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몽골 여행기(2016)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은 맥주를 앞에 두고 쉴 새 없이 나누는 대화로 가득 채워졌다. 살고 있는 나라와 언어 그리고 문화가 다를지라도 우선 서로 말이 통한다는 점에서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알면 알수록 우리와 많이 닮았다. 그들이 웃을 때 우리도 웃을 수 있고 그들이 슬퍼할 때 우리도 슬퍼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경험한 흥미로운 일들은 내게 더욱 특별한 '몽골'로 다가왔다. 전형적인 여행지에서 벗어나 현지인들이 모이는 장소에 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디마 덕분이다. 여행을 정말 여행답게 만들어주었던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친구들은 오늘 떠난다. 서경이와 세희가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곧 나도 한국으로 돌아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릴 때는 이번에 우리가 마주한 몽골의 모습을 하나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더 슬프고 서러웠다. 디마와 겨울에 한국에서 한 번 만나고, 내년 이맘때 홉스골 호수 투어를 함께 떠나자는 약속을 했다. 그것도 연거푸. 그리고 친구들은 떠났다. 2016년 7월 14일.
디마가 삼촌집 앞으로 데리러 와주었다. 어젯밤 우리가 디마 주려고 편지 쓰고 작은 선물도 준비한 건 꿈에도 모르겠지? 디마를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에 즐겁고 짜릿했다. 자이승을 벗어나자마자 한-몽 정상회담으로 몽골에 방문할 예정인 박근혜 대통령을 환영하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몽골에 있을 때 딱 최대 스포츠 민족 축제인 나담(Nadam)과 아셈(ASEAM:아시아 유럽 정상회의)이 열려 마치 역사적인 순간에 있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익숙해서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몽골의 흔한 도로 옆 풍경. 역시 도시에서 조금 벗어나자마자 바로 이런 장관을 볼 수 있다.
디마가 첫 번째로 멈춰 선 곳은 에르테네솜에 위치한 '칭기즈칸 기념관(Genghis Khan Memorial)'이다. 이곳에 세워진 칭기즈칸 기마 동상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기마상으로, 높이가 40m나 된다고 한다. 참으로 웅장하지 않은가. 몽골인들의 영웅인 칭기즈칸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기념관으로 가면 말머리 부근까지 가 볼 수 있다고 해서 한껏 기대감을 안고 계단을 올랐다.
칭기즈칸 기념관의 입장료는 7000투그릭. 디마는 티켓 판매원에게 가이드라고 소개하자 돈을 따로 받지 않았다. 에르카가 전에 말하길 테를지 국립공원을 포함해 몽골의 관광지나 박물관에서 몽골인이면 요금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장난꾸러기 에르카는 이때도 놓치지 않고 우리에게 디마의 팔짱을 끼고 '부인'인척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 모두가 돈을 안 내고 들어갈 수 있다면서!
이곳에 곧 대통령이 방문한다며 검은 정장을 빼입은 남성 경호원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처음엔 박 대통령이 오는 줄 알고 기다려볼까 했지만, 계속되는 출입구 통제와 삼엄한 경비로 안 되겠다 싶었다. 결국 어느 나라의 수장이 오는지는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대신 나가지도 못하고 차 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에이 아까워라!
칭기즈칸의 기운을 잔뜩 받고(!) 그렇게 우리는 두시 간여의 출구 통제가 풀리기를 기다린 후, 이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정해진 일정이 없고 우리끼리 떠나는 여정이라 조금의 불편도 그리고 걱정도 없었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몽골에 있는 동안 오늘이 최고로 가득 찬 날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멀리서 봐도 정말 멋진 칭기즈칸 동상이다. 나가는 길에 말을 타고 있는 병사(?) 들을 보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것 같아 신기했다. 역시나 그들에게도 센 베노- 하고 외치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테를지 국립공원 가는 길에 위치한 노상 음식점에 들렀다. 주위 식당의 메뉴가 모두 호쇼르였기 때문에 아무 데나 고르면 됐다. 호쇼르는 양으로 만든 음식 중에 가장 내 입맛에 맞았다. 특히 Orkon 폭포 근처 게르에서 모귀 할아버지의 며느리들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만든 호쇼르의 맛은 잊을 수 없다. 역시 음식은 뭐든 갓 만든 것이 가장 맛있나 보다!
저렇게 접시에 갓 만든 호쇼르를 내어 주신다. 우리는 1인당 두 개씩 먹으면 딱 될 것 같았는데, 디마는 다섯 개 정도를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디마는 호쇼르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주인아저씨께서 마유주를 한번 먹어보라고 주셨다. 한 컵 가득 주시는 넉넉한 인심에 감사하게 받았지만 한 입 이상은 먹지 못해서 죄송했다. 처음엔 시큼하고 비린 맛에 놀랐는데, 연거푸 먹어보니 발효시킨 포도 요구르트 맛이 났다. 포도 요구르트라고 생각하니 순간 꽤 맛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가는 길에 세찬 비가 쏟아져서 테를지 국립공원 안쪽까지는 가지 않기로 했다. 국립공원 초입에 다가서자 순간 비가 멈췄는데 디마가 동굴에 잠깐 올라가 보자고 해서 냉큼 내렸다.
동굴에 가는 바위 언덕에 오르는 디마의 표정과 내 표정은 완벽히 일치했다. 너무 미끄럽고 무서워서 괜히 올랐다는 후회를 했고, 손에 있던 핸드폰을 놓쳐서 한바탕 시원하게 굴렸다. 하하. 하.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다시 울란바타르 시내로 돌아왔다. 우리의 반대편(테를지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방향) 도로에 차가 굉장히 막혔는데 몽골에서 교통체증다운 장면을 처음 목격했다. 지금이 연휴이긴 한가보다.
이제 디마와 우리가 함께할 마지막 저녁이라는 생각에 어떤 만찬을 즐길까 고민하던 중, BBQ를 발견하고 신나서 들어갔다. 메뉴를 보니 로컬화 되어있지 않았고 한국과 동일했다. 양과 맛 면에서도 한국이랑 차이가 없었고 아주 훌륭했다. 디마가 한국에서 일할 때 만났다는 오유카라는 친구도 불러서 다섯 명이서 하하호호 즐겁게 만찬을 즐겼다.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은 맥주를 앞에 두고 쉴 새 없이 나누는 대화로 가득 채워졌다. 살고 있는 나라와 언어 그리고 문화가 다를지라도 우선 서로 말이 통한다는 점에서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알면 알수록 우리와 많이 닮았다. 그들이 웃을 때 우리도 웃을 수 있고 그들이 슬퍼할 때 우리도 슬퍼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경험한 흥미로운 일들은 내게 더욱 특별한 '몽골'로 다가왔다. 전형적인 여행지에서 벗어나 현지인들이 모이는 장소에 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디마 덕분이다. 여행을 정말 여행답게 만들어주었던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친구들은 떠났다. 서경이와 세희가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곧 나도 한국으로 돌아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릴 때는 이번에 우리가 마주한 몽골의 모습을 하나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더 서러웠다. 디마와 겨울에 한국에서 한 번 만나고, 내년 이맘때 홉스골 호수 투어를 함께 떠나자는 약속을 했다. 그것도 연거푸. 그리고 친구들은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