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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광호 May 15. 2019

거룩한 낭비

참으로 누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었던) 이 여인이 행한 엄청난 낭비를 보고 분개했던 제자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정서적 삶을 잘 통제하고 있는, 또 이 여인이 했던 일을 하는 것은 바보짓이며 심지어 범죄적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균형 잡힌 인격을 지닌 사람들은 분명히 그들을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달리 느끼셨고 초대교회 교인들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들은 마음의 풍족함이 없이는 그 어떤 위대한 일도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합리성이라는 한계 안에 갇힌 종교는 불구가 된 종교이며, 계산적인 사랑은 전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 세상은 자신을 낭비했던, 또 그렇게 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남자와 여자들의 역사입니다. 그들은 새로운 창조를 위해 자신을, 다른 이들을, 그리고 물질을 낭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자연과 역사 속에서, 그리고 창조와 구원 역사 속에서 그렇게 하시듯 그것들을 낭비했습니다 ...... 사람들은 사랑을 받지 못해서뿐 아니라 사랑을 베풀고 낭비하도록 허락 받지 못해서 병이 듭니다. 당신 자신과 다른 사람들 안에 있는 풍성한 마음, 자기를 포기하는 낭비, 그리고 모든 이성을 초월하는 성령을 억누르지 마십시오, 당신의 시간과 힘을 유용하고 합리적인 것만을 위해서 탐욕스럽게 보존하지 마십시오. 낭비처럼 보이는 것의 한 가운데서 나타날지도 모를 창조적인 순간을 향해 자신을 열어 놓으십시오.


-폴 틸리히 <거룩한 낭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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