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What 서울그로서리클럽(seoulgroceryclub)
Where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1가길 8 1층
Detail 매일 12:00-20:00, 화요일 휴무
Mood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최근 종로 3가가 영국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매체 <타임아웃>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쿨한 동네’ 3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했다. 선정 기준은 음식, 문화, 지속 가능성, 도시 회복력 등이었다고. 1위는 코펜하겐의 뇌레브로, 2위는 시카고의 앤더슨빌이었다. 2만 7천 개의 도시 중 서울의 한 동네가 선정됐다는 소식은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종로 3가가 ‘쿨’이라는 단어와 결합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넓게 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동네가 분명했다. 종묘와 궁이 지척에 있을 뿐 아니라 광장 시장이나 탑골공원 등 한국적 정서를 깊이 품고 있는, 역사가 오래된 곳이니까.
이후 얼마간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가장 쿨한 동네는 어디일까. 혹은 살기 좋은 동네는 어디일까. 마치 하나의 연쇄작용처럼 로컬(local)을 기반으로 한 ‘뜨는 동네’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는 요즘, 나름 생각해 볼만한 흥미로운 주제였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오겠지만, 나는 뭉뚱그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동네’를 떠올렸다. 근처에 공원이나 산이 있고, 자전거를 타기 좋으며, 상권이 적당히 발전한 지역. 프랜차이즈 상점보다는 소규모의 마트, 독립서점, 카페, 편집숍 등이 자리한 곳.
올해로 11년째 살고 있는 연희동은 앞서 언급한 기준과 상당히 맞닿아 있는 동네이다. 평소 농담 삼아 연희동의 정서를 먹고 자랐다고 말하고 다닐 만큼, 이 동네에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다. 지붕과 담벼락이 제각각인 주택이 늘어선 골목은 언제 거닐어도 아름답다. 봄의 초입에는 목련이, 여름의 문턱에는 장미가, 가을의 한복판에는 감나무가 길목마다 흐드러진다.
산책자를 즐겁게 만드는 풍경 아래 자주 멈추게 만드는 공간들이 있다. 연희동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미있고 근사한 공간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는 것이다. 도시 생활자를 위한 문화예술 공간이나 밤에만 문을 여는 서점, 인디 영화관 등이 이 동네엔 있다.
요즘 트렌드에 걸맞은 그로서리 숍도 연희동에 탄생했다. 서울그로서리클럽(@seoulgroceryclub)은 연희동의 중심부에 위치한 식료품 상점으로, 와인과 식품 그리고 테이블 웨어 등을 소개한다. 커피백, 크래커, 올리브, 비건 제품, 키토 식단 소스, 프로틴 바 등의 다채로운 먹거리와 인텔리젠시아 오트 라떼, 몬다리즈 탄산수, 내추럴 와인 등의 마실거리가 풍성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가치와 트렌드를 고심해 큐레이션 한 아이템을 살펴보니, 서그클만의 감도가 돋보였다.
‘매일매일이 행복해지는 그로서리 스토어’를 꿈꾸는 이곳은 식료품뿐만 아니라 팝업 식당과 브랜드 스토어, 전시 등도 함께 선보인다. 현재는 푸드 컨설팅 전문가들이 만든 피자 브랜드인 ‘핏짜(FITZZA)와 도산공원에 자리한 ‘식물성(sikmulsung)’이 입주해 있다. 서그클의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이 바로 식물성의 네모미 수경 재배 키트이기도 하다. 흙 없이 깔끔하게 물과 빛만으로 잘 자라 누구나 건강하고 깨끗한 채소를 기를 수 있다고. 본체, 스마트 소일, 씨앗, 수용성 영양재, 재배 가이드까지 모두 들어있어 간편하게 키워서 먹을 식물을 원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Heavy Collector> 전시에서는 개성이 뚜렷한 물건들을 엿볼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빈티지 화병과 오브제, 카메라, 라디오 등이 가득하다. 어느 수집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으로 가볍게 둘러보기를 권한다. 2층은 망원동에서 카페 ‘암튼’을 운영하는 사장님께서 새로 오픈한 디저트 카페인 위검(wiggum)이 있다. 개방감이 드는 높은 층고의 스튜디오형 공간이라, 1층의 너른 마당과 더불어 오래 머물기에 좋을 듯싶다.
서울그로서리클럽은 색다른 감각과 좋은 안목으로, 우리에게 일상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제안하는 길잡이가 되어 준다. 트렌드에 발맞춰 가면서도 연희동 특유의 감성을 간직해 로컬의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건강하고 가치 있는 소비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곳.
+추가 정보
서울그로서리클럽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팝업스토어인 '넌컨템포(@noncontempo)'가 있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주제로 국내 신진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형 편집숍이다. 현재 만물이 있는 백화점의 개념을 차용해 36가지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36화점(36dept.)>이 진행 중이다. 매주 다른 브랜드가 참여해 유리, 도자, 금속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오브제와 가구를 선보인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넌컨템포는 서울그로서리클럽과 더불어 연희동이 품은 매력의 층위를 한 단계 넓히는 공간이니, 꼭 방문해 볼 것.
EDITOR 길보경 (@gil_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