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상징

2주간의 영국 여행기(2017)

by gil


이 도시를 더욱 빛나게 하는,
런던의 상징물 기록
Tower Bridge, London

밤에 만난 타워브리지는 그 명성답게 눈을 못 뗄 만큼 아름다웠다. 템즈강 상류에 위치한 이 다리는 대형 선박이 지나갈 때 반으로 분리돼 양쪽이 서서히 들린다는데, 나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것 같아서 상상으로나마 짐작해보았다. 탄성을 자아내는 우아한 타워브리지의 모습. 앞으로도 오래오래 런던의 상징물로 자리하겠지.


Tower of London, London

지난 학기에 수강한 '유럽의 미술과 문화' 교양 시험에 런던탑에 대한 설명이 주어지고 그 이름을 쓰는 문제가 나와서 그 정도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일까 싶었다. 실제로 보니 런던탑 주위로 신식 건물이 즐비해 이곳만 동떨어진 세상으로 보였고 과거에 왕족의 감옥과 처형장으로 사용됐다기에는, 템즈 강이 흐르는 낭만적인 중세 성의 모습이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런던의 랜드마크 중 가장 먼저 본 곳이 런던탑이다. 런던탑은 타워브리지와 함께 내가머문 호스텔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낮에도, 밤에도, 자꾸만 마주쳤다.


Buckingham Palace, London
Buckingham Palace, London
Buckingham Palace, London

영국 왕실 문화를 대표하는 버킹엄 궁전. 이곳에선 근위병 교대식이 열려 런던을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곳이다. 언제 가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소이기에 좋은 자리에서 교대식을 보고 싶다면 일찍 가서 자리를 맡아야 한다. 나는 버킹엄 궁전에 두 번 갔는데(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날 모두 날이 좋았다.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왕실 문화를 동경하지만 다음엔 굳이 또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을 둘러보지 않아서 그런가 여왕님이 사시는 궁전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Queen Victoria Memorial, London

버킹엄 궁전 바로 앞에는 화려한 분수와 함께 빅토리아 기념비가 있다. 최초로 버킹엄 궁전에 거주했던 빅토리아 여왕을 기리는 거라던데, 오히려 이 궁전 바깥의 풍경이 더욱 감동 있게 다가왔다.

왼쪽은 웨스트민스터 대성당(Westminster Cathedral)이고 오른쪽은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이다. 대성당은 로마의 가톨릭교를 따르고, 사원은 영국의 성공회를 따른다. 건축 양식에서도 대성당은 비잔틴 양식, 사원은 고딕 양식으로 차이가 있다. 누구라도 길을 헤매다 이 두 건물을 마주하면 반드시 발걸음을 멈추게 되리라. 고개를 들어 올려야 볼 수 있는 압도적인 규모와 웅장한 분위기는 또 한 번 건축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Big Ben, London
Big Ben, London

화창한 날에 본 빅벤과 흐린 날에 본 빅벤. 맑은 날을 좋아라 하는 나인데 하나를 고를 수 없게 둘 다 애정이 가는 건 왜일까! 첫 빅벤은 흐린 날, 혼자서였다. 별 기대 없이 본 시계탑은 어느 쪽에서 봐도 사랑스러웠다. 두 번째 빅벤은 워킹투어 프로그램에서 여러 외국인과 함께였다. 스무 명 남짓 되는 인원 중 나 혼자 동양인이어서 당황스러웠다. 나처럼 혼자 온 한국인이 한 명쯤은 있겠지 했는데 웬걸, 나뿐이었다. 분명 호스텔에는 한국인이 꽤 있었는데.. 워킹투어 프로그램의 종착지가 바로 여기. 빅벤 앞이었다. 왠지 모를 소외감에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서 가이드님의 설명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하염없이 빅벤만 바라보고 있었다.


The London Eye, London

런던아이는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거대해서 놀랐었던 기억이 난다. 이 커다란 대관람차를 보며 템즈 강변을 거닐던 순간엔 고요한 공기의 흐름 타고 불던 강바람과 함께 묘한 해방감을 맛보았다.

St Paul's Cathedral, London


런던의 상징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세인트 폴 대성당. 외관 못지않게 성당의 내부 또한 세기의 걸작이라 칭하고 싶다. 크리스토퍼 렌 경이 건축한 세인트 폴 대성당은 같은 인간이 이런 솜씨를 발휘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넋을 잃게 만든다. 성당이라면 으레 갖춰야 할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듯 완벽한 건축물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왕족의 공간이라면 세인트 폴 대성당은 모든 영국인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인에게 세인트 폴 대성당은 힘이고, 자부심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이곳에선 국가의 주요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세인트 폴 대성당에 야경을 보러 가려는 나의 이야기를 들은 호스텔 직원이 자신에게 있어서도 세인트 폴 대성당은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고, 꼭 가보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너무 늦게 간 탓일까 성당 직원분께서는 내일 다시 오라고 하셨다. 미리 구입한 표가 오늘까진데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덕분에 세인트 폴 대성당도 여러 번 가볼 수 있었다. 500여 개의 계단을 올라 돔 꼭대기로 가면 런던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성당 내부와 지하 납골당을 보는 것만 해도 내겐 충분했다.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성당의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Midland Grand Hotel at St. Pancras Station, London
Midland Grand Hotel at St. Pancras Station, London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에 꼽힌 세인트 판크라스 르네상스 호텔. 우연히 잡지책에서 이 호텔의 내부 사진을 본 후 나는 반드시 런던에서 이 호텔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게 호텔인지 중세시대의 성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호화스러운 모습에 한참을 바라봤다. 호텔 정문에는 문지기가 굳은 얼굴로 지키고 서있었고, 안에 들어가 보고 싶은 나의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가진 거라곤 배짱뿐인 나는 기회를 엿보다 슬쩍 들어갔다. 이른 시간이라 다들 아침을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사진으로만 봤던 우아한 계단과 레드카펫이 펼쳐진 복도를 보고 있으니 내가 어느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배짱이 그리 크진 않았는지 'Resident Only'라고 쓰인 팻말 앞에서 곧장 돌아섰다. 아까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가는데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서 있던 문지기가 나를 보고 빙그레 웃으며 'Good morning, madam!' 이렇게 외치셔서 나도 '굿모닝!'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난 어색한 미소로. 아마도 내가 짐가방 하나 없이 코트만 입고 다녀서 침입자(?)처럼은 안 보였나 보다. 훗날 이 세인트 판크라스 르네상스 호텔은 내가 옥스퍼드행 기차를 타지 않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게 만든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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