이라는 매개로 사람과 경험, 콘텐츠를 연결해보려 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러했느냐고 묻는다면 결국 ‘순수하게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방문한 공간에서의 예상치 못한 환대, 오감으로 느끼면서 전환된 브랜드에 대한 생각, 디테일하게 설계된 경험에서 얻는 새로운 기쁨까지. 이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도파민을 느끼는 이른바 공간 덕후거든요.



그래서, 브랜드로 공간 읽기.


덕질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라 했던가요? 저도 언젠가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치를 단편적인 콘텐츠를 넘어 경험적으로 제공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그 기반에 공간이 함께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그래서 공부하는 차원으로 요즘 브랜드들은 어떻게 공간을 전개하는가를 면밀히 살펴보고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연재는 브랜드가 만든 공간을 단순히 ‘예쁜 장소’ 혹은 '오프라인 광고판'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어떤 철학과 전략, 감각을 담고 있는지를 읽어보려는 시도입니다.


예상 목차


0. (프롤로그) 브랜드로 공간 읽기를 시작하며
1. 데스커라운지 - 가구 브랜드가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이유
2. 울라웰컴하우스 - 울릉도라는 섬이 코오롱과 만나면
3. 올리브영 N 성수 - 플래그쉽 스토어를 넘은 뷰티 놀이터
4. 츠타야 팝업 - 서울에 온 츠타야는 어떤 모습일까
5. 이구홈성수 - 고감도 셀렉트샵, 리빙 시장에 도전하다.

(...)


브랜드가 만든 공간(플래그십 스토어, 쇼룸, 팝업 등)을 직접 방문한 뒤 나름대로 해석한 글을 차례로 담을 예정입니다. 최근 새롭게 오픈하며 주목받는 브랜드 공간부터, 평소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 작지만 강한 브랜드의 공간까지 다뤄보겠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이미 유명한 전문가들이 많지만, 오히려 공간과 브랜드 그 자체를 좋아하는 생생한 사람의 눈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IT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경험과 물성이 주는 힘을 믿는 사람으로서, 실제 공간에 발을 딛고,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며 기록해 보겠습니다.


부족하겠지만 브랜드와 공간 경험 설계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들에게 아주 작은 힌트라도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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