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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표 Oct 01. 2023

다시 회사로: 이직에 성공했다.

이직에 성공했다. 우연한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찾아 온 기회였다. 돈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슬슬 낮밤도 바뀌어가던 참이다. 일상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였으므로 새로운 회사로 재취업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충분한 휴식은 그간 썩어문드러진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서는 필수였으나 장기간의 휴식은 쉼표가 아닌 마침표처럼 모든 감정을 무뎌지게 했기에 방심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강제성을 부여해야 했다.


원래는 나의 사수가 광고주로부터 제안받은 자리였다. 그녀 역시 퇴사를 결정한 직후였는데, 현 회사에서의 쓰디쓴 기억 때문에 마음이 닳고 닳아 더 이상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나에게로 그 제안이 옮겨왔다. 나 역시 사수를 서포트하며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던 지라 그들이 나의 의사를 궁금해하는 것 역시 당연했다.


면접은 순조로웠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합격이었다. 단기간 동안 휘몰아치듯 진행된 새로운 도전이었다. 세상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분명 대책없이 떠나온 길이었는데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어디론가 도착해있으니 말이다. 길고 긴 인생의 중간인지라 본래 의도한 곳도, 종착지는 더더욱 아니었겠지만 결국에는 발걸음이 닿는 곳이 목적지가 아니겠는가. 이 또한 운명이겠거니 생각했다.


이미 한 차례의 사회 경험이 있으니 더 이상 바보같이 당하지 않을 자신도, 상처받지 않고 온전히 나의 성장을 위해 집중할 준비도 되어 있었다. 새로운 시작이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낯선 환경에서 안면 없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기에 두려움이 앞서는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 앞길을 막막해하며 걱정해하던 첫 신입때에 비해서는 확실히 잘 해낼 수 있을거란 이유 없는 자심감이 반 정도 몸 속 어딘가에 서려있었다.






새로운 회사는 나름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었고, 내가 속하게 될 팀은 이전 직장에서도 그랬듯이 마케팅 팀이었다. 다만 규모가 굉장히 작았기 때문에 팀원은 총 3명이었다. 팀장님은 팀 리더임과 동시에 이사님이었는데 여기까지만 듣더라도 개개인이 수행해야 할 역할과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사실은 어떻게 보면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한 사람이 일당백이어야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일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니까.


마침 스스로의 성장과 발전에 한참 목말라 있던 나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다행히 팀장님은 폭넓은 시각으로 마케팅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성숙한 인성은 덤으로 업무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내가 고민하던 삶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그만큼 본인의 인생관이 단단히 수립된 사람이었다.


글과 말솜씨 또한 유려하여 보고 흉내내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게 해준 사람이다. 배울 점이 아주 많은 분이었기에 업무를 수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최대한 옆에서 다양하게 경험하며 인사이트를 배우고 싶었다. 내 인생에 그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다그치지 않아도 자상한 카리스마로 사람을 리드하며 분위기를 휘어잡는 사람은.


그런 팀장님 밑에서 함께해 온 팀원 동료 역시 여러모로 자극을 주는 사람이었다. 어린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성숙한 일 처리 방식은 늘 얼레벌레 누군가를 따라잡기에만 급급했던 나에게 크나큰 충격과 부끄러움을 안겨주었고, 그들과 같은 선상에서 함께하는 능력있는 동료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나날로 커져갔다.


퇴근 후에도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공부가 지속되었다. 힘들지 않았다. 기대감에 부풀어 새벽까지 총명한 정신으로 공부한 것은 대학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위해 공부하던 고3 때 이후 처음이었다.


다시금 뜨뜻해지는 열정의 온도가 이리도 반가울수가. 그렇게 나의 인생 첫 이직이 성공했고, 본격적으로 2번째 회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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