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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웅 Aug 10. 2023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군인이 되었습니까?

NETFILX 드라마 <D.P.>

넷플릭스 드라마 <D.P.> 시즌 2

"제대하면 뭐 하고 싶냐고 물어봤잖아?. 사실 나 잘 모르겠어 내가 뭐 하고 싶은지, 진짜로 제대하면 하고 싶은 게 참 많았거든, 근데 왜 생각이 안 날까 하나도 생각이 안 나" (시즌2 3화 中)


군생활을 하며 그가 느꼈던 아름다운 소망이 군대라는 조직의 수동성에 대한 저항인지, 혹은 정말 하고 싶은 꿈을 찾아가는 움직임이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군무이탈자 체포전담조 'D.P.'(Deserter Pursuit)는 철조망 안의 여타 보직들에 비해 밖으로 나가 직접 탈영병들을 찾아 나서야 하는, 조금은 더 능동적인 성격의 직책이다. '군대 가서 열심히 하면 바보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안준호 일병(정해인)과 한호열 병장(구교환)은 업무의 할당량을 넘어서 필사적으로 탈영병들을 체포하려 한다. 


결국 <D.P.>가 보여주고자 함은, 체포조와 도망자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는 활극이 아닌 허무주의와 불합리함에 맞서 싸우는 사회와 개인 사이의 초개인적 갈등을 다룬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국 남자들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한 때는 군인이었다. 내가 군대에 있었을 때 한 가지 이상한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었다. 새벽에 생활관 텔레비전으로 혼자 몰래 보던 <장고>(2012) 때문일까.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총에 한 번 맞아보고 싶었다. 물론 죽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더블배럴이 닥터 킹 슐츠(크리스토프 발츠)를 매가리 없이 날려 보내는 비현실적인 모습이 눈에 선명히 남아있다. 그 외에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 한 여러 영화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달콤한 인생>(2005)의 '백 사장'(황정민)이 발등에 총을 맞고 아슬하게 서 있는 모습에 대한 의문이라던가, <좋은 친구들>(1991)에서 편안하게 웃던 '토미 드비토'(조 페시)를 단 한 발로 고깃덩이로 만들어버리는 장면이 내게 준 충격들.


"미안해 참을 수가 없었어" 총을 맞기 직전 '닥터 킹 슐츠'(크리스토프 발츠), <장고>(2012)

어느 순간부터 총알이 내 살갗을 뚫는 감각에 대해 막연한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총을 직접 맞아보고 고통을 느껴봐야 이런 영화의 장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군대에서 총을 직접 맞아본다는 시도는 나만 잠깐 아프고 끝날 단 한 번의 경험 같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총을 맞기 위해 구체적인 모의를 하진 않았다) 만약 그런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난다면 탄약을 관리하는 부대원들, 소대장님, 지휘관들 그리고 걱정하는 가족들처럼 그 사건으로 인해 내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골치 아픈 일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상상으로만 남긴 체, 사격 훈련이 있으면 빠짐없이 나가 총을 많이 쏴보는 것으로 나의 실험을 대체하기로 일단락하고선 남들처럼 나 또한 전역하여 사회로 나오게 되었다.


<D.P.> 김루리 일병(문상훈)

그리고는 수년이 지나 본 <D.P.> 김루리 일병의 총기난사 장면은 나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군생활을 하면서 항상 궁금했다. 총에 맞으면 얼마나 아플까? 알 수 없다. 맞아보기 전까지 말이다. 누구를 피해자이고 누구를 가해자로 만들었을까, 김루리 일병과 조석봉 일병이 은유하는 몇 명의 실존 인물들. 그들이 떠 앉았던 고통의 감각을 나는 평생 모를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시즌2

딱딱한 훈련소를 나와 자대로 전입을 가던 날이 생각난다. 구불구불한 해발 1,000m의 가파른 산을 한 시간 가까이 오르는 차량 안은 덜커덩 거리는 엔진소리 그리고 긴장한 훈련병들의 경직된 눈빛이 창 밖의 목적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농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 산 꼭대기가 희뿌연 구름으로만 보였는데,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로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알 수 없는 나의 앞날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입신고를 마치고 생활관의 문을 열었을 때, 나보다 조금 더 자란 머리를 가진 선임들의 시선에 바짝 긴장한 기억이 생생하다. 드라마가 틀어져 있는 티비, 칼 같이 정돈되지 않아 훈련소보다 상대적으로 너저분해 보이는 관물대를 보고는 내심 놀랐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안심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한편으로는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진한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군생활을 한 남자들에게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보여주는 여럿 장면들의 현실성이 눈에 밟히는 민감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D.P.>의 군대를 묘사하는 핍진성에 대한 비판들은 나에게 있어 크게 중요한 요소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고증을 무시한 여럿 장면들이 그런 말도 안 되는 군대 안의 상황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 사는 곳일 뿐인 이곳에, 말도 안 되는 불합리성과 부조리함에 대한 여러 분노들이 떠오른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비웃고, 사익을 추구했다간 가차 없이 따돌림을 받는 곳이다. 총구는 적이 아닌 서로에게 겨냥한다. 무엇이 이곳을 이렇게 만드는 걸까. 무엇을 지키기 위해 군인이 되는 걸까.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나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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