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마음대로 삶의 느낌을 적는다. 3편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나오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움직이기 위해 스스로를 열심히 일으켜야만 겨우 첫 발을 떼는 편이다. 직장에서는 당연히 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만, 나 스스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많은 채찍질과 당근이 필요하다.
한 번 깊게 고민한 적이 있다. 왜 나는 첫 시작이 어려울까? 왜 행동이 둔해지는걸까?
문제는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렇게 복잡한 생각 구조를 갖고 있지 않지만, 단순히 하나의 생각에 꽂히면 다른 걸 돌아보기가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일을 할 때도 다수의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보다 하나의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두 가지 이상만 되어도 벌써 머리가 아프고 집중이 흐트러진다...
아! 그러면 생각이 많은게 아니라 머릿속에 든 생각 하나가 너무 큰 것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예를 들면 그런거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들 행동하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나는 씻기와 스트레칭이 있다. 그래서 두 가지를 생각해본다면
씻어야 한다. -> 간밤에 많이 덥고 습했는데 샤워할까? -> 아... 샤워하면 지하철 안늦으려나? -> 그냥 머리감고 세수만할까? -> 그래도 몸이 찝찝한데 -> 그럼 그냥 샤워하지 뭐 -> 미지근한 물로 씻어야 좋다는데... 보일러 켤까? -> 어머니가 뭐라 하실텐데 그냥 찬물로 씻자...
스트레칭 해야 한다. -> 귀찮은데 발목하고 손목만 풀까? -> 그래도 허리가 아프니까 허리 스트레칭은 꼭 해야할 것 같은데... -> 이왕 할거면 다 하는게 낫지 않나? 5분이면 하지 않을까 -> 어제는 좀 오래걸렸던 것 같은데 -> 날이 더워서 바닥이 끈적하네? 그냥 하지 말까? -> 아니야 그래도 스트레칭 해야 몸이 편하고 둔해지지 않아 -> 그럼 씻기 전에 할까? -> 씻은 후에 하면 괜히 땀날것 같으니까 지금 바로 하자
생각 매커니즘이 이런 식으로 많이 맞물려간다.
사실 이러한 사슬같은 생각 구조가 만들어진 배경은 일 할 때 더 디테일하고 꼼꼼하게 놓치지 않고 싶어하는 나의 완벽주의에서 나왔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랄까...
부작용으로 아쉽게도 생각이 꼬리를 물고 너무 길어져 쉽게 움직임을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
어쨌든 행동을 빠르게 하는 건 어느 때에든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생각을 끊어내는 연습을 했다.
혹시 나와 같이 생각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나만의 방법을 공유해보자면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이 연결될 때 끊어내기 위한 루틴을 만들었다.
나는 먼저 입으로 작게든 크게든 입모양으로만이든 "그냥하자"라고 한다.
이후 손으로 이마와 가슴을 순서대로 짚고 "생각과 마음의 일치"라는 주문을 외운다. (이거는 긴장을 풀 때에도 사용하는 방법이다...! 남들이 보면 뭔가 부끄러우니까 자연스럽고 빠르게 한다.)
걱정은 생각보다 그 힘이 강하다. 그래서 끊어내려 해도 쉽게 안되는 경우가 많다. 너무 끊기지 않고 계속 연결될 때 나는 종이와 펜을 이용한다.
글을 써서 시각적으로 내 걱정을 풀어내면 생각보다 그 걱정의 힘이 작아진다. 머릿속에서는 엄청 커보였어도 막상 써보면 별거 아닌 때가 많다. 나름 걱정에 디버프를 거는 주술이라고 생각한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찰떡같은 방법이다.
걱정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지 않거나 슬플 때에도 진정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생각을 멈추고 정돈했음에도 움직이기 주저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일을 할 때 맡겨주신 일에 대해 자신이 없고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나는 잠깐 사무실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그 일에 대한 정리를 다시 하고 내가 해야하는 일만 목표로 삼고 사무실에 돌아와 일을 한다. 마치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의 논리와 같달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겁이 많다거나 소심함 보다는 완벽하고 싶다는 정신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완벽하기가 정말 어렵지만, 그래도 하는 일에 있어서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노력한다.
나는 왜 그럴까? 자책보다는 스스로를 더욱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 나가는 게 좋은 것 같다.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겪는 분이 있다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