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라웰컴하우스: 울릉도라는 섬에 코오롱이 심은 씨앗

대기업이 로컬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

by 어울

훑어보기: 울릉도에 나타난 수상하고 귀여운 고릴라


조금 이른 여름휴가로 울릉도를 찾았어요. 천혜의 자연으로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분위기나 로컬 상점들은 여전히 시골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도시 여행에서 즐기는 '재미있는 공간을 만나는 순간'에 대한 기대는 딱히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울라웰컴하우스. '울릉도라는 섬의 느낌과 다르게 꽤 세련됐네?' 싶으면서도 '어라라 그런데, 귀엽고, 잘한다!'라는 느낌을 받았죠. 쾌속선이 오고 가는 저동항에 위치해 울릉도를 여행 온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한 번쯤 거쳐갈 법한 공간입니다.

울라웰컴하우스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울라'라는 고릴라 캐릭터인데요, 건물 외관에도 귀여운 울라가 인사를 하며 반겨주고, 내부에도 울라를 활용한 기념품이 넘쳐나요. 혹시 울릉도가 고릴라 서식지냐고요? 아니요. 사실 울라는 최근에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울릉도에 방문한 코오롱 회장님이 우뚝 솟아 있는 송곳산 봉우리의 모습을 보고 '고릴라'의 모습을 떠올렸다는 이야기에서 착안해 '우산국 시절부터 울릉도 추산을 지켜온 수호신' 콘셉트의 캐릭터가 개발된 거예요.


송곳산 아래에 설치된 울라 동상

위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울라'캐릭터를 비롯한 브랜드 ULLA는 코오롱이라는 브랜드에서 만들었어요. 또한 울릉도 곳곳에 울라를 활용한 공간이나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울라웰컴하우스는 저동관광안내소라는 이름을 달고 운영되고 있어요. 새하얗고 커다란 건물에 귀여운 로고가 눈에 띄는 이곳을 방문해 보니 크게 안내존, 제품존, 체험존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울릉도 기념품 판매는 물론, 울릉도 여행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정보까지 공유하는 복합문화관광안내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느껴보기: 역시 대기업인가...? IP활용과 공간 구성


울라웰컴하우스에 처음 가게 된 이유는 독도 방문 날짜를 찍어주는 스카프를 사기 위해서였어요. 특별한 기념품이 없을지 찾던 지인이 발견했는데, 스카프 디자인도 생각보다 훨씬 예뻤고 무엇보다 날짜를 새겨준다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거든요.


독도는 기상상황에 따라서 방문 가능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입도가 어려워요.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서 독도 입도 날짜를 찍어주는 스카프가 탄생한 것 같은데, 듣자마자 '참 의미 좋고 재미있다 = 잘 만든 상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보통 울릉도 도착 첫날 방문하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다른 항구로 들어왔던 터라 셋째 날에 숙소를 옮기면서 울라웰컴하우스에 가게 됐어요. 가볍게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려 한 시간이나 머물다 왔답니다. (그리고 마지막날에도 기념품 사러 한 번 더 갔어요... ㅎㅎ)


공간을 머물고 물건을 사면서 느꼈던 울라웰컴하우스의 포인트를 정리해 볼게요.


a. 역시 대기업의 퀄리티는 달랐다

사실 울라웰컴하우스에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고, 다른 관광상품을 파는 곳보다 눈에 띄는 이유는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좋기 때문일 것이에요. 저동항 근처에는 독도문방구 정도를 제외하면 관광상품을 특별히 차별점을 가지고 파는 곳이 없었어요. 독도 배를 타러 가는 곳 근처에서는 모든 가게에서 태극기를 팔고, 항구 주변 민박집이나 가게들에서 특산품을 파는 정도였죠.


반면에 울라웰컴하우스는 공간은 물론, 거기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나 디스플레이 방식까지 참 깔끔하고 세련됐어요. 어쩔 수 없지만, 대기업의 자본력과 짬바가 느껴집니다. 앞서 언급한 독도 스카프는 물론 캐릭터를 활용한 귀여운 기념품들, 호박이나 국화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도 딱 선물용으로 가져가기 좋게 만들었어요. 퀄리티가 보장되어 있으니 기왕 살 거면 여기서 한 번에 살까?라고 생각하게 되니 관광객들에겐 선택지를 줄여주는 거나 마찬가지죠.


b. 캐릭터 활용은 이렇게

역시나 울라 캐릭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처음에는 '웬 고릴라지?' 했는데 자꾸 보다 보면 생김새가 귀여워서 점점 정이 듭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캐릭터 하나 만들어두고 얼굴을 여기저기 박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세계관을 촘촘히 쌓아두었어요.

프로 N잡러라는 설정이 있어 주요 관광 위치마다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울라 캐릭터 동상을 심어두기도 하고, 커다란 덩치와 다르게 내향적이고 소심하다는 성격을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울라 SNS에선 밈과 짤을 적절히 활용해 울라 캐릭터의 귀여움을 한껏 극대화시키며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있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지자체에서 개발한 진짜 울릉도 캐릭터는 따로 있는데요, 아래에서 따로 언급할게요.)


ⓒ ULLA
ⓒsigour.ulla

울라웰컴하우스를 채운 물건들은 이런 울라 캐릭터를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가볍게 챙겨가기 좋은 엽서나 배지부터, 꽤나 고퀄리티로 만든 피크닉매트 같은 트레블키트까지. 울릉도의 자연과 특산물에 울라라는 IP가 더해져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의 지갑은 비교적 쉽게 열리잖아요? 이렇게 귀여운 울라가 쳐다본다면? 저는 캐릭터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조금 더 쉽게 열렸다는 사실...


c. '놀러 온' 사람들을 위한 포인트들

마지막으로 제품 이외에도 이 공간의 메인 타겟층, '관광객' 들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많았어요.


- 입구에 주요 배편과 결항 여부를 보기 쉽게 알려주고, 각종 관광 안내 책자 비치

- 여행하다 지친 관광객들이 쉬어갈 수 있게 마련한 계단 휴식존 (ft. 콘센트)

- 울릉도 주요 명소, 가게들 카드를 걸어놓고 가져갈 수 있는 히스토리월

- 울라 캐릭터를 활용한 포토존과 인생 네 컷 부스

- 울릉도 여행 코스와 이벤트를 안내하는 키오스크

- 출항 전 짐을 맡길 수 있는 코인락커

...

웰컴센터 입구 안내보드
챙겨갈 수 있도록 구성된 관광명소 카드팩


나열하자면 끝도 없는 이런 특징들은 사실 분석하려고 찾아본 건 아니었어요. 나중에 이곳에 왜 이렇게 길게 있었지? 하고 떠올려보니 입구부터 2층까지, 정말 콘텐츠가 끊이지 않고 제공되고 있었더라고요.


결론적으로 귀여운 울라 캐릭터에 끌리는 사람도, 울릉도의 정보나 주요 명소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도, 너무 열심히 관광하느라 잠시 쉬고 싶은 사람도, 재미있는 추억을 남기고 싶은 사람까지 모든 관광객들이라면 이곳에서 할 만한 거리가 있습니다. 타깃을 고려한 적절한 콘텐츠와 정보의 제공은 결국 그 공간에 계속 머무르고 싶게 만드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 아닐까요?



읽어내기: 코오롱이 울릉도에 투자하는 이유


이번엔 울라를 탄생시킨 브랜드, 코오롱을 살펴보겠습니다. 코오롱은 울릉도라는 섬에 꽤나 깊이 관여하고 있어요. 우선 울라 캐릭터 개발보다 앞서 만든 것이 바로 코오롱 글로텍에서 2017년 오픈한 코스모스예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스테이로도 꼽히는 이곳은 유명 건축가가 울릉도라는 섬과 최대한 잘 어우러지는 모습으로, 자연의 이야기를 콘셉트로 만들었어요. 프리미엄 스테이라 숙박 접근성은 다소 높지만, 울라 카페가 있어서 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구경을 가곤 하죠.


코오롱글로텍은 울릉군과 일자리 창출, 관광개발 협약을 맺기도 했고, 코오롱 FnC는 DIVE INTO ULLEUNG이라는 아웃도어 행사를 올해로 2년째 개최했습니다. 이쯤 되니 울릉도라는 섬을 코오롱이 꽉 잡고 있다는 느낌도 드네요. 도대체 왜, 울릉도에 투자를 하고 있는 걸까요?

울릉 북면에 위치한 프리미엄 리조트 코스모스

본질부터 파고들기 위해 브랜드 스토리와 미션을 살펴봤어요. (아무래도 코오롱은 워낙 큰 대기업이다 보니 다소 범위가 넓은 편이라, 코오롱 FnC의 스토리를 위주로!) 소개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문화와의 공존'과 '자원으로서의 패션'이라는 키워드입니다.

코오롱 FnC
패션과 문화가 공존하는 국내 대표 브랜드 하우스

우리는 트렌드를 이끌고 취향을 만듭니다.
예민하게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시장을 발견합니다.
매 시즌 우리의 컬렉션은 달라지지만,
변화하면서도 변함없는 기본을 지킵니다.
우리는 문화가 녹아든 패션을 지향합니다.
음악, 미술, 대중문화의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파트너들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우리는 유연하지만 진중합니다.
세상이 패션계에 던지는 질문에 회피하기보다
남다른 해법을 모색합니다.
자원으로서의 패션이 가장 이롭게 순환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고민하고 도전합니다.


고립된 섬으로서 독보적인 자연경관을 가졌음에도 제주도에 비해 개발도 인지도 더딘 울릉도는 분명 다양한 실험을 많이 할 수 있는 지역이라 여겨졌을 거예요. 트레킹, 캠핑 등 아웃도어와도 연결하기 좋으니 관광과 문화사업을 벌이기에도 좋고, '자연과 순환'이라는 브랜드에서 자주 다루는 키워드와도 잘 붙고요.


한편으로는 '투자가치가 있는 지역'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울릉도는 확실히 떠오르고 있는 관광지거든요. 최근 <대환장 기안장>, <지구마불 우승여행> 등에 울릉도가 소개되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기도 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현재 신규 공항을 건설 중이라는 점이에요. 하늘 길이 열리면 아무래도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여행지로 인지하고 편하게 오게 될 테니까요.


2020년에 캐릭터를 개발하고, 지난 5년간 '울릉도에 가면 꼭 가야 할 곳'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만들었으니 이미 자리를 잘 잡았다고 볼 수 있겠죠. 결론적으로, 코오롱은 공항 개설 후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이미 선발주자로서 울릉도의 관광 사업을 이끄는 위치를 점유하게 되었습니다.



덧붙이기: '울라'는 정말 '울릉도'와 함께하고 있을까?


실제로 울라웰컴하우스는 공간 구성을 잘했고, 캐릭터 활용도 훌륭했다고 생각하는데, 살짝 찝찝한 부분이 있어요. '울라가 정말 울릉도라는 섬을 위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거든요.


울라는 분명 귀엽지만, 울릉도의 고유한 특성을 따왔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사실 울릉도에는 특산물인 호박과 오징어에서 따온 해호랑이랑 오기동이라는 지역 캐릭터가 있는데요, 사실 울라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 보니 오히려 묻히고 있어요. (후기를 찾아보니 울라 때문에 울릉도에 고릴라가 서식한다고 착각하는 관광객들도 있더라고요.)

ⓒulleungstory

대기업의 역량을 활용해 워낙 굿즈를 잘 만들어내다 보니, 기존에 관광상품을 개발하던 지역 주민들은 경쟁력을 오히려 잃게 되는 것도 있겠고요. 실제로 여행하며 만난 주민분들은 '울라는 원래 울릉도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시기도 했어요.


따지고 보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비즈니스인데, 그냥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로컬 비즈니스는 지역성을 간과한 체 건강하게 오래갈 수 없어요. 결국 울라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울릉도를 잘 보존하고 앞서 가꿔온 기존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니까요.

코오롱 측에서도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의 액션을 취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울릉도=울라'가 되기보단 울릉이라는 섬을 더 매력적으로 빛낼 수 있는 역할의 수준이 어디까지일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해 보여요.


앞으로 울라가 울릉도라는 섬 그 자체와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더 깊은 고민이 수반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겨보기: 울라웰컴하우스는 ...


관광객의 니즈를 잘 캐치하고,
캐릭터를 적절하게 활용해
사람들을 '머무르게' 만든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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