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브링 미 백
최근 범죄추리소설의 트렌드는 물리적으로 촘촘한 복선이나 독자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치는 반전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 서술자의 시점을 통한 서술을 쌓아 심리적인 묘사를 통한 감정적인 충격을 주는데 집중한다. 이런 작품들의 특징은 흔한 일상처럼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사실은 사건 해결 또는 사건 이해의 중요한 힌트가 된다는 점에서 추리의 묘미를 보여준다. <브링 미 백>은 12년 전 실종되던 연인에게서 연락이 오면서 펼쳐지는 서스펜스의 매력을 갖춘 작품이다.
12년 전 핀과 레일라는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레일라는 정열적인 붉은 머리와 순수함으로 핀을 사로잡았고 핀은 태어나 처음 진정한 사랑을 레일라에게 느낀다. 하지만 프랑스 여행 중 레일라가 사라지면서 그는 혼자 영국으로 돌아온다. 세월이 흐른 뒤 레일라가 죽었다는 가정 하에 그녀의 추모식이 열리고 이 자리에서 핀은 레일라의 언니 엘런을 만나게 된다. 엘런과 사랑에 빠진 핀은 그녀와 약혼을 하고 결혼을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핀 앞에 러시아 인형이 나타난다. 레일라가 어린 시절 엘런과 함께 하나씩 세트로 가지고 있던 러시아 인형이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러시아 인형의 상징성을 아는 핀은 예전에 살던 집 근처의 노인이 레일라를 봤다는 연락과 자신에게 온 수상한 메일 때문에 레일라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그가 의심하는 이유는 왜 사라진 레일라가 12년 만에 돌아왔느냐 하는 것이다.
핀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레일라가 돌아온 것일까. 그렇다면 레일라는 12년 간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왜 하필 12년 만에 모습을 나타낸 것일까. <브링 미 백>은 ‘레일라’라는 존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이를 위해 작품은 도입부에서 하나의 문장으로 독자들이 모든 상황을 의심하게 만든다. 바로 핀이 진실을 말했지만 모든 걸 말하지 않았다는 문장이다. 이 문장은 독자들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만든다.
추리의 묘미는 정보의 제한에 있다. 독자는 완벽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보다 제한된 정보, 진실과 거짓 사이에 놓인 정보에 매력을 느낀다. 작품 속 핀은 레일라를 비롯해 레일라와 자신의 역사를 아는 직장 상사 해리, 한때 핀을 좋아했지만 핀이 엘런을 택하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된 루비를 러시아 인형과 이메일로 자신을 압박하려는 범인으로 의심한다. 반면 작품 밖의 독자는 핀을 압박하는 범인의 존재와 레일라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음과 동시에 핀이라는 인물에도 물음표를 부여하며 더 폭 넓은 추리를 진행시켜 나간다.
여기에 독자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하는 매력이 일상 서스펜스이다. 일상 서스펜스는 물리적인 이해나 복잡한 상황설정 대신 일상에 생긴 균열과 사건을 통해 좀 더 현실적이고 동화가 되는 공포감을 선사해 스릴감을 증폭시킨다. 핀의 주변을 점점 조여 오는 심리 게임은 그의 일상을 서서히 붕괴시키고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브링 미 백>이 지닌 최고의 매력이라면 책을 덮는 순간 다시 첫 번째 페이지를 펴게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마침표가 아니라 도돌이표이다. 책이 내린 결말을 다시 처음부터 추리해 나가며 핀과 레일라, 두 서술자의 서술 속에 담긴 증거들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묘미를 선보인다. 이 추리를 통해 처음 읽었을 땐 파악하지 못했던 두 주인공의 심리와 그 심리가 형성된 과거와 사건들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켜 나가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심리를 바탕으로 한 범죄추리소설은 범인 또는 트릭 맞추기가 주가 되었던 추리소설의 공식을 바꿔놓았다. 이제 독자들은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느냐가 아닌 왜 발생하였느냐에 주목하게 되었고 작가들은 이 물음에 답을 해야만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브링 미 백>은 사건보다는 인물에, 범인과 트릭보다는 갈등과 원인에 집중하면서 심리적인 서사가 지닌 서스펜스의 매력을 살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