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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I Feb 04. 2024

소통창구를 줄이는 일

SNS 계정을 삭제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그 외 각종 부계정이 많다보니 일일이 관리를 하는 것도 확인하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감정소모도 심해졌다. 이미 오래전 끝난 사람의 근황을 확인한답시고 붙잡고 있던 계정도, 껄끄러운 사이였던 사람도, 본인은 올리지도 않는 빈 계정으로 내 게시물만 확인하던 전 직장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무얼 위해 그렇게 SNS를 끌어안고 살았는지...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실 계정을 깡그리 삭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몇년간 하나하나 고심하며 올린 게시물, 사진들이 나름 하나의 앨범처럼 보관되어 있던 곳인데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장점보다는 단점의 영역이 더 넓어지게 되면서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되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먹은 순간, 큰 망설임없이 모든 걸 삭제했고, 잘 사용하지 않는 브런치와 티스토리 계정만 남겨두게 되었다. 이 두곳은 삭제할만한 게시물도 이웃도, 소통도 거의 없었던 계정이라 오히려 편하게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승인받기 까다로운 면이 있어서 마구잡이로 만들 수 있는 인스타나 페이스북보다는 삭제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업로드하기가 불편한 점이 있어서 잘 사용하지 않았던 건데, 앞으로도 얼마나 활용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브런치에 올린다면 조금이나마 전문성을 갖고 좀 더 성의있는 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다. 티스토리는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둘 중 뭐가 더 나을지는 나도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새해들어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건, SNS의 홍수 속에서 지쳐있는 내 모습을 너무 늦게서야 인지하게 된 미련함과 둔함 때문이다. 


최근엔 자주 실행했던 여행 때문에 체력이나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무방비상태로 돌아다니다가 결국 B형 독감에 걸렸다. 내 감기 이력으로는 코로나 터지기 직전에 편도선염으로 목이 부었던 게 마지막이었었는데, 정말 몇년만에 이런 독한 감기에 걸린건지 모르겠다. 잔병치레를 안 하는 편이라 병원도 정기검진 외에는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코로나도 한번 걸리지 않았던 내가 정말이지 이젠 노쇠하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이듦에 따라 인정해야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이번 독감은 말 그대로 독했다. 너무 아팠고 온 몸이 부서질 듯 근육통과 몸살이 심하게 오는 바람에 자면서도 고통으로 몇번을 깼다. 타미플루를 복용하면서부터는 정신이 혼미한듯 무언가 알 수 없는 착란 증세에 우울함까지 더해져 집구석에서 병마와 싸우는 신세가 되었다. 2~3일 감기약을 먹으면 낫기 시작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이번 독감은 처방받은 5일치를 다 먹고도 완벽하게 좋아지지 않았다. 다시 처방을 받고 시럽까지 타와서 하루 4번을 복용하고- 약 먹는 것도 고통, 아픈 것도 고통, 가족들에게도 민폐다. 여러모로 독감 걸린 기간에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프니까 만사가 귀찮고 또 핸드폰을 자주 보게 되다 보니 SNS를 보는 것도 괴롭고 어쩌면 그런 내 모습이 너무 보기 싫어서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결과적으로는 잘한 일이다. 어느 정도 독감이 잡히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멘탈은 바사삭 상태다. 그동안 못다한 여행기를 다시 차분히 정리해보고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때다. 다시 시작해보자. 뭐든 화이팅!    

독감 투병 중 먹었던 한라봉(외삼촌이 보내준 선물), 롱플레이 커피
제주도 여행 중 집으로 주문했던 감귤, 꽤 오래 두고두고 맛있게 먹었다.
소소한 우리집 주방
소중한 컴퓨터 책상
여행 전, 잡다한 짐들이 많았던 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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