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의 연결에 누구보다 진심인 이곳
2024년의 초입, 한창 SNS를 뒤덮은 공간이 있었습니다. 가구 브랜드 데스커에서 만든 '데스커 라운지', 일하는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지향하는 공간으로 이른바 '일잘러들이 모이는 곳'이라 소문이 났었죠. 데스커는 기존에도 마케팅을 잘하고, 지향하는 바가 명확한 브랜드라고 생각했던 곳이지만 이 공간이 초반부터 화제성이 컸던 것들은 아무래도 기획자의 힘도 있었을 테지요. 씬에서는 꽤나 유명한 윤소정 디렉터와 마케터 숭님이 기획에 참여했기에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고, 초반에는 이용권 예약이 어려워 '데켓팅'이라는 말까지 나왔더랍니다.
그 후 쏟아지는 후기들도 이 공간이 얼마나 세심하게 기획되었는지를 증명하는 말들이었습니다. '소문만 많은 잔칫집이 아니라 소문대로 잘해놨더라', '근데 생각보다 데스커는 더 드러나지 않아서 신기하다', '츠타야의 쉐어라운지같은 공간이 한국에도 나온 것 같더라' 36,000원이라는 입장료는 결코 저렴하지 않음에도 풍부하게 채운 콘텐츠 덕에 호평이 많았죠.
데스커 라운지는 '연결 Connect'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아래와 같이 공간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픈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공간의 '기본 구성과 다루는 키워드'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1. Connect Zone: 공간 운영진인 '커넥터'들이 입장을 도와주고, 오늘의 업무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곳. 좌측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성장 과정을 표현한 전시도 볼 수 있다.
2. Letter to Worker: 일과 성장에 관해 고민을 던지는 후배들에 편지에 선배들이 답을 해주는 섹션. 서랍에는 선배들이 추천하는 도구도 전시되어 있다.
3. Big Desk & Motion Desk: 공간 중앙에 자리 잡은 메인 작업 공간. 개방감 있게 일할 수 있는 빅데스크와 칸막이로 구분되고 모니터도 쓸 수 있는 모션 데스크로 나뉜다.
4. Connect Library: 일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이 있는 서가. 다른 사람들이 남긴 밑줄과 메모가 그대로 남겨 있어 책을 통해 연결될 수 있다.
5. Connect Room: 데스커 라운지에 모인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열리는 공간. 다양한 스낵바와 간단한 통화나 미팅도 이곳에서 할 수 있다.
6. Worker's Room: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일하는 인물들을 소개하는 공간. 오픈 초기에는 기획자 윤소정 님과 마케터 숭님의 책상이 구현되어 있었고, 이후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으로 공간을 꾸린다.
떠들썩한 오픈과 뜨거운 관심이 한 차례 지나가고, 데스커 라운지도 어느덧 '예약이 치열하지 않은' 순간이 왔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꾸준히 운영되는 공간으로서는 필히 극복해야 할 과제죠. 1회성으로 진행하는 팝업과 달리 상시 운영되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자릿세를 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꾸준한 수익 혹은 그것을 넘어설 만한 가치를 만들어야 존재의 의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다 보니 브랜드가 단기 팝업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데스커는 상설 운영이라는 과감한 도전을 했고, 그래서 한 번의 체험이 아닌 '계속 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데스커 라운지는 이를 위한 미끼를 다양한 방면으로 잘 던졌죠.
실제로 저는 데스커 라운지에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요, 결국 그들이 던진 미끼에 착실하게 낚여서 방문이 자연스러워진 사람이 되었답니다. 데스커 라운지가 사람들을 계속 오게 만든 요소를 크게 나누면 아래와 같습니다.
a. 독점적인 가치 제공
어떤 공간에 방문하게 만들려면 그곳에서만 제공하는 독점적인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데스커 라운지는 공간의 메인 타겟층, 즉 '일하는 사람들'과 데스커라운지가 줄 수 있는 '연결'이라는 가치를 접목시켜 '워크투게더'를 만들었어요. 같은 분야의 선배, 동료와 따로 또 같이 일하는 프로그램으로 일방적인 강연을 넘어선 참여형 프로그램이죠.
제가 참여한 워크투게더는 브랜드라이터 '원지수'님이 왔던 회차였는데요, 기존에 다른 곳에서도 일과 관련된 강연이나 프로그램을 하는 것을 전혀 본 적이 없어서 꼭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선착순이 아닌 선정제였기에 공들여서 참여 신청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데스커 라운지의 다른 콘텐츠는 이미 충분히 즐겼지만, 이 프로그램은 이날 하루만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워크투게더 참여비를 데스커라운지 1일권과 동일하게 받아요.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공간 이용을 하는데, 양질의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는 개념이 되니 부담이 적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것도 전략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b. 변화하는 콘텐츠
앞서 공간의 기본적인 구성은 오픈 초기와 바뀌지 않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유일하게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는 공간이 있다면 바로 'Worker's Room'입니다. 실제로 다른 달에 방문해서 찍은 모습을 비교했는데요, 느낌만 봐도 확 다르게 느껴지지 않나요?
때론 개인 창작자와 때로는 브랜드와, 때로는 외부 공간과 협업하면서 다양한 키워드로 꾸려지는 이 공간은 데스커 라운지 안의 작은 전시장이 됩니다. 어떤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느냐에 따라서 공간은 물론 다루는 콘텐츠도 무궁무진하게 달라져요. 창작자들을 응원하는 에이전시 하티핸디와 협업했을 때는 DJ 파티가 열리고, 을지로 공간 라이팅룸과 협업했을 때는 '기록'이라는 키워드로 미니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Worker's Room이 데스커 라운지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작을지라도 그 존재감은 무한대로 커질 수 있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이 펼쳐지는 무대가 되기 때문이죠. 결국 공간이 새로움을 주기 위해서 대대적인 변화가 아닌, 작은 변화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c. 다양한 커뮤니티와의 연결
데스커 라운지는 방문 이벤트나 커뮤니티 협업도 굉장히 자주 여는 편인데요, 사실 저도 커넥터 분과 연결되어서 운영 중인 소모임을 데스커 라운지에서 진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사실 처음엔 의아했어요. 우리야 기회가 생겨서 정말 좋긴 한데, 공간 측면에서 흔쾌히 이렇게 자리를 내어주는 이유가 뭘까? 하고요.
들여다보니 결국은 또 '연결'이라는 키워드가 나왔습니다. 공간이 계속 활기를 띄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이 모여야 합니다. 그 공간을 이용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계속 채워지고, 그 안에서 관계를 쌓고, 다시 오고 싶어 져야 그들이 말하는 '연결'이 발생하죠.
결국 데스커 라운지는 철저하게 매출보다 관계와 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이 공간을 잘 써줄 수 있는 사람들이 올 수 있게 기회를 계속 만들고, 거리를 던져 주는 방식으로. 데스커 라운지를 아직 몰랐던 사람들이 새로운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 공간을 발견하고, 경험한다면 그건 또 그다음 연결이 생길 수도 있으니, 데스커 라운지 측에서도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죠.
이쯤 되면 데스커가 왜 이런 시도를 하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데스커 라운지가 잘 운영되고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고 해도, 데스커의 책상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팔리는 수준은 아닐 것 같거든요.
우선 데스커의 소개글을 보면 그냥 '가구 브랜드'로만 남고 싶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도전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워크&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일에 도전하고,
그 안에서 성장합니다.
때로는 본질에 집중하기도,
때로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합니다.
그리고 데스커는 그런 당신을 닮고 싶습니다.
당신의 견고하지만 유연하고,
심플하면서 다양한 열린 생각이
데스커 위에서 펼쳐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데스커는 책상 그 이상을 바라봅니다.
데스커는 당신의 가능성 앞으로 찾아가고,
더 많은 사람들을 데스커의 가능성 앞으로 초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성 그 앞으로 갑니다.
데스커의 메인 제품인 '책상'이라는 물성에서, 그 위에서 펼쳐질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가치로 뻗어나간 것이죠. 사실 이런 브랜드 스토리를 그냥 홈페이지에만 적어둘 수도 있는데 데스커는 꽤나 진심입니다. 데스커 라운지 이전에 만들었던 differ는 브랜드 미디어이지만 책상 이야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성장을 이뤄온 사람들의 인터뷰, 일 잘하는 사람들의 노하우, 성장을 돕는 도구에 관한 기사가 있죠.
올해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은 '책상 위의 시작을 응원한다'는 내용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라는 메시지를 내세웠어요.
결국 '데스커 라운지'라는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은 데스커라는 브랜드가 이루고 싶은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자, 제품을 넘어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본인들의 주 고객층인 일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이런 시간들이 데스커 라운지라는 공간 안에서 차곡차곡 축적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데스커가 잘하고 있는 사례임은 맞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과감한 투자'라는 것입니다. 모든 브랜드가 이런 선택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프라인 공간 특성상, 긴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내와 단순 매출을 넘어서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믿음이 함께 버텨줘야 하기 때문이죠. 건너 건너 듣기로는 데스커는 이러한 부분을 지지해 주는 리더급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어쨌거나 데스커 라운지는 1년 6개월의 시간을 아주 훌륭하게 버텨냈고, 올해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입니다. 작년 하반기에는 데스커 라운지 대구점도 오픈했고, 홍대점은 이제 윤소정 디렉터가 아닌 새로운 곳이 공간 운영을 이어받았어요. 워크투게더 같은 시그니처 프로그램을 꾸준히 가져가면서 브랜드 미디어 differ의 오프라인 무대로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도 돋보입니다.
이제 데스커 라운지라는 책상 위에서 보여줄 또 다른 가능성이 궁금해지는 시기입니다. 연결이라는 가치에 집중한 브랜드 공간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요? 오픈 이후 쉼 없이 달려온 이 공간이 지치지 않고 계속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 데스커 라운지가 오래 버텨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만큼이나 진심인 공간이 오래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긍정적인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가 더욱 많아질 것 같거든요.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긴 호흡으로, 진정성 있게 풀어낸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