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고 싶은 몽골14, Zaisan & Gandan

2주간의 몽골 여행기(2016)

by gil




삼촌 집에서 머무르며 생활한 시간은 몽골이라는 나라의 또 다른 모습에도 눈을 뜨게 해주었다. 몽골의 도시과 시골. 너무나도 상반된 두 모습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이번 여행 후에 난 달라진 나의 모습을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내 기억 속 22살의 여름이 좀 더 다채롭기를 바랄 뿐. 확실히 내가 사는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넓고 새롭고 신비로운 세상을 보고 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꼈고 그들과 보낸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진하게 든다. '다녀오길 정말 잘했어!'. 2016년 7월 17일.




침대에서 눈을 뜨니 장우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아이를 둔 엄마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어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아마 숙제를 해야 누나와 함께 외출할 수 있다는 삼촌과 숙모의 말을 듣고 공부를 하고 있는가 보다. 아이 귀여워라!



공부를 마친 두 아이들과 삼촌 외숙모와 함께 울란바타르 시내로 나왔다. 우리나라의 여느 여름날처럼 맑고 쨍한 날씨였다. 첫 번째 행선지는 울란바타르 여행자라면 한 번쯤은 들릴 만한 '몽골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Mongolia)'. 칭기즈칸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이 곳은 선사시대부터 사회주의, 민주주의 시대에 걸친 몽골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박물관이다. 전시 규모가 꽤나 컸고, 몽골인들의 의식주를 두루 엿볼 수 있었다. 몽골도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 투쟁한 역사가 있었다니, 알면 알수록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꽤나 많다.



몽골 국립박물관 기념품점에서 아이들이 갖고 싶다고 졸라서 산 명함 보관함이다. 외관이 화려해 아이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끌었나 보다. 날이 좋아 모든 게 청명하고 뚜렷하게 보이는 오늘!



'블루문 센터(Bluemoon Center)'에 위치한 양고기 샤부샤부 레스토랑 '더 불(The Bull)'로 점심 먹으러 갔다. 삼촌 가족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기대를 잔뜩 했는데 나에겐 양은 그저 양일 뿐이었다. 투어 내내 시골에서 먹던 양보다는 특유의 잡내가 훨씬 덜했지만 그래도 매일 먹던 양이 반갑진 않았다. 대신 된장 맛이 나는 갈색 소스를 듬뿍 찍고 배추랑 싸 먹으면 맛있었다. 샤부샤부를 다 먹고 난 후 꽃빵 같은 노르스름한 빵을 연유에 찍어 먹었는데, 어른들과 함께 있다 보니 하나하나 사진을 찍기 그래서 그냥 먹었다. 하지만 이름을 알고 싶을 정도로 정말 훌륭한 디저트였다. 또 먹고 싶어라!



밥 배불리 먹고 기분 좋아서 아이들과 한 컷. 정말 정말 사랑한다 우리 아기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어서 먹고 싶은 게 끊임없다. 덕분에 나도 잘 얻어먹고. 오랜만에 밥-디저트 코스를 완벽히 챙겼다. 식후에 군것질을 즐기는 게 일상인 나로서는 참으로 행복했다. 자이승의 서울 로열 카운티 바로 옆에 있는 슈퍼마켓에 갔는데, 삼촌이 러시아산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며 추천해주셨다. 겉면이 초코로 코팅된 아주 진하고 달달한 아이스크림이었다. 요스터 생!




몽골의 하늘엔 두 세계가 공존한다. 아주 맑고 파란 하늘을 선사하는 한쪽과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떨어뜨릴 것만 같은 먹구름 가득한 다른 한쪽. 그래서 가까운 시간의 날씨를 점칠 수 있을 정도. 자이승의 경관은 한국의 신도시처럼 참 한적하고 마음이 탁 트인다. 나는 아이들과 곧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놀이터로 직행해 열렬히 놀아주었다. 탐험 놀이, 땅따먹기, 돌 공기.. 아이들이 창조해내는 놀이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아파트 곳곳을 신나게 뛰어다닌 후, 간단히 저녁을 먹고 수영장에 왔다. 몽골에서 수영을 할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한 터라 외숙모가 빌려주신 수영복에, 직접 챙겨주신 수영가방을 들고 나왔는데, 직접 입어보니 조금 야해서 놀랐다. 핑크색 실내 수영복이었는데 수영복이 다 그렇지만 몸매가 오롯이 드러나서 당황스러웠다. 오늘 하필 제일 열심히 먹은 날인데. 혼자서 발 동동 몇 번 하다가 그냥 나갔더니 와! 훌륭한 시설의 수영장이!! 사실 수영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바로 물개로 변신했다. 아주 시원한 초록빛 물결이 내 몸에 감기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았다.



다음 날의 점심 역시 외식을 하러 나왔다. 이날은 울란바타르 서울의 거리 근처의 식당을 가려고 했는데, 닫은 곳이 꽤 돼서 우연히 인근에 위치한 코카서스 레스토랑 'Caucasia'에 가게 됐다.



터키나 중동 국가가 연상되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었다. 이슬람 노래 같은 선율이 레스토랑 곳곳에 흘러 독특한 느낌을 자아냈다. 식전에 나온 홍차는 입맛을 돌게 하면서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셰프님께서는 드라이기로 불을 지펴 양, 소, 돼지, 닭고기 바비큐를 만들어주셨다. 처음 보는 광경에 외숙모와 나, 아이들은 화덕 앞으로 달려가 한참을 멍하니 구경했다. 불똥이 튀어 오르는 모습이 매우 화려했다. 이 화덕 속에서 탄생한 바비큐 요리는 너무나 훌륭했다. 고수 향이 강했지만 평소에 이국적인 음식을 곧잘 먹던 내 입맛엔 아주 딱 맞았다. 토르티야 같은 넓적한 빵에 고기와 양파를 넣고 칠리소스를 뿌려 먹었다. 한국에 가면 가장 먼저 생각날 강렬한 맛이다.



소화시킬 겸 '간단 테그렌친 사원(Gandan Monastery)'에 갔다. 간단 테그렌친이란 '완전한 즐거움을 주는 위대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사원이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크지 않은 규모였고 전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사원을 둘러본 후, 아이들이 가장 좋아라 하는 'International Intellectual Museum(국제 지성 박물관)'으로 갔다. 이곳은 몽골에 이런 박물관이 있어?라는 생각이 들만큼 지금껏 가 본 박물관 중 가장 독특한 곳이었다. 아이들에겐 '퍼즐 박물관'으로 통하는 곳. 놀랍게도 이 곳은 유네스코의 보호 문화시설이자 세계의 퍼즐을 경험해볼 수 있는 장소이다. 몽골에 퍼즐 박물관이 있는 이유는 세계에서 마술과 퍼즐, 체스에 가장 능숙한 국민이 몽골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몽골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본다면 그 이유를 바로 추측해볼 수 있다. 유목 생활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게르에서 보내는 몽골인들은 자연스레 놀이 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켰을 거다. 두 시간 동안 가이드와 함께 둘러보며 직접 퍼즐도 맞춰보고 마술의 비밀(?)도 캐내며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볼거리가 풍성해서 아이와 함께 여행 오신 분들께 권하고 싶다.



삼촌 가족들과 이별(눈물)을 하고 어딘가 허전한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ASEAM으로 인한 공항 출입구 통제로 인해 인근 체육관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 처음 발을 내디뎠던 칭기즈칸 국제공항으로 왔다. 이제는 정말 나 혼자.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여독이 갑자기 밀려오듯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출국 심사를 거치고, 면세점에서 살만한 물건이 무엇이 있을지 살펴봤다. 피로를 풀어줄 초콜릿과 보드카 두 병 정도. 그래 이 정도면 됐어!



내 옆자리에는 몽골인 가족이 앉아 있었다. 내 성격상 눈을 마주치는 순간 센 베노-로 시작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겠지만 이 때는 뭔가 정말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한없이 우울의 세계로 침전했다. 그냥 가만히, 조용히 있고 싶었다.



3시간 30여분의 비행은 잠시 눈을 감았다 떼는 걸로 끝이 났다. 시곗바늘이 새벽 4시 45분쯤을 가리켰을까. 뭐에 홀린 사람처럼 걷고 또 걸어서 내 짐을 찾았다. 사실 몸의 피로감만 없었어도 나름 한국으로 돌아온 현 상황이 조금 더 반가웠을 것이다. 우선은 따듯하고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두 다리 쭉 뻗고 누웠다가 스스로 눈을 뜨고 나야, 제정신으로 돌아올 거 같았다. 가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생생한 몽골 이야기도 한가득인데. 언제 다 들려주지. 이번 여행에서 달라진 나의 모습을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내 기억 속 22살 여름이 좀 더 다채롭길 바랄 뿐. 확실히 넓고 새로운 세상을 보고 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고 그들과 보낸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진하게 든다. '다녀오길 정말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