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바이, 웬디(2017)
"함장님, 논리적인 결론은 단 하나 전진입니다."
자폐증을 가진 소녀, 웬디는 시나리오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홀로 LA로 떠난다. 하지만 재활센터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그녀한테 세상은 낯설기만 하다. 고속버스에서 쫓겨나 허허벌판에 버려지고 믿었던 사람들한테는 도둑질까지 당한다. 그녀는 운 좋게 한 늙은 여인의 도움을 받아 LA로 향하는 차를 얻어 타지만 그마저 교통사고로 이어져 병원 입원까지 한다. LA로 가는 길은 끊임없는 사고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웬디는 LA로 향한다.
웬디가 그토록 공모전에 참가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상금 때문이다. 상금만 받으면 언니 ‘오드리’와 조카 ‘루비’와 함께 살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한테 자신이 짐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웬디는 포기할 수 없었다. 웬디의 도망은 사실 탈출이 아니라 가족들한테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거다. 하지만 한 개인의 의지만으로 세상만사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웬디가 고른 길은 가시밭이었고 그 여정은 그녀가 당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했다. 우주미아가 되어 홀로 황무지를 떠돌아다니는 스타트렉의 주인공 '스팍'처럼 그녀는 홀로 남겨졌다. 계속되는 사건들로 인해 웬디의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고 병원에서 탈출하던 중 자신이 쓴 시나리오 절반 가량을 잃어버려 공모전 참가도 어려워졌다. 모든 길은 막혔고 답은 보이지 않다.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걸까.
어둠에 잠겼을 때 우리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산다는 것에 좋은 일만 따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종종 행복보다 불행에 한 걸음 가깝게 살아가고 있다. 웃는 날보다 무표정한 날이 더 많고 힘들 때 마음 편히 연락할 친구조차 하나 없다. 그렇다면 홀로 남겨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한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관두거나 계속하거나. 선택은 전적으로 각자의 손에 달렸다.
힘들면 관둬도 된다. 하지만 명심하자. 비록 지금 당장 내 어깨 위의 짐으로부터 자유로워질지는 몰라도 그 선택은 언젠가 미래에 더 큰 장애물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게 선택의 대가다. 그렇다면 나아가는 건 어떨까. 계속해서 앞으로 향한다는 건 물집이 터진 발로 자갈밭을 걷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각자 분명 찾고자 하는 것에 도달할 거다. 설령 그게 처음 찾아 나섰던 엘도라도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의미가 불분명해져도 포기하지는 말자. 포기한 사람은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잊지 말자. '결말'은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사람한테만 주어지는 자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