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서른의 시작, 나를 위한 무언가
나는 늘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메모하고, 무언가 끌리면 일단 시도해보는 식이랄까..
그래서 무언가를 '계획하고 준비해서' 시작하는 경우보다는 순간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분명한 목표 하나는 늘 마음속에 있었다.
“서른이 되면, 나만의 무언가를 시작하자.”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몰랐지만, 20대에 쌓아온 나의 경험과 감정을 30대에는 내 이름으로 써보고 싶었다.
디자인을 업으로 삼은 지는 꽤 오래됐다.
대학 졸업 무렵, 퍼블리셔를 공부하는 웹디자이너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모바일 디자인이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하던 시기였던것 같다.
졸업 전에 퍼블리싱을 배우며 웹 서비스 디자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한 모바일 앱 회사에 주니어 디자이너로 입사하게되면서 UX/UI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꾸준히 이어갔다.
30대에 접어들면서는 외부 미팅이나 출장이 많아졌고,
노트북을 들고 나가는 날도 부쩍 잦아졌다.
회사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일이 많아졌는데
생각보다 예쁘고 실용적인 노트북 가방을 찾기가 어려웠다.
일할 때 메기 좋은 가방은 왜 이렇게 투박하고,
예쁜 가방은 또 노트북을 넣기에는 뭔가 애매하고....(물론 지금은 예쁜 제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ㅎㅎ!)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더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이, 지금의 브랜드를 만들게 된 발판이 되었다.
이전까지 IT 업계에서 일하면서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모두의 협업이 있어야
결과물이 나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만약 누가 나에게 "IT 사업을 혼자 시작해볼래?"라고 물었다면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했을거다.
근데 가방은...
몰라서였는지, 그냥 쉽게 느껴졌다.
“디자인해서 공장에 맡기면 되지 않을까?”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진짜로 시작했다.
크몽에서 가방 디자이너를 찾고
내가 직접 스케치한 디자인을 보여주면서 의뢰를 맡겼다.
그리고 그 디자이너가 아는 공장을 연결해줘서,
처음 시제품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다.
근데 그 뒤로는...진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원단, 원가, 봉제 방식...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었고
처음에는 디자이너에게 거의 모든 걸 의존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꽤 비싼 비용을 주고 첫 가방을 만들게 됐는데,
이 얘기는 다음에 따로 적어보려 한다.
에피소드가 좀 많다.
사실 브랜드명보다 먼저 이 가방의 이름은 정해져 있었다.
넷플릭스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1을 본 뒤였는데
그 시기의 에밀리는 나한테 꽤 인상 깊은 인물이었고,
“이 가방은 에밀리 같은 사람을 위한 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도 스타일도 자기 방식대로 해나가는 사람.
낯선 환경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면서 조금씩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
가방 디자인도 하나의 캐릭터를 상상하며 만들었고,
그게 자연스럽게 UX에서 말하는 ‘페르소나’처럼 느껴졌다.
내가 해왔던 방식이었으니까, 이질감은 없었다.
처음엔 그냥 브랜드명도 ‘에밀리’로 하려고 했는데 상표권 문제로 안 됐다.
그럼 가방 이름은 에밀리로 두고,
브랜드명은 더 넓은 의미를 담아보자 해서 나온 게 뮤즈웨어(MUSEWHERE)다.
뮤즈 + Anywhere.
어디에나 존재하는 ‘뮤즈’들을 위한 브랜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가방을 만들고 싶었고
그 시작이 에밀리였다.
사실 이 브랜드가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고, 지금도 계속 배워가는 중이다.
하지만 그게 꼭 성공이 아니더라도, 이 과정을 어딘가에 기록해두고 싶었다.
내가 왜 시작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했는지,그리고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지금 시점에서 적어두고 싶었고,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이나 코멘트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이 다음엔, 에밀리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풀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