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처음으로 산에 갔다.
우리 가족은 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가족은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길이 없는 산으로 올라 우거진 수풀에 상자를 둔다.
수풀 속 상자에서 소리가 난다.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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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에서 멧돼지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 첩첩산중에 자리를 잡은 지 6년,
허기에 사로잡혀 서성인지 4일,
꿩, 토끼, 노루 같은 것 한 먹었지만, 지금은,
저 덩치를 잡을 수 있을 것만, 아니, 잡아야만 한다.
이제는 주연이가 나를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주연을 떠난지 어언 10년,
야생의 감각은 그 어느 때 보다 바짝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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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땅에 처박고 먹느라 정신이 팔려있다.
옆에서 목을 노릴 지, 뒤에서 다리를 노릴 지 고민하며 접근한다.
열 발짝,, 스무 벌짝, 점점 가까워진다.
이제 열 발짝만 더 가면 저것은 만찬이 될 것이다.
[[우직끈!]]
애석하게도 발 아래 나뭇가지를 보지 못했다
저 덩어리 자식이 내 쪽으로 고개를 휙 돌린다.
흠릿 놀라 뒤로 주춤하며 넘어진다.
다시 고개를 치켜든 순간,
멧돼지와 눈을 마주친다.
곧장 내게 달려들다
굶주린 내 본능도 달려들라 명한다.
정면에서 부딪히기 작전에 몸을 틀어 오른쪽 눈을 물었다.
멧돼지가 고개를 흔든다.
절대 놓을 수 없다.
점점 격하게 흔들며 저항한다.
더 세게 힘을 준다.
우측 아래 앞니가 가죽 깊숙히 박힌다.
덩치의 우측 엄니가 내 우측 턱을 관통한다.
절대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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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날뛰는 멧돼지의 고개를 따라 내몸이 하늘에 날린다.
나의 몸이 이 둔한 놈의 시야를 가린다.
내 턱은 엄니에 박힌 채 나무에 수차례 부딪한다.
얼굴이 갈라진다.
턱이 떨어져나간다.
저 능선 아래로 굴러가는 나의 우측 턱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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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10년 만에, 산에 갔다.
우리가족은 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족은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길이 없는, 왠지 익숙한, 산을 오른다
우거진 수풀에 상자를 둔다. 상자에 쪽지를 붙인다.
[ 이름(루이) 나이(한살) 견종(들개) 중성화(O)]
수풀에서 오래되어 보이는 턱 뼈를 보았다.
길이와 형태로 보아서는 짐승의 것이다.
두세개 빠진 앞니와 반듯한 뼈의 상태
예전에 키우던 개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